나경원 '초선 비하' 논란… 초선 의원들 "국민 대표 무시"

정성현 기자 2025. 9. 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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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초선 의원들 규탄 기자회견 열어
지역 의원들도 "대의제를 부정해" 비판
중진 이개호 "의원 위 ·아래에 의원 없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등이 추미애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3일 국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광주·전남 의원들도 "국민이 선택한 의원을 존중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 의원은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문제를 두고 충돌하던 중 여당 초선 의원들을 향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라. 아무것도 모르면서"라고 말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고성이 오갔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초선도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나 의원은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위원장의 회의 운영은 독재"라고 맞섰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으로 대응했다.

이튿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초선 의원 70명은 나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발언에 나선 정진욱(광주 동남구갑) 의원은 "해당 발언은 단순한 언어폭력을 넘어 국회의원으로서 기본 예의와 동료 존중을 저버린 권위주의적 태도"라며 "초선의 처지와 고민, 정책 역량을 집단적으로 폄훼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을 보며 수백명 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선장'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혁신당 박은정(비례) 의원도 "회의 중 '초선이면 조용히 하라'는 권위주의적 발상과 정신세계가 놀라울 따름"이라며 "초선이면 어떻고 다선이면 어떻나.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되는 민주시민의 대표로 정기국회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이성윤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초선 비하발언을 규탄하고 윤리위 제소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의원들도 반발에 나섰다. 정준호(북구갑) 의원은 "국민의힘이 아직도 탄핵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초선들이 제 역할을 했다면 당은 훨씬 빨리 정상화됐을 것"이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건 대의제를 부정하는 발언이다. 국민의힘이 누구를 바라보고 정치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혁신당 서왕진 광주시당위원장은 "이번 겁박은 의회민주주의를 짓밟고 국회를 군부독재 시절 권위 공간으로 후퇴시킨 것"이라며 "내란범죄 50인 도적 중 한 명인 나 의원이 법사위 간사직을 강변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진의료원 간호사 출신 진보당 전종덕(비례) 의원은 "국회의원은 초선이든 다선이든 국민을 위한 마음과 실천이 중요하다"며 "나 의원은 5선이어서 '윤석열 방탄·탄핵 반대 선봉장'이 됐나. 국민과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고도 반성하지 않는 내란본당 국민의힘은 해체 대상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선 중진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국회 최고령 의원인 박지원(해남·완도·진도) 의원은 나 의원을 향해 "나빠루!"라고 외치며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저지 과정의 '빠루'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5선 의원이 초선 아무것도 모른다? 국회의원은 군번도 없고 병과도 없다. 모두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도 "국회의원은 초선이든 다선이든 모두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이라며 "의원 위에 의원 없고, 의원 밑에 의원도 없다. 나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망발이다. 이를 무시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이날 그는 "윤리위에 제소돼야 할 사람은 독단적으로 회의를 운영한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내란 선동, 거짓 프레임으로 국민을 속이는 극단적 민주당 의원들"이라며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던 박범계 의원도 법사위 간사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점을 잊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간사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나경원 의원이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를 들고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