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삼성생명 회계’ 해석 뒤집나…삼성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허인회 기자 2025. 9. 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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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정부에선 예외 인정…참여연대 출신 금감원장 선택은?
‘일탈 회계’ 논란 반복될 듯…“비정상적 자산운용 정상화해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월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생명 회계 처리를 놓고 금융당국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생명이 과거 판매했던 유배당 보험의 계약자 배당 몫을 전임 정부에선 예외적으로 '계약자 지분조정'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이를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보험 부채 또는 자본으로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시절부터 삼성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이 원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아울러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되고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회계 처리 논란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일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삼성생명의 일탈 회계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에 맞춰서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조만간 금감원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삼성생명의 계약자 지분조정 회계 처리 이슈는 그간의 업계 관행, 과거 지침, 현행 IFRS17 회계기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은 해당 이슈 처리를 미루거나 임시로 봉합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란은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관련 질의가 나오자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굉장히 여러 가지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국회에서 입· 정책적으로 일단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생명 회계 논란의 핵심은 2023년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 지분(8.51%)을 처분할 때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삼성생명은 1990년대 초까지 유배당 보험상품을 판매했다. 유배당 보험은 가입자가 납입한 자금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그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과 시세차익을 계약자와 공유하는 구조다. 당시 삼성생명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보험료를 토대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8.51%, 15.43%를 매입했다. 이 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삼성전자 지분의 경우 당시 취득원가는 5444억원이지만 현재 평가액은 36조원에 달한다.

유배당 보험 가입자들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없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초과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탓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계약자 배당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다. 현재 삼성생명은 과거에 판매했던 유배당 보험의 계약자 배당 몫을 보험사가 갚아야 할 부채('보험 부채')나 자본이 아닌 '계약자 지분조정'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2023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하면서 발생했다. IFRS17은 유배당 보험을 보험 부채 또는 자본으로 처리하게 돼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2022년 말 '계약자 지분조정'와 관련해 금감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당시 금감원은 '삼성전자 지분을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기존처럼 '계약자 지분조정'으로 적용하라는 예외를 적용했다. 계약자 지분조정에 대해 '일탈 회계'라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지난 2월 삼성전자가 금융당국 '밸류업 정책'에 맞춰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논란이 터졌다.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08%로 오르게 된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상 금융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은 10%를 넘어서면 안 된다. 이에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삼성전자 지분 0.071%를 매각했다. 삼성전자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조건을 어기게 된 셈이다. 유배당 보험의 회계 처리도 국제 기준에 맞게 보험 부채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게 된 이유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8월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리는 삼성 준감위 정례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정된 자사주 소각 계획…일탈 회계 논란 반복되나

해당 논란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삼성생명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8월28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장기간, 지나치게 과도한 규모로 보유하는 것은 자산운용의 건전성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유배당계약자의 보험료로 취득한 삼성전자 주식을 통해 이재용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면서도, 유배당계약자에게 정당한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금융소비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관상 단순히 회계 문제로 보일 수 있으나, 본질은 삼성생명이 지배주주의 삼성전자 등 계열회사 지배권을 위해 과도하게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보험업법 또는 관련 감독규정의 개정을 통해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삼성생명의 비정상적인 자산운용을 정상화하고 나아가 이를 통해 삼성그룹의 소유구조를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해당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1년 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중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지난 2월 소각했다. 연내 7조원 소각 계획이 예정돼 있는 상태로,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다.

이재명 정부의 주주환원 움직임 강화도 부담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9월 정기국회를 통해 본격화하고 있는 탓이다. 구체적인 3차 상법 개정안의 골자는 △신규 자사주 취득 시 최대 1년 이내 소각 의무화 △기존 보유 자사주 최대 5년 이내 소각 의무화다. 향후 자사주 소각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 측도 관련 사안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월2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회의에 앞서 이찬희 위원장은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에 대해 "정기 회의뿐 아니라 비정기 회의도 여러 차례 열었고, 회사 측으로부터 직접 보고와 서면 보고를 통해 충분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 내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도 있어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탈 회계' 논란은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관계사 미분류 문제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삼성생명법' 추진과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향방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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