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포퓰리즘 파멸적 악순환’ 보여주는 선진국 국채 금리 급등, 한국도 따라가나
英은 27년만에 최고
日은 사상 최고치
한국도 적자국채 매년 100조원 이상 발행

프랑스·영국·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이 나라들의 국채 가격이 동반 급락하고 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추가 발행이 예상되고, 이 때문에 세계 투자자들이 국채를 내던지고 있는 것이다(국채 금리 상승).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에 국채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또다시 재정 우려를 키우는 악순환을 부르기 시작했다. 뒤늦게 긴축에 나선 프랑스 등은 정치권의 강한 반발 속에 내각 붕괴 위기마저 맞았다.
◇각국 국채시장에 울리는 경보음
2일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5.72%까지 올라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저성장 속 물가 상승(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유로존과 미국 등 여타 선진국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졌지만, 영국은 4%에 육박한다. 성장률은 낮은데 고물가가 지속되면 금리 인하가 어려워 국채 추가 발행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이미 영국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프랑스 국채 30년물 금리도 이날 4.507%로 마감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긴축 재정 예산안을 놓고 내각과 야당이 끝장 대치를 벌이고 있다. 바이루 총리는 “국가 재정이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며 재정 적자 목표치를 올해 GDP 대비 5.4%에서 내년 4.6%로 줄이는 예산안을 내놨다. 야당과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총리는 정부 재신임 투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장기채 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다. 이날 미국 장기채 금리(30년물)는 장중 4.999%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한계선인 5.0% 턱밑에 닿았다. 미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가 위헌이라고 판정해 관세 세수의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대규모 감세 법안 때문에 재정 적자는 10년간 3조4000억달러(약 4740조원) 더 불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가 부채 비율 세계 1위인 일본에선 정국 불확실성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결국 야당 공약대로 소비세 감세 등이 관철되면 국채 금리는 더욱 밀려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다. 3일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는 3.28%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 재무성은 내년 국채 이자로만 13조435억엔(약 122조원)을 편성했다.

◇“재정 적자-포퓰리즘 파멸의 고리 작동 중”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장기채 급등 상황에 대해 ‘재정 적자-포퓰리즘의 파멸적 악순환(deficit-populism doom loop)’이란 진단을 내놨다. 재정 적자 확대→채권 금리 급등→정부 긴축 재정 실행→국민과 정치권 반발→포퓰리스트 세력 득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관세율 상승, 이에 따른 성장 둔화, 재정 적자 확대 등으로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요 선진국들이 기준금리 인하기 속에서도 최근 국채 금리 급등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정책이 장기 국채 금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각국의 재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고착된 인플레이션,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따른 미국 물가 상승 압력 등이 장기 국채를 더욱 취약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이재명 정부가 적자 국채를 100조원 이상 발행하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정부 주도의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국채 금리 급등 가능성이 커 ‘재정 적자-포퓰리즘의 파멸적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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