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한 가뭄’ 강릉서 1천명 달리기 대회 강행한다니…

박수혁 기자 2025. 9. 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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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릉에서 1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달리기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도 출연기관인 강원관광재단은 오는 6일 오후 4시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수광장에서 '경포트레일런'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앞서 강릉시는 지난 1일 개최 예정이던 '시 승격 70주년 강릉시민의 날 기념행사'도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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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출연기관, 6일 개최에…“강릉 시민들은 샤워도 줄이는데”
지난해 개최된 경포트레일런 모습. 강원관광재단 제공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릉에서 1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달리기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도 출연기관인 강원관광재단은 오는 6일 오후 4시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수광장에서 ‘경포트레일런’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20㎞와 11㎞ 등 2개 구간으로 이뤄진 이 대회는 경포호와 경포해변을 시작으로 올림픽공원 등 강릉 곳곳을 달리는 행사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디제이(DJ)파티와 애프터 비어 파티 등 음악과 술을 함께 즐기는 대규모 축하 행사도 계획돼 있다.

하지만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재난사태가 선포되고 저수율 10% 붕괴까지 코앞에 둔 상황에서 대규모 관광객 방문을 통한 물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강릉의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9%까지 떨어졌으며, 10% 미만시 시간제나 격일제 급수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에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는 강력한 제한급수와 함께 체육시설과 공중화장실 폐쇄 등의 조처를 했고, 시민들은 대대적인 절수 운동을 벌이는 등 물 한방울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관광객 유입이 오히려 물 소비를 확대한다는 판단에 대규모 숙박시설 축소 운영과 강릉관광개발공사 숙박시설의 운영중단(저수율 10% 미만시), 식당 영업시간 단축 등의 대책까지 세우고 있다. 하지만 1천명이나 참가하는 대규모 달리기 대회 특성상 화장실 사용과 식수 제공, 샤워 등을 통해 물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 참가자는 “1천명이나 몰려다니며 달리기하는 모습이 가뭄으로 비상이 걸려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좋게 보일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연기를 요구했지만 주최 쪽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참가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뛸 수 있도록 가뭄이 극복된 이후에 다시 대회를 개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물 절약을 위해 운동까지 중단한 채 세탁과 샤워 횟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인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는 ‘물 아끼기에 시민들만 동참하면 뭐하냐’, ‘관광객들은 물을 펑펑 쓰고 간다’는 등과 같은 글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강릉시는 지난 1일 개최 예정이던 ‘시 승격 70주년 강릉시민의 날 기념행사’도 무기한 연기했다. 최근 지속하는 가뭄 및 제한급수로 시민 생활과 지역사회 전반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재난 극복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9일부터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5강릉 커피배 전국시니어테니스대회’도 취소됐다.

강원관광재단은 애초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가 한겨레 보도로 파문이 일자 이날 밤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강원관광재단은 이날 낮 한겨레와 통화에서 “일부에서 행사 진행 여부를 묻는 문의가 왔지만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디제이파티 등은 전면 취소하기로 했으며, 급수대에서 생수를 제공하지만 상수도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취소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예정대로 해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최성현 재단 대표이사는 “현재 시국을 반영해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추후 재난 사태가 해제된 이후 연기된 행사를 개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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