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힘겨루기 ‘내일은 없다’, ‘불펜투수 쏟아붓고, 선발도 돌려쓰고’ 마운드 총력전 선언

야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점수가 필요한데, 오히려 흔히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서 경기의 긴장감을 오래 끌고 가는지가 팀 승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 많아서다. 특히 이른바 큰 경기에서 투수의 중요성은 더 강조된다.
시즌 막판 5강 싸움의 열기가 달아오른 2025시즌 KBO리그에서도 마운드 운영이 승부처로 꼽힌다. 잔여 경기 일정이 띄엄띄엄 잡혀 있어 각 팀들은 1·2선발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발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선발이 무너지면 곧바로 불펜 총력전도 가능하다. 1승의 중요도가 높아진 잔여 일정은 사실상 ‘오늘 지면 내일이 없는’, 포스트시즌 단판 승부 모드다.
‘가을야구’ 진출 희망을 이어가는 이호준 NC 감독도 투수진 운영을 두고 웃을 수 없다. 잔여 경기가 가장 많은 NC는 매주 6연전을 치르며 투수진을 풀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타자들은 상대팀 에이스급 선발과 잘 쉰 불펜투수들을 계속 만날 수 밖에 없다. “험난한 일정”이라고 말한 이호준 감독은 “우리 선발이 버티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린다. 점수를 초반에 뽑아도 투수들을 다 몰아넣어 승리를 지켜야 한다. 그래서 다음 경기 마운드 운영을 그날그날 경기가 끝나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선발 라일리 톰슨(14승5패 평균자책 3.55)를 제외하면 이닝 소화력과 안정감을 가진 선발투수가 없는 팀 상황 때문에 불펜투수를 대거 투입하는 경기 양상이 반복된다.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투수 ‘올인’ 모드다.
지난달 31일 SSG전에는 외국인 선발 로건 앨런이 초반 난조를 보이자 곧바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NC는 이후 타선이 폭발하며 역전에 성공했지만 8-10으로 다시 재역전을 허용하며 졌다.

이 감독은 2일 수원 KT전에서도 불펜 카드를 조기에 빼들었다. 5선발 빈자리로 투입된 김태경이 1회말에만 홈런 2개를 맞고 4실점하자 곧바로 다음 투수를 준비시켰다. 그리고 2회 1사후 김태경이 볼넷을 허용하자 최성영으로 교체했다. 빠른 분위기 반전을 노린 선택이 이번에는 적중했다. 최성영이 2이닝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막았고, 바통을 이어받은 손주환은 1.1이닝을 1안타 1삼진 무실점 투구로 잘 이어갔다. 뒤이어 전사민-김영규-김진호-류진욱이 각각 1이닝씩을 깔끔하게 책임졌다. 타선도 화답하며 KT를 9-4로 잡았다.
시즌내내 필승조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이강철 KT 감독은 선발투수의 전천후 활용을 변칙 카드로 준비 중이다. 31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박영현을 뒷받침할 불펜 선택지가 부족하다. 셋업맨 손동현도 부상 이후 기복이 생겼다. 길게 쓸 불펜투수도 부족하다.
KT는 롯데, 키움(이상 16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17경기를 남긴 상황이다. 이강철 감독인 등판 간격이 벌어지는 선발투수를 활용해 불펜 강화를 꾀한다. 지난달 31일 KIA전에서는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선발 오원석에 이어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1이닝을 던지고 내려갔다. 이날 헤이수스의 등판을 “선수의 재계약 의지”로 표현한 이강철 감독은 “일단 구위가 좋고, 팀 내에 좌완 불펜투수가 부족하니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미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소형준의 관리를 위해 잠시 불펜으로 전환시켰다가 선발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선발 등판 간격이 벌어질 때 패트릭 머피, 고영표도 불펜투수로 등판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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