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속앗수다?…제주시가 간판 내린 이유

서보미 기자 2025. 9. 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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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제목을 빌려 제주어 간판을 내건 제주시가 "잘못된 제주어를 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글쓴이는 "(간판 글귀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제목을 차용한 것 같다"며 "드라마는 드라마로 이해할 수 있지만, 관공서까지 잘못된 제주어를 사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흥행 이후 '속았수다' 뿐만 아니라 '깎았수다', '내렸수다'와 같은 잘못된 제주어가 간판이나 홍보물에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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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았수다’, ‘내렸수다’도 틀린 표기
제주시 일도1동에 있는 일도1동주민센터. 제주도청 누리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제목을 빌려 제주어 간판을 내건 제주시가 “잘못된 제주어를 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제주시는 간판을 철거했다.

3일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제주시 일도1동 주민센터 앞 공중화장실 외벽에는 ‘멋진 제주 속았수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조명 구조물을 설치했다. 제주시가 에너지 절감과 미세먼지 차단, 미관 개선을 위해 화장실 벽면에 녹색식물을 심는 ‘그린커튼 조성사업’을 하면서 제주어 모양의 조명 구조물을 간판처럼 내건 것이다. 이 시범사업에는 총 38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하지만 시공한지 한 달도 안 된 구조물은 이날 오전 철거됐다.

문제는 ‘속았수다’라는 제주어의 표기였다. 지난달 25일 제주도청 누리집의 신문고에는 ‘일도1동 주민센터가 ‘멋진 제주 사기당했다’라고 광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간판 글귀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제목을 차용한 것 같다”며 “드라마는 드라마로 이해할 수 있지만, 관공서까지 잘못된 제주어를 사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주어 ‘속았수다’의 바른 표기는 ‘속앗수다’ 또는 ‘속앗우다’이다. 제주어의 받침에는 시옷만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도가 2009년 발간한 ‘제주어사전’에는 ‘어려움이나 수고를 당하다’는 뜻을 가진 제주어 기본형 ‘속다’의 활용 예로 ‘아이고, 폭삭 속앗우다’를 들고 있다. 제주어보전회 관계자는 “제주어의 (받침) 표기에는 쌍시옷이 없어서 ‘속았수다’는 틀린 표기”라며 “‘속다’를 활용할 때 제주시에서는 센 발음으로 ‘속앗수다’, 서귀포시에서는 연한 발음으로 ‘속앗우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제목에 나온 ‘폭싹’ 역시 잘못된 표기이다. 이 관계자는 “폭싹이 아니라 ‘폭삭’이 올바르다”며 “(‘매우’라는 뜻을 가진) 폭삭은 ‘복삭’의 큰말(같은 의미지만 거센 느낌을 주는 단어)인데, 지역에 따라 폭삭 또는 복삭으로 발음을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제주시가 간판에 쓴 ‘속았수다’는 틀린 표기로, 도민과 관광객에게 잘못된 뜻을 전달할 수도 있다. 신문고에 글을 쓴 이는 “‘속다’는 표준어로 ‘사기당하다’는 의미가 있다. (속다) 쌍시옷을 쓰게 되면 (제주어로 수고의 뜻이 아니고) ‘사기당하다’는 의미가 되어버린다”며 “일도1동 주민센터가 ‘멋진 제주인 줄 알고 사기당하셨죠?’라고 광고하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제주시는 제주학연구센터에 ‘속았수다’의 정확한 제주어 표기를 질의한 결과, ‘속앗수다’로 표기하기를 권장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주시 관계자는 “쌍시옷 받침이 제주어에 없는지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흥행 이후 ‘속았수다’ 뿐만 아니라 ‘깎았수다’, ‘내렸수다’와 같은 잘못된 제주어가 간판이나 홍보물에 쓰이고 있다. 제주어보전회 관계자는 “드라마가 나왔을 당시에도 제주어 연구자들이 제주도청에 연락해 제대로 감수를 했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드라마에서 (받침에) 쌍시옷을 쓴 이후 곳곳에서 쌍시옷이 잘못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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