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김건희-건진법사-통일교 공모해 이익 주고 받았다”

문상현 기자 2025. 9. 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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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이 김건희씨가 전성배씨와 역할분담을 하고 통일교로부터 청탁과 금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특검은 김건희씨를 ‘대통령 직무에 해당하는 각종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이른바 ‘통일교-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 김건희씨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통일교가 각종 이익을 주고받기로 공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통일교가 교리 실현과 이권 확대를 위해 윤석열 측을 지원했고, 김건희씨는 전성배씨와 역할 분담을 하면서 각종 이익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특검은 김건희씨를 ‘대통령 직무에 해당하는 각종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시사IN〉이 국회를 통해 확보한 김건희씨 공소장에는 통일교의 청탁 배경과 내용, 이 과정에서 드러난 김건희씨의 고가 명품가방과 목걸이 수수 전말이 담겼다.

8월12일 김건희씨가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소장에 따르면, 통일교는 2012년 문선명 초대 총재 사망 이후 후계 구도 문제와 한학자 2대 총재(문선명 초대 총재 배우자)와 3남 문현진씨 사이 대규모 자산 소송전으로 인한 내분이 발생해 재정이 악화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학자 총재는 2019년 10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희망 전진대회’ 등에서 “참부모(한학자)의 뜻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한학자 총재의 뜻으로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치 일념을 강조해 왔다. 특검은 통일교가 정교일치 이념과 이권 확대를 위해 캄보디아 메콩피스파크 사업(MPP사업) 등 대규모 공적자금과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사업을 추진했는데, 대규모 공적자금 조달이 필요한 사업이어서 정부 조직과 예산, 정치인의 영향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러한 배경에서 통일교가 2022년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통일교의 정책을 정부 정책으로 수용하고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교 2인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관련 청탁의 소통 창구로 김건희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동시에 활용하는 등 이른바 ‘투트랙’을 만들기로 했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우선 윤영호 전 본부장은 권성동 의원에게 먼저 접근했다. 그는 2021년 12월29일, 2022년 1월5일 2차례에 걸쳐 한 언론사 부회장을 통해 당시 ‘윤핵관’으로 불리며 윤석열을 지근거리에서 돕던 권성동 의원을 만나 이러한 취지로 제안했다. “2022년 2월 개최될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 서밋에 윤석열이 참석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통일교의 정책, 프로젝트, 행사 등을 나중에 윤석열 정권이 국가정책으로 추진하는 등으로 지원해주면, 통일교 신도들의 조직적인 투표 및 통일교의 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석열의 대선을 도와주겠다.”

특검은 이러한 제안을 하는 과정에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한학자 총재의 승인을 얻어 권성동 의원에게 금품을 공여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권성동 의원은 2022년 2월8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통일교 건물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나 ‘통일교가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큰절을 하는 등 감사 표시를 했다.

7월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찾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시사IN 이명익

윤영호 전 본부장이 권성동 의원에게 했던 제안은 권 의원과 한학자 총재의 만남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실현됐다. 2022년 2월13일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에서 윤석열과 마이크 펜스 미국 전 부통령의 면담을 주선했다. 특검은 이를 두고 ‘통일교가 이 행사를 통해 마치 미국이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방법으로 도왔다’고 판단했다. 이후 한학자 총재는 2022년 3월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참부모(한학자)님 특별 집회’에서 통일교 간부진과 5개 지구회장, 기관장 등 약 120명 정도가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한 총재의 지지 선언에 따라 통일교는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석열의 대통령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직후 통일교와 윤석열 정권은 더욱 밀착했다. 권성동 의원은 대선 이후인 2022년 3월 22일 오전 다시 통일교를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나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한다는 인사를 받고, 윤영호 전 본부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던 윤석열 당시 당선인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본부장과 윤석열이 만났고, 윤석열은 이 자리에서 “한학자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은 윤석열에게 ‘통일교의 프로젝트인 제5유엔사무국 설치 및 아프리카 유니언의 행사 비용을 국가 ODA(공적 개발원조)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각종 현안과 행사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윤석열로부터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두 달 뒤인 2022년 5월22일 통일교 행사에서 신도들에게 ‘윤석열과 독대해 통일교 현안과 관련해 암묵적인 지원 동의를 받았다’고 홍보했다.

특검은 윤영호 전 본부장의 홍보가 실제로 이행됐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22년 3월 윤석열과 윤영호 전 본부장 만남 일주일 뒤인 3월30일자로 외교부 외교안보분과에서 작성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아프리카 ODA 2배 증액 목표 제시 등 정부의 아프리카 외교비전 발표 계획이 기재됐다. 그후 2024년 6월께 윤석열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밖에 특검은 윤석열의 2022년 11월 캄보디아 방문 이후 승인된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다리사업’ 관련 차관 지원(2022년 12월9일), 2023년 2억원이었던 이 사업의 예산이 2024년 약 50억,2025년 약 588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 김건희씨가 2022년 11월께 케냐 영부인 환담 과정에서 ‘아프리카 새마을 운동’을 언급한 것도 모두 통일교 청탁이 받아들여진 정황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7월18일, 권 의원이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특검은 통일교의 이 같은 선거 지원을, 김건희씨가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당선 이후 통일교와 정권의 유착 관계가 심화된 배경에는 권성동 의원뿐만 아니라 김건희씨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영호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전성배씨가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친분이 두텁고, 향후 윤석열 정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란 말을 전해 듣고 전성배를 만났다. 이후 김건희씨는 2022년 3월30일께 전성배씨의 요청에 따라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전성배씨가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취지로 말하며 감사를 전했다.

이를 통해 윤영호 전 본부장은 전성배씨가 김건희는 물론 윤핵관 등 윤석열 주변 정치인들에 대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윤 전 본부장은 이미 권성동 의원을 통해 통일교 현안과 관련한 요청을 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었지만, 한학자 총재의 별도 승인을 받고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도 통일교 추진 프로젝트에 대한 요청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이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의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선물하며 친분을 만들었고, 이후 전성배씨와 윤석열 주변 정치인들을 통해 통일교 현안과 관련한 대통령 직무에 속하는 각종 정책적 지원과 지지를 청탁했다.

특검은 구체적으로 김건희씨와 전성배씨는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통일교 도움이 매우 컸으므로 통일교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졌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전성배씨가 김건희씨를 대신해 통일교와 접촉하는 것이었다. 김건희씨가 2022년 3월30일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앞서의 감사 인사(“대선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께 인사드리겠다”)를 한 배경이 여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특검은 김건희씨가 이 전화로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전성배씨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는 한편, 향후 통일교 측의 필요한 요청에 대해서는 전성배씨와 논의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화 통화 이후 김건희씨에게 통일교 측의 고가의 선물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께 윤영호 전 본부장은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김건희씨에게 선물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해 승인을 받았고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 선물 전달 의사를 밝혔다. 전씨와 윤 전 본부장은 전달 방법으로 전씨가 선물을 받아 김건희씨에게 전달하기로 정했다. 이에 따라 전성배씨는 2022년 4월7일 오후 2시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통일교 운영 카페에서 윤영호 전 본부장을 만나 802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 1개 및 천수삼 농축차 1개를 제공받았다. 특검은 김건희씨가 그 무렵 전성배씨로부터 윤영호 전 본부장의 청탁과 함께 가방과 천수삼 농축차를 전달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전성배씨는 2022년 4월23일께 김건희씨에게 비밀리에 통일교와 접촉할 것을 제안하고 2022년 4월30일께 김건희씨에게 윤영호 전 본부장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청탁 관련 메시지를 보내는 등 통일교 청탁 내용을 전달했다.

2024년 12월19일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교 측의 선물은 윤석열의 첫 순방 직후에도 이뤄졌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당초 윤석열과 김건희씨의 나토 해외 순방을 앞두고 김건희씨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성배씨에게 2022년 6월26일께 선물 제공 의사를 전달했지만 해외 순방 일정을 확인한 전씨가 “내일(2022년 6월27일) 2시에 출발해 7월1일에 돌아오니 다음주에 연락을 달라”며 날짜를 조율했다. 특검은 이후 2022년 7월5일 전성배씨와 만난 윤영호 전 본부장이 통일교 현안과 행사에 한국 정부의 조직, 예산, 인사 청탁과 함께 1271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1개와 천수삼 농축차 1개를 제공했으며, 그 무렵 김건희씨가 전씨로부터 전달받았다고 판단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2022년 7월11일께 전성배씨에게 김건희씨의 반응이 어땠는지 물었고, 전씨는 14일께 김건희씨가 직접 전화할 예정이라고 고지했다. 실제 김건희씨는 2022년 7월15일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앞서 받은 금품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건희씨와 통화한 윤영호 전 본부장은 7월24일께 한 차례 더 금품 제공 의사를 전했다. 6220만원 상당의 영국의 그라프 목걸이였다. 통일교가 추진하는 국제행사에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였다.

특검은 김건희씨가 전성배씨를 통해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통일교 교인을 집단 가입시켜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도 의심한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윤 전 본부장은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로부터 요청을 받고 한학자 총재의 승인 하에 통일교 단체의 조직, 재정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 및 선거운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시사IN〉 취재에 따르면 특검은 압수물 포렌식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과 전성배씨가 2022년 11월 통일교 교인들을 국민의힘 권리당원으로 가입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2023년 2월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성동 의원을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권리당원 1만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특검은 이를 종합해, 전성배씨와 공모해 대통령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윤영호 전 본부장으로부터 총 3회에 걸쳐 합계 8293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로, 김건희씨를 8월29일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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