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축구경기 카드섹션시킨 제주도 고교… 인권위 “불참 보장하라”

손덕호 기자 2025. 9. 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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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고등학교가 재학생들을 경기 응원에 동원해 축구 경기 카드섹션을 시켰다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인권위 조사에서 학교 측은 "응원 연습은 전교생이 참석했다"면서도 "경기 당일 응원 참가는 학생과 학부모 동의를 받도록 했고, 경기가 열리는 주말에는 약 50%의 학생만 참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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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섹션, 더 이상 우리 사회 보편적 문화 양식 아냐”
“응원 불참 학생에게 대체 프로그램 제공해야”
과거 제주도 고교들이 펼친 '백호기' 축구경기 응원전 모습. /레딧 캡처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가 재학생들을 경기 응원에 동원해 축구 경기 카드섹션을 시켰다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인권위는 “자율적인 응원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학생들이 원하지 않으면 응원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다.

3일 인권위에 따르면 정모군은 서귀포고 2학년이었던 지난해 학생자치회가 대외적으로는 응원 연습과 경기 당일 응원 참여는 의무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라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제주도에서는 1971년부터 지역 언론사 주최로 초·중·고교가 참여하는 축구 대회 ‘백호기’가 개최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공동 후원한다. 고등부는 대기고·서귀포고·오현고·제주중앙고·제주제일고 등 5개 고등학교가 참가한다. 각 학교 재학생들이 벌이는 카드게임 등 매스게임이 유명하다.

정군은 응원 연습 과정에서 학생자치회 간부들이 학생들에게 “목소리 봐라” “배운 게 맞냐” “웃음이 나오지” “손동작 똑바로 안 하느냐” 등 고성을 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학생을 인격체가 아닌 응원 도구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B고교의 교사들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을 호응하고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정군도 모든 학생이 응원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군에 따르면 학교는 모든 학생을 버스에 태워 일단 경기장으로 데려갔고, 경기 후 응원 참가자는 버스를 타고 학교로 복귀시켰다. 그런데 학교 측이 미참여자에게는 “대중교통으로 하교하라”고 했다는 게 정군 주장이다.

정군은 언론에 축구 대회 응원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게재된 후 학생자치회 구성원들이 자신을 향해 소셜미디어(SNS)에 인신공격성 게시물을 올렸다고 했다. 정군은 이를 학교에 알렸으나, 서귀포고가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정군은 작년 4월 학교를 자퇴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학교 측은 “응원 연습은 전교생이 참석했다”면서도 “경기 당일 응원 참가는 학생과 학부모 동의를 받도록 했고, 경기가 열리는 주말에는 약 50%의 학생만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학교와 학생회가 정군의 주장처럼 ‘응원에 참가하라는 반강제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주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서귀포고의 응원 연습 참가 비율은 72.2%, 경기 응원 참가 비율은 64.9%이다. 다른 4개 고등학교와 비교하면 높거나 낮지 않은 중간 정도였다.

인권위는 서귀포고가 학생들에게 응원 참여를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학생회 간부가 학생들에게 언성을 높인 것은 인권 침해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경기 응원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복귀 차량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카드섹션과 같은 응원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보편적 문화 양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강제성과 집단성을 최소화하고 학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형태의 응원 문화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서귀포고와 제주교육감에게 “자율성·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응원 방식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 응원 미참여 학생들에게 적절한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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