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시력 잃은 美32세女, 심장·간·신장 3중 장기이식 후 결혼 앞둬

김영섭 2025. 9. 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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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백혈병·안구암으로 시력 잃었는데...30대초엔 심장 간 콩팥 기능까지 잃어, 3중 장기이식수술 후 회복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의 장기이식 수술 장면. 국내 의료진도 심장·간·신장 등 3종 장기이식 수술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 고난도 수술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어릴 때 백혈병·안구암으로 시력을 잃은 30대 초반의 미국 여성이, 심장·간·신장 등 장기부전을 앓아 3중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뒤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엑스프레스'는 2일(현지시간) 시카고 출신인 제시카 로페즈(32)가 심장·간·신장 등 3중 장기이식 수술을 올 2월 성공적으로 받은 뒤 회복, 내년 캘리포니아에서 결혼식을 올릴 꿈에 부풀어 있다고 보도했다.

로페즈는 유아기에 백혈병과 안구암의 일종인 망막모세포종에 걸려 투병하다 시력을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0대 초반에는 심장·간·신장의 기능을 거의 잃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소아암을 앓은 뒤 생존한 성인은 암 치료의 독성 영향 탓에 다른 사람보다 심장병 위험이 10배, 심부전 위험이 15배 더 높다.

그녀는 노스웨스턴 메모리얼병원 심장외과에서 벤자민 브라이너 박사의 집도로 심장·간·신장 등 3중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브라이너 박사팀이 간 이식을 하는 동안, 다른 팀은 심장 이식을 했다. 이후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에도 거뜬히 성공했다. 장기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했던 그녀의 꿈은 시카고 로욜라대에서 법의학을 공부해 범죄현장의 수사관이 되는 것이다. 실현 여부와는 별도로, 꿈 자체가 원대하다.

로페즈의 말이다. "혼자 이동할 땐 랜드마크를 활용해요. 휴대폰 접근성 기능을 통해 차량공유 서비스와 소셜미디어 앱도 이용하죠. 혼자 요리할 땐 손으로 가스레인지 위 물건을 찾은 뒤 밥·해산물·스파게티 같은 걸 요리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잘 할 수 있어요."

브라이너 박사는 "로페즈의 수술 전까지 3중 장기이식 수술은 통틀어 59건 시행됐다. 그녀는 긍정적이고 사랑스럽고 유머감각이 뛰어나 수술 후 회복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장·간·신장 등 3중 장기이식 수술, 매우 어렵고 장기기증자 구하기도 힘들어"

심장·간·신장 등 3중 장기이식 수술은 내로라하는 베테랑 외과의사에게도 위험도가 매우 높은 고난도 수술로 통한다. 3중 장기이식 수술에 대한 기록은 제대로 검색되지 않는다. 장기이식 수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초창기엔 이런 수술이 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환자가 썩 오래 살지 못했다. 면역 거부반응의 벽을 넘지 못하고 숨지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중국 등 일부 국가의 불법 장기 밀매 등으로 장기이식 수술 자체가 공개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부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2018년 12월 19~21일 미국 시카고대 부속병원에서 미시간주 출신 새라 맥팔린(29·여)과 시카고 남부 출신 다루 스미스(29·남)에게 심장·간·신장 등 3중 장기이식 수술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환자에게 동시에 성공적으로 심장·간·신장 이식 수술을 한 것은 미국 의학계 사상 처음이었다고 한다.

2019년 1월 초 시카고대 부속병원 측은 "3중 장기이식으로는 미국 내에서 16번째와 17번째, 두 환자 동시 3중 장기이식 수술은 미국 의학계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의료진은 이들 환자에게 27시간 만에 심장·간·신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심장·간·신장 등 세 가지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공식 기록이 아직 없다. 2중 장기이식 수술에 성공한 사례는 꽤 있다.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3중 장기이식 수술의 성공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물론 이런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할 능력은 우리도 이미 갖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알게 모르게, 미국서만 60명 이상이 심장·간·신장 3중 장기이식 수술받은 듯"

심장·간·신장 등 3중 장기이식 수술은 기본적으로 수술 과정이 복잡하고, 수술 후 면역 거부반응으로 위험하고, 다발성 장기 기능 저하로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고, 한꺼번에 세 가지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사람(뇌사자)을 구할 확률도 매우 낮다. 이 때문에 3중 장기이식 수술의 진행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간은 크기가 크고 출혈이 심하며, 심장은 혈액 공급에 매우 민감해 다른 장기보다 이식이 훨씬 더 까다롭다. 신장(콩팥)의 이식 수술은 간과 심장보다는 더 쉽다.

3중 장기이식 수술은 여러 장기를 동시에 이식해야 하므로 수술 범위가 넓다. 수술 중이나 수술 후 출혈, 감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매우 높다. 면역 거부반응은 일반적인 이식 수술에서도 흔하지만, 여러 장기를 이식할 경우엔 훨씬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를 이식한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그래도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심장·간·신장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이 동시에 떨어진 환자는 신체 기능이 전반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여서 수술을 견디기가 어렵다. 심장과 간은 신장에 비해 수술 건수나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특히 심장이 제대로 박동하고 있지 않은 뇌사자의 간을 이식하는 데는 큰 문제가 따를 수 있다. 3중 장기이식 수술의 성공 여부는 환자의 상태, 의료진의 전문성, 수술 기술 등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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