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한의원연맹 설립 ‘속도’…‘대미 투자’ 14개주 의원들로 ‘개문발차’ 추진

강윤서 기자 2025. 9. 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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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원단, 지난달 28일 서울 찾아 한미의원연맹과 간담회…“연맹 설립 공감대”
韓 산자위원장 격 美 에너지상업위원장 “미한의원연맹 설립에 적극 나서보겠다”
연맹 설립되면 멕시코·캐나다·러시아·英·獨·日·中에 이어 미국의 8번째 의원연맹
“美의원들, 韓의 대미 투자에 뜨거운 관심…韓의 바이오·화장품 산업도 상세 설명”
“美측, 한미정상회담 통해 ‘李 대통령은 친중·반미’라는 일부 오해 해소했다” 평가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8월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 서명을 준비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공식기구인 한미(韓美)의원연맹(공동회장 조정식·조경태 의원)의 카운터파트(동급의 상대)인 미한의원연맹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한미의원연맹은 지난 3월 양국 의회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정책 공조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출범했다. 다만 한미의원연맹은 국회 최대 규모인 한일의원연맹이나 한중의원연맹과 달리 아직 상대 측 연맹이 구성되지 않았다.

미한의원연맹이 아직 설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측 의원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의원들을 설득하며 연맹 설립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 측도 공감대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국 50개주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집중된 주의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맹 설립을 본격화하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지난 달 28일 미국 연방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의원단 방한 당시 한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과 진행한 오찬 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식 "美도 정상회담 계기로 미한의원연맹 필요성에 크게 공감"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28일 한국을 찾은 미국 연방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의원단과 한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은 서울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미국의 에너지상업위원회는 한국의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격으로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는 같은 달 25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미의원연맹의 상대격인 미한의원연맹 설립도 본격화하자는데 양국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특히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활발한 약 14개주의 소속 상하원 의원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들을 중심으로 의원연맹의 발판을 만들어보자는 논의도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서 한미의원연맹 공동회장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미한연맹설립을 두고 이를 주도할 미국 측 핵심 인물 격인 '키 맨(key man)'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조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미국에서도 총대를 메고 미한의원연맹 설립을 추진할 사람이 필요한데 (오찬 간담회에서) 미국 에너지상업위원장한테 그 역할을 제안했더니, 위원장도 '적극적으로 한 번 나서보겠다'고 답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 의원은 "한미의원연맹 차원에서 올 12월 미국을 한 번 더 방문해 더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동회장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최근 한국 의원들이 관세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미 의원 20여 명을 만나 미한의원연맹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이번 에너지상업위원회 의원단과 만나서도 '이젠 때가 됐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한의원연맹 설립 필요성에 크게 공감 중"이라며 "한국의 투자가 활발한 주 소속 상하원 의원은 물론, 코리아 코커스의 상원 의원 역시 비슷한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한미의원연맹은 지난 3월 창립 이후 미국 측에 미한의원연맹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미국 측도 지난 2023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상원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만든 자발적 모임 성격의 '코리아 코커스(U.S. Senate Korea Caucus)' 등에서 미한의원연맹 결성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미국은 7개국에 대한 의원연맹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 유럽에선 영국과 독일, 아시아에선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이 그 대상 국가다. 여기에 한국이 과연 미국의 8번째 의원연맹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미국은 의원연맹을 의회 공식 기구로 인정받기 위해선 법률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는 게 우리 측의 설명이다. 에너지상업위원장 등 미국 상임위원회 중에서 미한의원연맹을 앞장서 추진할 핵심 인사가 필요하다는 제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8월28일 한미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과 미국 에너지상업위원회 소속 의원단이 오찬 간담회를 열고 사진을 찍고 있다. ⓒ조경태 의원실 제공

조경태 "12월 방미해 더 구체적인 로드맵 가져올 것"

이번 오찬 간담회는 한미 정상회담 후 양국 의원들 간 첫 대화의 장이 한국에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미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모인 자리에서 반도체, 조선업, 원전 및 에너지 등 분야별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진 점도 고무적이다.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관세협상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한 후속 조치가 산적한 가운데, 초당적 의원 외교를 통해 추가 협상의 물꼬를 틀고 동맹의 다각화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관세 전쟁에 따른 자국 내 향후 물가상승 우려 등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 행보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측은 주로 미국 본토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 받을 수 있게, 미국 의회 차원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다. 

간담회에 한국 측에서는 두 공동회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신성범·배준영·조정훈 의원, 민주당 이언주·김영배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공화당 소속 브렛 거스리 에너지상업위원장(켄터키)과 민주당 소속 간사인 프랭크 팔론 의원(뉴저지)을 비롯해 존 조이스(펜실베이니아), 다이애나 하시바거(테네시), 에린 하우친(인디애나), 러셀 프라이(사우스캐롤라이나), 크레이그 골드먼 의원(텍사스·이상 공화당), 트로이 카터(루이지애나), 그레그 랜즈먼(오하이오·이상 민주당) 의원 등 9명이 참석했다.

미 의원단은 관세협상을 둘러싼 한국의 투자 정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유일한 산자위 소속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이언주 의원은 "(미 의원들이) 지난 관세협상 타결 중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조선과 반도체 외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강조할 부분이나 미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며 "그래서 이들에게 '한국이 굉장히 발전한 산업이 많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화장품이나 바이오 분야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 탈피도 화두에 올랐다. 특히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비롯해 이번 방미를 계기로 진보 진영 정부에 대한 '친중·반미' 오해가 일부 해소됐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프랭크 팔론 의원은 초당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지지한다면서 한미군사동맹의 확고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언주 의원은 "(미 의원들한테)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한국은 중국과 첨단 제조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가 된 반면, 미국과는 미국의 IT, 빅테크, 자본 분야와 한국의 조선, 원전 등 첨단 제조 분야 차원에서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웃나라인 중국과 관계를 관리하는 수준으로만 지낸다는 건 우리에게도 현실적인 노선"이라면서도 "미국 역시 한국이 대체 불가한 경제동맹, 산업동맹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알렸다.

한미의원연맹은 지난 3월 여야 의원 170여 명으로 구성돼 출범한 국회 공식 기구다. 연맹 회장은 당을 초월한 동맹을 하자는 의미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각각 1명씩 맡고 있다. 새 정부 출범한 이후에는 지난 7월 연맹 차원에서 미국을 찾아 미 의원들과 만나 관세협상을 둘러싼 쟁점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만 한미의원연맹은 한일의원연맹이나 한중의원연맹과 달리 아직 상대 측 연맹이 구성되지 않았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각각 일한의원연맹과 중한우호소조(중한의원연맹)를 통해 양국 의원 간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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