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장기판 치웠더니 ‘콜라텍’이 북적···갈 곳 없는 어르신들, 여가시설 부족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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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는 사람들 중 영화 보는 사람 없어요. 대부분 자리에서 이어폰 끼고 유튜브나 보죠."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실버영화관 로비에 앉아 있던 이모(80) 씨는 기자에게 이같이 푸념했다.
매표소에서 '지폐 두 장'(2000원)과 관람권을 바꾼 이 씨는 "날씨가 덥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일주일에 3번 정도 찾아온 지 20년째"라며 "오늘도 같은 영화를 벌써 3번째 봤는데, 서울에서 노인들이 2000원 가지고 시간 보낼 장소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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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엔 로비 머물며 시간보내
2000원짜리 콜라텍도 ‘북적’
“돈 없는 사람들이 어딜 가겠나”

“여기 오는 사람들 중 영화 보는 사람 없어요. 대부분 자리에서 이어폰 끼고 유튜브나 보죠.”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실버영화관 로비에 앉아 있던 이모(80) 씨는 기자에게 이같이 푸념했다. 영화관 로비는 영화 시작 수 시간 전부터 도착한 이들과 영화 종료 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음료로 목을 축이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매표소에서 ‘지폐 두 장’(2000원)과 관람권을 바꾼 이 씨는 “날씨가 덥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일주일에 3번 정도 찾아온 지 20년째”라며 “오늘도 같은 영화를 벌써 3번째 봤는데, 서울에서 노인들이 2000원 가지고 시간 보낼 장소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왔다는 조모(95) 씨도 “아침에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나와서 영화 한 편 보고 시간을 보내다 오후 4시쯤에 집에 간다”며 “노인정에 가봤자 이렇다 할 활동도 없고 어디 나갈 수도 없으니 답답해서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도심 속 쉼터는 하나 더 있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콜라텍 앞도 지폐 두 장을 손에 쥔 노인들로 붐볐다. 빨간 천으로 장식된 문을 열었더니 휘황찬란한 색의 원피스와 셔츠를 입은 남녀 50여 명이 짝을 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온 김모(67) 씨는 “돈도 없는데 집에 누워만 있으면 심심하니 이곳에 자주 온다”며 “사람들과 만나 함께 밥 먹으며 이야기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말했다.
콜라텍에서 시간을 보내던 한 60대 여성은 “무 한 개도 4000원 하는 판국에 돈 없는 사람들이 어딜 가겠냐”며 “여기가 그나마 스트레스 풀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여기도 얼마나 운영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있던 장기·바둑판이 국가유산보호구역 보존을 이유로 철거되면서 논란이 커진 가운데, 편안하게 찾을 장소가 마땅치 않고 즐길 거리도 마땅히 없는 ‘노인 여가 빈곤’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인들은 몇 안 되는 쉼터인 실버영화관 등을 전전하지만, 이들 시설 대부분이 적자 운영 상태여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로 실버영화관은 매년 12만 명의 노인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쉼터이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콜라텍 영업장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영업에 타격을 받으며 점점 사라지고 있다. 3일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콜라텍 영업장은 2019년 502곳에서 2024년 403곳으로 6년 새 20%가 없어졌다.
실버영화관을 운영하는 김은주 대표는 “연간 약 12억 원의 운영비가 소요되는데, 정부 지원금은 단 2%밖에 안 돼 적자를 오롯이 저희가 부담하고 있다”며 “그래도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시기 때문에 극장 운영은 최대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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