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의 사슬…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70여 년 작업 여정을 되짚는 전시가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은 내년 1월 4일까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Louise Bourgeois: The Evanescent and the Eternal)'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루이즈 부르주아 아시아 순회 전시의 일환으로 뉴욕 이스턴 재단과의 협력으로 기획돼 삼성문화재단 소장품 13점을 포함, 해외 주요 기관 및 개인 소장품을 망라한 106점의 회화·조각·설치 등을 선보인다.
전시명 '덧없고 영원한'은 부르주아가 생전에 쓴 글에서 차용한 것으로 전시에서는 '사라지는 것과 영원한 것'이라는 양극 개념을 통해 남성과 여성, 과거와 현재,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렸던 작가의 정체성과 감정을 탐구한다.
부르주아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작가로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 심각하게 앓았던 우울증 등 자신의 삶을 작품에 그대로 투영하는 작업을 했던 예술가다.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 구조로 연출되는 전시는 1층은 의식을 상징하는 밝은 공간으로, 2층은 무의식을 함축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밀실(검은 날들)'은 검은 철망 안에 압축된 작가의 개인사와 기억, 욕망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허공에 떠 있는 부르주아의 소장 옷들에서는 어린 시절 직물 공방을 운영한 어머니의 기억을, 여성의 유방 또는 남근을 연상케 하는 드레스 밑에 놓인 두 개의 대리석 구체에서는 성적 욕망에 대한 작가의 의식이 드러나 있다.


문으로 둘러싼 방 안에 침대와 일상적인 사물이 놓인 '붉은 방(부모)'는 가족관계 속에 친밀함과 거리감, 작가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적 성적 충동과 호기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방 내부를 문 사이 틈새와 거울로 관찰할 수 있게 설계된 작품은 마치 아이가 부모의 은밀한 순간을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억눌린 기억과 욕망, 트라우마 등을 예술로 해소하려고 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아울러 그림과 함께 볼 수 있는 작가가 남긴 글은 이번 전시만의 특별함으로 꼽을 수 있다. 전시장 곳곳 한국어로 번역된 부르주아의 원문들은 공간과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높이는 장치로 기능한다.
전시 기간 중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다음 달 30일에는 부르주아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프랜시스 모리스 전 테이트 모던 관장이 호암미술관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하며, 전시를 기획한 이진아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원의 작품 해설 토크 등도 운영한다.
이진아 학예연구원은 "이번 전시는 부르주아가 생애 전반에 걸쳐 남긴 일기, 정신분석 기록 등을 작품과 병치해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라며 "작가가 남긴 기록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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