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사법 행정권 남용’ 1심 무죄 양승태에 징역 7년 구형
1심은 ‘전부 무죄’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2심 재판에서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오는 11월 26일이다.

3일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는 징역 5년과 4년을 각각 구형했다. 모두 1심 때와 같은 구형량이다.
검찰은 이날 최후 의견을 밝히며 “사법 행정 담당자들의 여러 행위가 심각한 남용에 이르렀거나 사법 행정권을 부적절하게 행사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와 관련 사건 재판에서도 법원 행정처 행위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개입돼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재판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소모임인 인권과사법제도모임(인사모)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압박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 “사법행정권의 부적절한 행사”라며 “(무죄를 선고한)원심에 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기 6년(2011~2017년)간 사법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법관 비위 은폐’ 등 혐의가 47개에 달한다. 대법원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일부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별도 관리하면서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이다.
그러나 1심은 지난해 1월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할 권한은 없고, 권한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직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거나 남용하지 않았다”며 양 전 대법관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서도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양승태 “검찰, 흑을 백으로 만들어...항소이유서에서 재판부 모욕”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직접 최후 진술에 나서 “검찰의 견강부회식 억지로 수많은 판사들이 모욕적 수사를 받았다”며 “항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검사가 검찰에 실망하고 조직을 떠나면서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흑을 백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의 항소 이유서에 대해서도 “검찰은 1심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고 해서 느닷없이 ‘(재판부가)부화뇌동해 오로지 피고인들을 위해서만 재판을 진행하고, 맹목적으로 무죄를 선고하겠다고 마음 먹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섬뜩하면서도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며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은 사람들을 ‘법꾸라지’라고 하는 저급한 용어로 지칭하면서 욕설을 했다”고 했다. 이어 “법조계를 아끼고 장래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 검찰의 성찰이 없는 것 참 슬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수사가 시작되고 재판을 거쳐 온 세월이 어언 7년이 됐다”며 “인생 한 토막이 뭉텅 잘려나갔고 그 과정에서 겪은 모욕과 고통의 시간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검찰은 법원 위상 강화와 조직 보호를 도모한 것이 범죄적 목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공소장에 기재했으나 이는 사법 행정의 소임일 뿐”이라며 “공소사실 중 위법한 행위를 한다는 인식 하에 범죄 공모를 하거나, 사심을 갖고 관여한 바는 한 순간도 없었다”고 했다.
고 전 대법관은 “경위가 어쨌든 전 대법관으로서 법원행정처장 재직 시절에 있었던 일로 인해 피고인으로서 재판 받는 것 자체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판부께서 직권남용에 관한 판례 법리와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 엄격한 증거 원칙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와 법리적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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