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활용 막히나” vs “주가 부양 마지막 퍼즐”…소각 의무화 ‘갑론을박’ [투자360]

신주희 2025. 9. 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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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져
소각 의무화시 법인세 급증 전망
전문가 “배당 확대보다 자사주 소각 더 효과적”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2차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전 필리버스터를 표결로 중단시킨 후 상법 2차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182명 중 찬성 180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문이림 기자] 기업이 자사주 매입시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계에서는 ‘더 센’ 상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영 자율성 침해와 상법 개정안이 상법 내 다른 규정과 충돌해 법체계 혼란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단순 배당 확대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크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다만 기업이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재계 “임직원 보상·인수합병시 자사주 못 쓰나”

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김남근, 민병덕, 김현정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에 대해 회원사들은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현행 상법은 임직원 보상, 기업 인수합병(M&A), 교환사채(CB) 발행 등 다양한 목적에서 자사주 활용을 허용하지만, 개정안은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반드시 소각하도록 규정해 이러한 재무적·전략적 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자사주를 임직원 특별 보상으로 지급했다. 평균적으로 직원 1인당 43주가 배정됐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상당수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되자 자사주 처분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며 위기를 넘겼다. 재계에서는 의무 소각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업들이 오히려 자사주 취득을 꺼리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 이익 보호라는 입법 취지 역시 현행 제도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자기주식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처분한 경우 법원이 결의 무효를 판결한 사례가 있는 만큼, 기존 상법과 2차 개정안만으로도 주주 이익 훼손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보유 여부를 주주총회 결의 사항으로 규정한 개정안 조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재무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권한에 속하는데, 이를 주총에 위임할 경우 긴급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소 한 달 이상 의사결정이 지연돼 기동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다.

법인세 부담 문제도 기업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합병 등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익금산입 처리돼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로 SK그룹의 경우 자사주 소각 의무가 도입되면 최대 5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속한 자금조달 기능 마비되고 경영권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라며 “회사와 주주의 장기적 이익 보호 수단 도입과 함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투자업계 “상법개정안으로 지배구조 문화 바뀌어”

투자 업계와 학계에서는 더 센 상법 개정안이 증시 부양에 효과적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당성향 높이는 것보단 자사주 소각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효과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라며 “배당 확대는 매년 변동 가능성이 크지만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를 줄여 장기적으로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을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본다. 정부가 소액주주 권익 강화를 앞세우자 기업들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를 중심에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이 자사주 활용 방안을 두고 이전보다 훨씬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변화”라며 “법적인 변화는 그런 환경을 외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을 권고가 아닌 의무로 규정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교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사례는 없다”며 “일본처럼 보유 목적과 기간을 명확히 공시하게 하고 투자나 임원 보수 지급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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