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석수선의 K-디자인 이야기…한글 파괴, 원인과 해법

이세영 2025. 9. 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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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본인 제공]

한글은 한국인에게 문자 체계 이상의 역사, 감정, 정체성을 집약한 상징적 매개체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일상화와 모바일 미디어 환경의 확산 속에서, 한글은 축약, 파편화, 외국 문자 혼용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언어 진화로 볼 수도 있지만, 기존 한글의 규범과 의미체계를 벗어난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회문화적 위기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경고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책과 신문이 주요 문해 환경이었던 시절에는, 문법, 표준어, 상식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준이 됐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바일 플랫폼, SNS, 온라인 커뮤니티가 언어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곳에서는 빠른 소통과 즉흥적 표현이 우선시된다. 'ㅎㅇ'(하이), 'ㄱㅅ'(감사)처럼 자음만 남기거나, '킹받네'처럼 영어·한글을 혼용하는 식의 신조어가 대중화되는 이유다.

이런 현상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주요 플랫폼의 언어 규칙에 능숙하게 적응한 결과이며, 반대로 중장년, 노년층은 소외되거나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최근 초등학생 대상 단어 실험에서 '고지식하다', '사흘' 등의 기초어휘조차 제대로 해석하는 학생 수가 절반에도 못 미쳤다.

문해력 저하 현상이 기초학력 저하, 사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도 이어졌다.

한국 사회에서 한글의 변화를 '파괴'로 보는 시각은 언어 순수주의, 민족주의적 태도가 강하다. 일제 식민 지배와 독립운동의 경험이 국어, 특히 한글의 순수·정체성 강조로 이어졌고, 이는 언어 변화에 대한 보수적 태도로 나타난다.

실제로 한글날 직전, 문화계와 교육계는 '언어순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지만, 일각에선 변화 자체를 막을 수 없으며, 언어의 본질은 소통이라는 비판 의견도 나온다.

디지털 언어의 창조적 유희는 세대 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세대 간 언어 감수성, 문화 해석력의 격차를 확대하며 상호 배제 현상을 부추긴다. 청소년층은 '밈'(meme), 익명 커뮤니티 은어, 축약어, 이모티콘 등으로 독자적 '디지털 방언'을 형성해 소통의 주도권을 쥔다.

밈 이미지 [챗 GPT 생성 이미지]

반면 학교 밖 청소년·고령층·이주민 등은 디지털 언어 환경 적응에 불리해 자기 표현력이 약화하거나, 정보 접근에 한계를 경험한다.

이 현상은 사회적 분절과 집단 간 심리적 단절, 나아가 세대 간 상식의 붕괴로 나타난다. '심심한 사과' 논란처럼, 같은 단어임에도 서로 다른 문화, 세대가 해석하는 감정과 의미가 극명하게 갈라진다.

공공 커뮤니케이션, 학교 교육 등에서 비표준어, 신조어, 인터넷 은어가 모범이 되지 못하고, 교육 격차가 심화한다. 특히 SNS·게임 플랫폼의 익명 커뮤니티 언어는 정서·표현 수준 전달에 한계를 가지며 오해와 소통 실패를 거듭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실질 문맹률은 10% 미만으로 떨어졌음에도, '자기 관심 정보만 소비하는 편식 현상', '어휘력 퇴보', '독서 거부'가 현장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하고, 사회적 이분화와 이념 갈등의 뿌리가 된다.

우리말 혼용 사례 [유튜브 캡처]

이 문제를 풀려면 규제와 순화 계몽 차원을 넘어 토대의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언어 통합성 교육이 필요하다. 표준어와 디지털 언어의 균형을 잡는 교육적 가이드라인 개발(예: 학교와 사회교육, 매체 이해력 강화 등)이다.

두 번째로 공공 커뮤니케이션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TV, 공공기관, 지역사회에서 세대 간 상호이해와 언어 다층성을 반영한 표현 방식의 도입이다.

세 번째로 사회적 기술 도구의 개발도 필요하다. 세대별 언어 차이를 자동으로 해석하고 연결해주는 '언어 해석 사전', '브릿지 앱' 등 IT 기반 해소책이 그것이다.

네 번째로 감수성 교육과 문해력 강화 교육도 절실하다. 정기적으로 디지털 문해력과 감수성, 언어 공감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나 직장, 커뮤니티 등에서 운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언어 생태계 구축도 추진해야 한다.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지속적 언어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책과 미디어, 커뮤니티 활동에서 이 내용을 연계해 진행해야 한다.

필자는 한글 파괴 현상이 언어 변화 이상의 위기 신호라고 본다. 무분별한 변형은 한국어, 한글 고유 문화자산의 정체성 약화, 세대와 계층 간 소통 부재, 공공문해력 저하와 국가 경쟁력 위기, 장기적으로 사회적 이분화와 갈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특정 세대,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 디자인 컴퍼니 (주) 카우치 포테이토 대표이사.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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