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제조업 위기에는 피지컬 AI 가 답이다!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5. 9. 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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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년 전,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도둑이 남의 지붕을 통해 침입을 시도 했다. 그런데 지붕에 발을 디디는 순간 지붕이 무너져 큰 부상을 입었다. 이에 도둑은 집 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도둑질은 미수에 그쳤지만 그와는 별도의 문제로, 무릇 지붕이라 하면 보통 사람의 몸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짓고 관리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그렇게 하지 않은 책임을 추궁한 것이다. 미국이 소송천국이라는 점을 강조할 때 나오는 유명한 사례이다.

소송천국이 늘 부정적 면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롭고 다양한 소송을 통해 미국은 새로운 판례를 만들며, 늘 깨어 있으면서 전 세계에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뉴욕 타임즈(NYT)의 기사이다. 십대 청소년이 AI와의 대화에서 Surcide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끈을 설치하고 AI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이 정도면 튼튼하냐고 물었다. AI 가 그 정도면 사람 무게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대답했고,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부모가 AI 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I의 해악성을 경고하는 의미 있는 소송이다. 이 사건과 거의 동시에 미국 44개 주 법무장관은 메타, 구글, 오픈 AI등 12개 AI 사에 공동으로 공문을 보내 “AI가 청소년에게 해악을 끼친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하며, 해악 여부는 부모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의미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요즘은 AI 관련 뉴스가 안 나오는 날이 없다. AI의 부정적인 면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실 생활에서 AI를 자주 이용하게 되면 그만큼 인간의 뇌는 퇴화한다는 경고와 연구결과가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인간이 지각 및 학습능력 그리고 추론능력을 안 쓰게 되니, 인간의 뇌는 점차 퇴화하고 결국 AI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암울한 담론이다. 지금이 AI를 인간의 건전한 윤리와 가치관을 따르는 보조자로 확고하게 자리 매겨 줘야 할 절대절명의 순간이다. 인간의 보조자로서 AI는 데이터 수집 및 정보화 그리고 추론능력으로 지식까지 갖추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겠지만, ‘지혜’만은 인간이 AI대비 우위를 계속 지켜야 한다.

지혜(Wisdom)는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이며 목표이다. 종교적 의미와는 별도로, 인간이 지혜를 얻기까지의 과정과 상관 관계를 설명한 이론이 미국의 애코프(Russel L. Ackoff) 교수가 1989년 발표한 ‘DIKW 피라미드’이다. 그 피라미드의 맨 아래 층에는 D, 즉 무수한 Data 가 깔려 있다. 이는 가공 되지 않은 자료나 수치이고,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 데이터를 가공 또는 처리하여 유익한 의미를 추출해 낸 것이 그 위층의 I , 즉 정보(Information)이다. 정보(I)를 체계화하여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능력이 K, 즉 지식(Knowledge)이다. 지식(K) 위의 최상층은 W, 즉 지혜(Wisdom)이다. 이는 사물과 상황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이고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힘으로, 외부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부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지혜는 AI가 하는 것처럼 데이터의 정보화와 추론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공지능 즉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지능(Intelligence)은 ‘DIKW 피라미드’에서 K 와 W 사이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혹자는 I를 추가하여 ‘DIKIW 피라미드’라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의 AI는 데이터를 가공하여 정보화하고, 상황과 환경을 스스로 인지 및 학습하고 또 추론도 하면서 인간의 질문에 대답한다. 이 정도면 K(지식)를 넘어 I(지능)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AI가 제공하는 이런 지능적 대답을 맹신하고 있으니 문제이다. 지능은 지식보다는 상위개념으로 보인다. 치밀한 준비와 고도의 지적 술책을 사용한 범죄자를 ‘지능범’이라 하지, ‘지식범’이라고 부르지 않는 까닭과 같다.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한 목소리로 지혜의 단계로 가기 전에 지식의 단계를 겸허히 거치도록 가르쳤다. 소크라테스는 ‘무지(無智)의 지(知)’ 즉,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지식과 지혜로 가는 첫 걸음임을 갈파한 것이다. 공자도 논어(論語)에서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앎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 말했다. 그러나 AI는 공자나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가끔 중대한 오류를 범한다. AI는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인간의 어떤 질문에 대해 그 답을 모르면 그냥 솔직히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편향된 정보나 가중치를 가지고 잘못된 정보를 산출하거나 거짓 지식을 창작해 낸다. 그것이 AI의 ‘환각 (Hallucination)’ 이다. 이는 AI의 신뢰성을 크게 해하는 것으로서 윤리성과 함께 AI의 양대 문제점이다.

몇 년 전 인공지능이 장착된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미국의 한 교차로에서 큰 사고를 쳤다. 그 자율주행차는 교차로에 진입할 때 전방에 파란 신호가 있으면 직진하도록 알고리즘이 설정되어 있었다. 전방 사거리에는 신호등과 비슷하게 파란색이 원형으로 칠해진 트럭이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었다. 자율주행차는 움직이는 파란 트럭을 처음 보았지만, 직진 신호등이라고 환각을 일으켰고, 그 결과 직진했고 트럭 측면에 충돌하여 탑승자를 사망케 했다.

보도에 따르면, 생성형(Generative) AI의 환각율은 통상 1.7%인데, 학술 부분에서는 29%까지 오른다고 했다. 챗 GPT에서 AI가 환각을 일으켜 대답하는 황당한 사례가 많이 있지만, 심각한 것은 변호사가 법원에 AI 가 환각으로 창작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자기 사건에 유리하도록 이용하려는 시도이다. 이에 대해 미국과 영국 법원은 ‘환각판례’를 제출하면 법정모독죄로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젠 각 기업별로 생성형 AI를 도입하여 업무처리와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고자 추진 중이다. 성공적인 AI 구축과 그 실질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ERP등 기존 내부 시스템과의 정확한 연계로써, 축적된 D(데이터), I(정보) 그리고 K(지식)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궁극적으로는 AI를 통해 지능과 지혜를 얻으면 이상적이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최근 ‘노란 봉투법’으로 위기를 맞이한 한국 제조업에게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다. 바로 피지컬(Physical) AI의 개발과 활용이다.

생성형 AI인 챗 GPT등이 ‘언어(Language)’를 생성한다면, 피지컬 AI는 로봇을 매개로 하여 ‘동작’을 생성해서 산업에 활용하는 것이다. ‘노란 봉투법’으로 닥쳐올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건설, 물류 그리고 제조업종에서 단순 반복되는 동작을 주로 하는 작업이나 공정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피지컬 AI를 구현해서 작업자를 대체해야 한다. 형태와 목적이 각각 다른 여러 로봇을 하나의 두뇌에 연결하는 것이 피지컬 AI이다. 그것이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사내 하청을 줄이며 또한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28% 정도로, OECD 평균 14%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제조업 강국으로서 지위를 지키려면 피지컬 AI의 개발과 활용은 필수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생성형 AI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는 피지컬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타국가보다 월등히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피지컬 AI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로봇 강국이다.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1만 명당 1,012대의 로봇을 사용하며, 자랑스럽게도 로봇 활용 세계 1위의 지위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피지컬 AI의 개발 및 도입에 필수적으로 시급한 것이 우리나라 산업체의 현실에 맞는 표준화된 온톨로지(Ontology)의 개발이다. 온톨로지란 존재하는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 및 개념을 AI가 이해 할 수 있도록 합의된 문법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피지컬 AI에 연결된 로봇이 스스로 알아서 작업을 하려면 작업 환경, 부품 및 자재의 구조 그리고 안전규정 등을 알아야 하는 데, 그렇게 사물의 데이터를 정보화하고 지식으로 변환시켜 동작결정까지 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기술이 온톨로지이다. 현재 이 기술의 선도자는 미국의 팔란티어(Palantir)이므로 근래 그 주가가 하늘로 치솟았다.

생성형 AI이든 피지컬 AI이든, 아직은 그들이 W(지혜)의 단계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최종 목표는 W이다. 설사 W에 도달하더라도, 그에 대한 통제권은 여전히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산업계 피지컬 AI의 범용성 확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제조업만이 살 길인 우리에겐 명운이 걸린 국가적 과제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육성은 무엇보다도 화급하다.

[진 의환 칼럼니스트/ 소프트랜더스㈜ 고문/ ㈜삼기 북미법인장/ 前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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