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저, OCR업계의 구글…제2의 리멤버 되나

인공지능(AI)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과 산업 현장에는 여전히 수기·서명·영수증 같은 아날로그 기록물이 남아 있다. 식대 영수증부터 택배주소 스티커를 비롯해 생산전표, 검수확인서, 출장보고서, 계약서, 진료 동의서, 입퇴원 서류, 학부모 동의서, 출석부 등 손글씨에 의존하는 서류는 아직도 막대하다.
미국에서 영수증 발급에 쓰이는 종이는 연간 30만~40만톤, 병원 입원 및 치료에 필요한 수기 서류만 2억~3억장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매년 112억장의 종이 영수증을 발급할 정도다. 이처럼 사람손길이 닿은 기록물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다큐먼트AI(Document AI)라고 한다. 여러 기술이 있지만 상용화된 부분은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이다.
OCR은 이미지나 스캔된 문서 속의 글자를 컴퓨터가 인식해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종이로 된 책을 스캐너로 스캔하면 컴퓨터는 단순 이미지로만 저장하지만 OCR을 돌리면, 이미지 속 글자를 읽어내 편집·검색·복사할 수 있는 디지털 텍스트로 바뀐다. 과거에는 글자만 단순 인식했지만 인사이저 같은 다큐먼트AI 기업은 계약서에 들어있는 △계약금액 △거래기한 △위약금 등 핵심항목을 자동정리하고 비교해주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2022년 106억 달러였던 다큐먼트AI 시장은 2030년 329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14%대 성장세 속에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고, ABBYY 같은 전통 강자는 온프레미스·하이브리드 솔루션을 내세운다. 여기에 네이버 같은 지역 플랫폼, 그리고 인사이저와 같은 산업 특화 스타트업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글자를 읽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글이 쓰여진 이유와 목적,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다큐먼트AI는 챗GTP 같은 초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도 중요하다. 인간의 기록과 AI의 사고를 잇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에서 이 전환을 가장 빠르고 깊이 실험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인사이저다.
인사이저는 2018년 설립된 문서분석 솔루션 전문업체다. 독자적인 OCR 기술을 통해 아날로그 서류를 읽고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논문이나 학술지를 분석해 키워드를 추출해 내용을 요약해 주기도 한다.
인사이저를 설립한 양승호 대표는 현재 금융투자의 대세가 된 퀀트 1세대 애널리스트로 불렸던 인물이다. 포항공대에서 데이터마이닝·금융공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고 신한투자증권에서 '1호 박사 퀀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파생상품 모델링과 SCI급 논문 발표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퀀트 투자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딜로이트는 업무특성상 매년 수십, 수백만 페이지에 달하는 종이 계약서를 검토하게 된다. 업무효율화를 위해 계약서 핵심내용만 추린 요약본을 정리하는데 서류를 한장한장 읽어 엑셀파일로 입력하는 직원고충이 상당했다. 계약서 한 건마다 30~100페이지, 한글과 영문버전이 따로 있고 입력실수가 생기면 대형사고가 생기는 대기업 고객도 많았다.
결국 딜로이트는 계약서를 수기로 정리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글자를 인식해 데이터로 변환하는 OCR 전문가를 찾았는데 양 대표의 기술력이 검증대상에 올랐다. 당시 양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파운트에서 CRO(최고 리스크 책임자)로 근무중이었는데 뉴스를 자동으로 분석해 투자하는 모델을 운용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나다는 게 증권, 자산운용 업계의 평가였고 딜로이트의 까다로운 평가기준도 통과했다.
양 대표는 "딜로이트의 거듭된 요청으로 2018년 인사이저를 창업해 서비스를 개발한 뒤 2019년 전통 OCR을 넘어선 AI기반 계약서 분석 솔루션을 만들어 납품했다"며 "이후 금융권은 물론 유통, 제조, 서비스, 의료 등 다양한 업권에서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4년간 120곳 업체들과 기술실증(POC)을 거쳤고 5년 이상 다양한 분야에서 분석데이터가 쌓였고 OCR도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천기술이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기업 고객이 다양하다는 점도 분석의 품질과 유연성, 높은 인식률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저의 다큐먼트AI 기술은 국내 최고수준으로 평가된다. 일단 글자인식 OCR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보된 분석패턴만 수십만개가 있는데, 글로벌 대기업이 4만~10만개 정도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클라우드에 OCR 기술파트너로 선정된 기업은 총 14개인데, 이 가운데 지금까지 네이버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OCR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인사이저가 유일하다.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사들의 계약은 계속 확대, 연장되는 추세다. 건설업계는 공사인부 급여영수증, 기자재 비용 등 수기전표가 많은데 이를 스캔하거나 휴대폰 사진으로 올리면 내용이 텍스트로 변환돼 파일로 저장된다. 식대영수증도 사진만 찍으면 어느 식당에서 누가 얼마를 썼는지 입력되니 편하기 그지없다.
농협은행에서는 고지서 자동납부 앱을 인사이저 기술을 활용했다. 은행 고객들이 종이 고지서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면 송금처와 고지서번호, 금액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3D 바코드가 없는 고지서도 활용할 수 있어 고객반응이 무척 좋다. DL 이엔씨에서는 직원 복지비 가운데 병원 진료비 처리에 인사이저 기술을 쓴다. 영수증 사진만 올리면 어느 병원에서 무슨 진료로 본인부담과 공단부담액이 얼마인지 자동 입력된다.
택배시장에도 인사이저 OCR 기술은 광범위하게 쓰인다. 택배 차량번호와 주행거리 입력, 고객이 수기로 작성한 택배주소지를 엑셀로 정리해주니 업무효율이 무척 올라간다. 한 마케팅 회사는 소비자가 올리는 영수증 사진을 분석해 광고집행에 활용하는데, 영수증 내용을 인사이저가 분석해준다.
인사이저의 기술은 논문 및 특허검색 솔루션에도 쓰인다. 주요 키워드를 자동 추출하고 논문을 요약해주고 유사 논문과 트렌드까지 분석할 수 있다. 챗GTP 등 LLM 모델의 경우 논문에 들어가는 이미지나 표 분석이 잘 안되는 단점이 있는데 인사이저는 OCR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 파일까지 분석할 수 있어서 반응이 좋다.

양 대표는 "OCR 뿐 아니라 문서관리를 스스로 해주는 다큐스퀘어 서비스도 최근 문의가 많은데 주로 금융권에서 연락이 많아 여의도에서 미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펀드별로 규약, 투자설명서, 증권신고서 등 필수 구비서류가 5개 가량 된다. 한 서류에서 글자 하나가 하나가 바뀌면 나머지 4개 서류도 모두 글자를 바꿔야 한다.
양 대표는 "대형 운용사의 경우 펀드가 1000개에 달하기도 하는데, 사명변경이라도 이뤄지면 모든 서류에서 고쳐야 하는 부분이 수만개에 달할 것"이라며 "이처럼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을 일괄 검색하고 수정해 비교검증하는 일까지 다큐스퀘어로 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인사이저의 핵심 경쟁력은 특수 문서에 특화된 데이터 자산과 구축 경험으로 범용 OCR이 커버하지 못하는 계약서·고지서·논문 영역에서 독자적 입지를 확보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향후 1~2년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전환 성과와 대형 고객사 확보 여부가 인사이저의 기업가치 재평가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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