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관광청 제안, ‘달마시안 라이프스타일’…귀차니즘 VS 포말로

강석봉 기자 2025. 9. 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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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달마시아 지역의 포말로(Pomalo) 철학은 현대인들에게 잃어버린 여유와 삶의 본질을 되찾게 해주는 메시지다. 발칸 반도의 아드리아 해안에서 수천 년간 형성된 이 지혜로운 생활 방식은, 바쁜 일상에 지친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휴식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여행도 일처럼 열심히 하는 한국인에게 소개하는 ‘달마시안 휴식’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이 한국인들은 언제나 열심히 산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여행할 때도 빼곡한 일정을 짜놓고 체크리스트 지우듯 여행하죠.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쉴 때만큼은 손에 거미가 앉아도 치우지 않는다는 노래 가사가 있을 정도로 천천히 여유롭게 휴식을 즐깁니다.”

크로아티아 관광청 한국 지사장 마르코 유르치치(Marko Jurčić)의 말처럼 한국과 크로아티아의 여행 문화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크로아티아 관광청 한국지사는 발칸 반도의 독특한 삶의 태도를 소개하며 ‘Find your Pomalo’ 캠페인을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선보인다고 28일 발표했다.

유르치치 지사장.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발칸 사람들의 ‘이유 있는 여유’

이 캠페인의 핵심은 달마시아(Dalmatia) 해안에서 수천 년간 형성된 포말로라는 크로아티아 고유의 라이프스타일 철학이다. 달마시아는 크로아티아 남부에서 아드리아 해를 따라 펼쳐진 해안 지역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 등장하는 점박이 강아지들의 원산지로도 유명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두브로브니크(Dubrovnik)와 스플리트(Split)가 바로 이곳에 위치해 있다.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삽화.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포말로는 단순히 서두르지 않는다는 표현을 넘어, 달마시아 해안과 섬 주민들의 삶의 가치관을 포괄하는 철학이다. 발칸 반도를 가로지르는 거친 디나르 알프스 산맥에 의해 내륙과 차단된 좁은 해안 지역과 수백 개의 섬들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리듬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터득했다.

험준한 디나르 알프스 산맥과 복잡한 행정 경계선들.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달마시아의 어업은 주로 계절성 어업(periodički ribolov)으로, 참치는 여름에, 정어리는 가을에만 잡을 수 있었다. 어부들은 물고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서둘러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마을의 노인들의 여유로운 한 때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농업 역시 자연의 시간표에 맞춰야 했다. 비옥한 땅이 전체의 20%에 불과한 달마시아에서 사람들은 언덕 경사면의 작은 땅을 돌로 쌓아 계단식 테라스(podove 또는 pristave)를 만들어 올리브와 포도를 기르며 살았다. 올리브 나무가 제대로 열매를 맺기까지는 최소 7년이 걸렸고, 섬에 살던 사람들은 폭풍이 몰아치면 며칠씩 배가 들어오지 못해 본토와 완전히 단절된 채 버텨야 했다.

역사적으로도 1420년 베네치아가 정식 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전까지 달마시아는 약 30번의 주권 변화를 겪었다. 이런 정치적 혼란 속에서 달마시아 사람들은 권력자가 아무리 바뀌어도 빼앗길 수 없는 것들, 즉 가족과의 시간, 이웃과의 유대, 그리고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기쁨들에 집중하는 법을 터득했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1000~1797년 동안 이스트리아, 달마티아, 이오니아 제도, 크레타 등 지중해 해외 영토를 포함한 해상 제국이었다.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이런 환경에서 터득한 포말로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수백 년간 축적된 생존의 지혜였다. 이곳 사람들은 신선한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을 천천히 구워 먹고, 석양이 아드리아 해에 내려앉는 모습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급한 일이 있어도 “포말로, 포말로”라며 서두르지 않고, 가족과 이웃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크로아티아 관광청이 제작한 캠페인 영상에도 해변에서 맨발로 모래를 밟으며 걷고, 올리브 나무 그늘에서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재래시장에서 복숭아 향을 맡아보고 한입 베어 무는 일상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크로아티아 관광청의 ‘Find your Pomalo’ 캠페인 영상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포말로, 포말로”라며 서두르지 않는다.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천천히 즐겨야 더 아름답다

한국관광공사가 2024년 발표한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의 68.2%가 하나의 목적지에서 2박 3일 이상 머물며 깊이 있는 경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2024년 여행 트렌드 보고서 역시 여행객의 74%가 빠른 관광보다 현지 문화 체험을 중시한다고 발표했다.

포말로 캠페인 포스터 .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크로아티아 관광청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Find your Pomalo’ 캠페인을 통해 단순한 관광지 방문을 넘어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해안과 농촌, 중세시대가 그대로 보존된 올드타운, 그리고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삶의 태도까지 천천히 즐겨볼 것을 제안한다.

깊이 있는 여행이 오래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연구소의 지속가능한 관광 연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관광객이 한 지역에 3일 이상 머무를 때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평균 40% 향상되고, 현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2.3배 증가한다는 것이다.

반면 1~2박을 보내며 급하게 움직이는 유럽 패키지 여행으로는 깊이 있는 문화 체험을 하거나 새로운 가치관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 관광청의 설명이다. 크로아티아를 천천히 여행하면서 발칸의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히 경험해보자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다.

포말로 캠페인 포스터.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아드리아 해의 잔잔한 포말을 닮은 ‘포말로 여행지’ 소개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 자그레브 외에도 포말로 정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숨겨진 달마시아 도시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로비니 섬에서의 일상.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로비니(Rovinj)는 이스트리아(Istria) 반도의 베네치아풍 항구 도시로 좁은 골목길과 파스텔 톤 건물들이 매력적이다. 비스(Vis)섬의 코미자(Komiža)는 전통 어촌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진정한 달마시아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내륙의 자고르예(Zagorje)는 포도밭과 언덕이 어우러진 목가적 풍경을 자랑하며, 모토분(Motovun)은 세계 최고급 트러플과 올리브로 유명한 이스트리아의 작은 언덕 마을이다.

이스트리아 반도의 해안 (사진_크로아티아관광청/CNTB)모토분의 크로플 헌팅.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토분의 크로플 헌팅.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열심히 일한 당신, “나만의 포말로를 찾으세요”

크로아티아 관광청장인 크리스찬 스타니치치(Kristjan Staničić)는 “언제나 열심히 사는 한국 여행자들이 크로아티아에서 자신만의 포말로를 찾아, 새로운 활력을 얻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평온함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크리스찬 스타니치치 크로아티아 관광청장.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이번 캠페인 런칭과 관련해 유르치치 지사장은 “크로아티아 관광청의 슬로건인 Full of Life를 실제로 경험하기 위해 포말로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여행 상품들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관광지 소개가 아닌, 크로아티아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여행을 기획하고자 하는 여행사나 여행상품기획자들은 오는 9월 26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Sell Croatia 워크숍’에 참가하면 현지 관광청과 상품 운영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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