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리스크, ‘기후 소송’ 피하려면

한겨레 2025. 9. 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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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예의 인사이드 ESG
기후 위기를 상징하는 그림. 클립아트 코리아

8월29일은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불충분한 기후대응이 미래세대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탄소중립기본법’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2031년 이후의 감축 목표에 대해 어떤 형태의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청구인의 기본권인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판결에 따라 국회는 내년 2월28일까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관련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이슈가 발생했다. 7월23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가의 의무에 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한 것이다. 권고적 의견이지만 ICJ가 UN 헌장에 따라 설립된 국제법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재판소로서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 내용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ICJ는 이번 의견 발표에서 지구온난화 수준을 1.5℃ 상승으로 제한한다는 목표는 파리협정 당사국 총회의 결의에 따라 과학에 기반을 두고 합의한 목표이며, 파리협정 당사국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주의 의무를 다해 설정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적 대응 의무를 헌법에 이어 국제법상으로도 재확인한 만큼 정부의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및 이행에 더해 대표적인 배출량 감축 수단인 배출권거래제 현실화는 물론, 온실가스 배출 주체인 기업에도 배출량 감축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기타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후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글로벌 기후소송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초기에는 정부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기후소송이 2010년 중반 이후 기업 대상 소송으로 퍼지고 있다. 화석연료 생산 및 제조와 연관된 기업으로 진행되던 소송의 흐름도 에너지는 물론 운송, 금융, 식품, 농업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소송의 주제는 기업의 제품에 관한 그린 워싱, 기후 행동 관련 투자나 기부 등에 대한 허위 과장, 기후 위험에 관한 정보 미공개, 기후 목표 및 전략 미이행 등이 대표적인데, 2024년엔 기후 변화에 기여하는 온실가스 배출 또는 기타 활동을 통해 기후 변화 피해에 기여한 혐의로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만 11건이 새롭게 제기됐다.

기후 변화의 피해와 그에 따른 손실을 과학적으로 추적하고 증명하는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일수록 소송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기후소송이 기업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주로 ESG 투자자들이 활용 중인 기후리스크 관련 지표(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 여부와 전환·적응 투자 여부 등)가 향후 일반 투자자에게도 기업의 기후소송 리스크와 재무적 위험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준비하지 않은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는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한 기후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 역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기후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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