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제거수술 받은 고양이, 밥을 통 먹지 않는데 어떻게 하죠?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 대백과' 저자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오늘은 수술 후 식욕저하를 보이는 고양이 때문에 걱정이신 집사님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고양이가 큰 수술을 겪은 데다 밥까지 안 먹으니 걱정이 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술 뒤에 고양이가 식욕이 떨어지는 경우는 꽤 흔한데요. 이럴 땐 집사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대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원인 파악이 먼저겠죠. 원인은 크게 ①통증 ②스트레스 ③약 ④수술의 종류 등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원인 ① 통증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섬세한 동물이기 때문에 통증이 있더라도 이를 잘 표현하지 않는 게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통증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고양이의 식욕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고양이가 아픈지 알아보고 싶다면 아래와 같이 고양이의 귀, 눈, 수염이나 주둥이와 같은 얼굴 표정과 자세 등을 토대로 고양이가 통증 정도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미지를 참고해 고양이가 통증을 느끼는 표정을 보인다고 여겨진다면, 동물병원에 요청해서 주사제나 먹는 약 혹은 패치 등으로 고양이의 통증을 잘 조절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통증만 잘 조절해도 고양이가 식욕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원인 ② 스트레스

통증이 잘 조절된다 해도,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낀다면 식욕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양이는 옷장이나 화장실과 같이 어둡거나 조용한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집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방법- 예를 들어 투약 횟수를 줄이거나, 넥카라를 좀 더 편한 것으로 바꾸어 주거나 환묘복으로 대체하는 방법 등을 주치의와 상담해 보세요. 특히 필요한 경우 행동학적 약물을 추가 처방하여 고양이의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원인 ③ 약
수술 이후에 복용하는 항생제가 고양이의 식욕을 떨어뜨리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사람도 항생제 투약 후 설사나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고양이는 위장관 내 미생물 총의 종류와 가짓수가 사람보다 단조로운 편이여서, 항생제 복용 이후 장관 내 세균총에 변화가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저에 위장관 질환이 있었던 고양이라면 이 증상이 더 심하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만약 고양이 식욕저하가 구토, 설사 등과 동반되는 경우라면 담당의와 상의해서 항생제를 변경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원인 ④ 수술의 종류
수술의 종류에 따라서 고양이의 식욕저하가 가중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사연 속 고양이는 담낭 적출술을 받았는데, 이런 경우 담즙 배출의 변화로 인해 소화 시 불편감이 회복 초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욕저하가 지속될 때는 해당 질환이 잘 조절되는지 추가적으로 확인하고 그에 따른 처치를 받는 것이 강력하게 추천됩니다.
"목숨이 위험할 수 있어요" 빠른 대처가 필요한 이유
고양이의 경우 다른 동물과 달리 금식이나 식욕 저하 상태가 오래되었을 때 '고양이 지방간증'(Feline Hepatic lipidosis · FHL)이 발생할 수 있는데, 급성으로 나타난 지방간증은 치사율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중요합니다.
일단 고양이가 스스로 먹지 않는 경우라면 소화가 잘 되는 고단백 식이로 소량씩 자주 급여해 주셔야 합니다. 현재 사연자님의 고양이는 담도계 수술을 마친 상태이므로 지방이 높지 않은 고단백 식이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고양이가 잘 먹지 않을 때는, 코나 입천장에 소량의 습식사료를 발라서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도록 해 보세요. 만약 고양이가 이 정도의 '핸드 피딩'(Hand Feeding)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습식사료에 물을 조금 첨가해 믹서로 갈아준 뒤 주사기에 넣어 급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단, 이때 '음식 혐오'(Food aversion)가 유발되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로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하면 뇌리에 강하게 인식하고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만약 여러 가지 음식을 돌려가면서 먹어 보라고 고양이에게 강권하거나 핸드 피딩을 반복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노출된 다양한 음식 혹은 음식 전반에 대한 기피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고양이가 선호할 만한 건사료, 습식 사료 한두 가지를 이용해 고양이의 기호성을 테스트해 본 뒤에도 고양이가 스스로 잘 먹지 않는다면, 고양이에게 적당한 영양성분을 가진 사료 한 종을 선택하여 핸드 피딩을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고양이가 자발 섭식을 잘 하지 않거나 핸드 피딩을 꺼려 할 때는, 식욕촉진제를 사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먹는 약 혹은 귀에 바르는 제형으로 식욕촉진제를 사용할 수 있고, 많은 경우 고양이에서 효과적으로 식욕을 올려줄 뿐 아니라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는 데에도 일부분 도움을 줄 수 있어 추천됩니다.
각종 방법을 동원해도 안 돼요...
그래도 영양공급은 해야 하니까
앞서 언급드린 방법들을 동원해도 고양이가 음식을 먹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이럴 때에는 피딩 튜브를 설치하도록 보호자께 권해드리곤 합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몸이 아픈 상태에서 부정적인 기분인 고양이에게 계속적으로 음식을 권유하다 보면, 되려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음식을 투여해도 되는 경우에는 마취 없이 점안 마취제를 이용한 가벼운 국소 마취 만으로 비강 튜브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 일 이상 급여해야 할 때에는 식도 튜브 혹은 위관 튜브를 설치해 음식을 공급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피딩 튜브를 설치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집사님 입장에서는 좀 꺼려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가 피딩 튜브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막상 설치 이후에는 보호자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오늘은 수술 후 밥을 먹지 않는 고양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조금이나마 고양이의 회복에 도움을 주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고양이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집사님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효진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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