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살아남을 지역 언론은 [미디어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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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지역 언론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오늘의 기술은 지역 언론에 더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지역에서 그 진짜를 지키는 언론이라면 지역은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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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몇초 만에 꾸며낸 이야기가 사실처럼 유통되고,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가 그럴듯하게 생성된다. 목소리까지 똑같이 재현되는 시대다. 아직까지는 문장의 부자연스러움이나 매끄럽지 않은 음성에서 인공지능(AI)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지만, 기술은 빠르게 진화한다. 인간과 인공지능 흔적이 뒤섞인 회색 지대가 우리 일상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최근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참여한 실험은 이 불안을 수치로 보여준다. 연구진은 독자 1만7천명에게 세쌍의 사진을 주고 실제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를 구분하도록 했다. 정답을 모두 맞힌 비율은 고작 2%에 불과했다. 참여자들은 전반적인 온라인 뉴스 신뢰도를 낮게 평가했지만, 정작 쥐트도이체차이퉁 누리집을 더 자주 찾고 구독도 유지했다. 연구진은 이를 ‘상대적 가치’라 불렀다. 신뢰가 흔들릴수록 오히려 비교적 믿을 만한 언론의 무게가 커진다는 역설이다.
우리는 매 순간 묻는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글은 인공지능이 쓴 것인가? 내가 보고 있는 사진은? 목소리는? 이제 ‘진짜처럼 보인다’는 감각은 더 이상 믿을 만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의심이 커질수록 ‘현장’에 발을 딛고 있는 언론의 무게는 더 커진다.
그러나 기자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백건의 회의록과 수천쪽의 행정 문서는 매일 쏟아진다. 이를 다 살펴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 틈에서 중요한 사실들이 사라진다. 언론이 한정된 시간과 인력으로 시·군·구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맥락을 찾고 의미를 추려내는 힘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장이다.
미국 코네티컷의 비영리 온라인매체 시티(CT)미러는 이 같은 고민을 안고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169개 타운의 시의회 영상을 자동으로 글로 옮겨 적고, 요약하고, 법안과 의정 기록은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해 기자에게 제공한다. 반복되는 업무는 인공지능에 맡기되 검증과 투명성은 철저하게 지킨다. 핵심은 ‘대체’가 아니라 ‘증폭’에 있다. 인공지능이 단조로운 루틴을 처리하면 기자는 의제 발굴과 현장 취재, 맥락과 사실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 신뢰는 단순히 ‘맞다’와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뉴스 소비는 포털 의존도가 높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걸러지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한다. 허위 정보의 파급력은 작은 공동체일수록 더 크다. 이런 환경일수록 누가, 어디서, 어떤 맥락으로 검증했는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역 언론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주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전국 뉴스의 요약이 아니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지역의 시간과 공간을 기록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그 기록은 일상의 기억이 되고, 축적된 기록은 곧 공동체의 역사가 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현장의 공기와 맥락을, 인간의 감각을 대신 할 수는 없다.
돌아보면 언론에 있어 기술은 언제나 위기이자 기회였다. 그러나 오늘의 기술은 지역 언론에 더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역에서 여전히 필요한 존재인가?”
허위가 넘쳐날수록 진짜의 희소성은 커진다. 지역에서 그 진짜를 지키는 언론이라면 지역은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정보의 회색지대가 많아질수록, 지역 언론은 그 자리에서 단단히 닻을 내리고 서 있어야 한다.

천현진 | 국립순천대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스쿨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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