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전통건축의 오해, 입식생활과 좌식생활

2025. 9.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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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한국 주택의 특징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겨울에도 따뜻한 바닥과 건물 내부에서 신발을 벗는 좌식 생활 문화다. 이 두 가지는 별개의 요소가 아니라, 한 가지 요소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바로 온돌이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온돌과 부엌에 대한 내용을 다룬 바가 있다. 그만큼 이 두 요소가 우리 건축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조선 중기 이후 온돌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최상위 계층이 거주한 궁궐에서도 온돌을 설치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온돌은 우리의 주거문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온돌은 단순히 난방 방식의 혁신에 그치지 않고, 주택의 공간구성과 생활양식 전반을 바꿔놓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온돌의 보급이 주택의 구성 요소를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원래 안채, 사랑채, 부엌 등이 각각 별동으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온돌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점차 하나 혹은 두 채로 묶여 나타나게 되었다. 즉, 온돌의 사용은 주거 공간을 통합적으로 재편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며, 이동이 편리한 좌식 생활문화의 정착을 가능케 한 주된 요소다.

온돌이 가져온 주거문화의 가장 큰 변화는 좌식생활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고대에도 좌식생활을 했을 것이라 오해한다. 이는 역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집 안에서 신발을 벗고 앉아 있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유적은 다른 사실을 말해준다.

대표적으로 고구려의 ㄱ자 구들을 살펴보면 바닥은 흙바닥이고, 낮에는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고 난방을 했으며, 밤에는 남은 열기를 이용해 구들 위에서 잠을 자는 침대의 역할을 했다는 점이 입식생활 방식을 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날 중국 서북 투르판 지역의 위구르인들이 사용하는 쪽구들 역시 같은 원리이다. 아궁이에서 조리를 하고, 남은 열로 밤을 나지만, 생활은 바닥에 벽돌을 깔아 입식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고구려 벽화고분도 이를 뒷받침한다. 4세기 안악3호분(동수묘), 5세기 덕흥리 벽화무덤, 5세기 말 쌍기둥무덤(쌍영총)의 벽화에는 신발을 벗은 묘주 부부가 평상에 올라앉아 있고, 하인들이 곁에 서서 시중드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는 당시 생활이 좌식이 아니라 평상을 중심으로 한 입식 생활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양반의 생활상도 마찬가지다. 온돌이 널리 보급된 뒤에도 방 안에는 평상을 놓았고, 그 위에 앉아 생활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는 좌식으로 완전히 전환되기 전까지 입식의 흔적이 오래도록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불교 사찰에서도 입식의 종교예식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중기 이전의 예불은 주로 요잡례라고 하는 의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탑이나 불상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예배하는 행위로, 당시 불전 내부 바닥은 전돌이 깔려있어 신발을 신은 채 예불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불상은 건물 북편으로 물러나고 바닥에는 마루가 깔리면서 신도들은 불상을 향해 절하는 배례를 하게 되었다. 이는 곧 의식이 요잡에서 배례로 바꾼 것일 뿐만 아니라 사찰 공간 활용이 입식에서 좌식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주택에서도 마찬가지로 좌식생활로의 변화가 나타난다. 조선 중기 이전의 집에서는 툇마루가 건물 전면에만 있었지만 후기로 가면서 안방과 사랑방까지 툇마루가 연결되기도 했다. 신발을 벗고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좌식생활이 본격적으로 정착되면서 나타난 주거 구조상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좌식생활은 길고 긴 역사 속에서도 불과 300여 년의 짧은 현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마치 태곳적부터 이어온 생활방식으로 믿어왔다. 전통은 언제나 오래되었음을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전통이라 부르는 것 가운데 진정 오래된 것과 새롭게 정착한 것은 무엇일까? 건축의 역사는 우리에게 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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