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름 제각각 통계 깜깜 ‘알배기배추’

서효상 기자 2025. 9.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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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배추밭인가? 아, 아니다, 알배기네." 올여름 배추·무 출하 점검차 강원 고랭지지역을 들렀을 때 동행한 일행과 몇번이고 주고받은 말이다.

"밀식 재배한 걸 보니 알배기배추네요. 요즘 일반 통배추 모종을 밀식 재배해 알배기배추로 출하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요. 그냥 통배추로 키우다가 겉잎을 많이 떼어낸 뒤 쌈배추로 낱장 출하하기도 하고요. 기후변화 때문에 배추 재배 위험도(리스크)가 너무 크잖아요. 그래서 알배기배추·쌈배추로 전환한 농가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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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배추밭인가? 아, 아니다, 알배기네.” 올여름 배추·무 출하 점검차 강원 고랭지지역을 들렀을 때 동행한 일행과 몇번이고 주고받은 말이다. 배추밭인 줄 알고 차에서 내려 밭에 들어갔다. 작황을 살피러 자세를 낮춰 들여다보니 일렬로 심겨 있어야 할 배추가 지그재그로 엇갈려 빽빽이 심겨 있었다.

“밀식 재배한 걸 보니 알배기배추네요. 요즘 일반 통배추 모종을 밀식 재배해 알배기배추로 출하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요. 그냥 통배추로 키우다가 겉잎을 많이 떼어낸 뒤 쌈배추로 낱장 출하하기도 하고요. 기후변화 때문에 배추 재배 위험도(리스크)가 너무 크잖아요. 그래서 알배기배추·쌈배추로 전환한 농가가 많아요.”

기후위기로 여름배추 재배 형태가 바뀌고 있다니. 국내 시장의 새로운 변화인가 싶어 관련 통계를 찾아봤다. 그런데 웬걸, 산지·도매시장 등 여러곳에 수소문해도 재배면적이나 생산량 같은 통계를 접할 수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이렇게 하소연했다. “알배기배추는 아직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아서 재배면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저희도 오며 가며 ‘종전에 배추 심던 곳이 올해는 알배기로 전환했다더라’고 알음알음 건너 듣는 게 다예요.”

이 과정에서 얻어낸 사실 하나. 마라탕·샤부샤부 등을 주메뉴로 하는 외식 프랜차이즈업체가 인기를 끌면서 알배기배추 수요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국내 생산량뿐만 아니라 외국산 반입량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것이다.

“외국산은 냉장 처리를 해서 들어오거든요. 더운 여름에는 국산보다 품위가 더 좋을 때도 많아요. 품위도 좋은 데 값마저 낮으니 외국산이 앞으로도 더 많이 들어올 것 같아요.”

이후 기자는 또 한번 벽에 부딪혔다. 정확한 수입량을 파악조차 할 수 없어서다. 관세청 통계상 알배기배추는 일반 신선배추와 동일한 국제통일상품분류번호(HS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저가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면 국내 농가의 설 자리는 사라지기 일쑤다. 국내 생산비가 높은 현실에서 시세가 일정 수준 이상 형성되지 않으면 해당 품목 재배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름배추 수급불안 대응 타령만 할 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형태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알배기배추, 쌈배추, 알배기 쌈배추 등 해당 품목의 용어를 정리하고 HS코드를 분리해 외국산이 얼마나 반입되는지 파악 후 농업계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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