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소 3600% 수익" 코인 사기 올 상반기 1000건… 벌써 작년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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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한 빌딩에서 열린 'OO월드' 가상자산(코인) 투자 설명회.
강사 A씨가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띄운 뒤 자사가 개발한 코인 가치의 잠재력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OO코인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A씨는 "텔레그램에 올라온 파일을 보라"고 둘러댔다.
2일 한국일보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검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코인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991건으로 지난해(482건)의 두 배를 벌써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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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고령층 대상 "무조건 수익" 약속
올해 들어 코인 미끼 유사수신행위 3배 폭증
'원금 보장·비현실적 수익률' 홍보 경계해야

지난달 26일 서울 한 빌딩에서 열린 'OO월드' 가상자산(코인) 투자 설명회. 강사 A씨가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띄운 뒤 자사가 개발한 코인 가치의 잠재력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 놓기만 하면 하루 1%씩 적립금이 '복복리'로 쌓인다"며 "1년을 투자해야 수익률이 가장 좋다. 최소 100달러 투자를 권한다"고 했다. 신규 투자자를 데려올 때마다 추가 인센티브도 약속했다. 사실상 다단계 영업이란 의미다. A씨는 "최소 3,600%, 최대 7,900% 수익을 1년 안에 본다"며 "코인 개당 가치가 1달러로 고정돼 원금 손실도 없다"고 단언했다. 노년층이 대다수인 청중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가 "코인 백서(사업계획·발행량이 담긴 문서)를 보고 싶다"고 하자 A씨는 수상쩍다는 듯 설명회에 온 이유를 물었다. "할머니가 OO코인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A씨는 "텔레그램에 올라온 파일을 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텔레그램에도 백서는 없었다. 해당 텔레그램 채팅방 참여 인원은 1,600명에 달했다.

코인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금융 당국의 인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을 유혹해 돈을 뜯어내는 유사수신 범행이 올해 특히 급증했다.
2일 한국일보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검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코인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991건으로 지난해(482건)의 두 배를 벌써 넘어섰다. 이 가운데 유사수신 범행은 5만 명 넘는 피해자에게 2조2,000억 원을 가로챈 '브이글로벌' 사태가 터진 2021년 192건 이후 2022년 70건, 2023년 50건, 2024년 39건으로 하향 추세였다가 올 상반기에만 115건으로 전년의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사기 등 기타 범죄도 지난해 443건에서 올 상반기 874건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최근 유사수신 범행에는 단기 임대를 활용한 '떴다방' 수법이 쓰인다. 보증금 없이 3~6개월 치 임대료를 한 번에 지급하는 이른바 '깔세'로 사무실을 빌린 뒤 설명회를 열고 단기간에 투자자를 모집해 일정 인원이 모이면 돈을 챙긴 뒤 잠적하는 수법이다. 신고가 잇따르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경)이 지난 5월 '깔세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이들의 주 무대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 등 강남구 일대다. 고속터미널이 가까워 지방 소재 노인들이 오가기 편하고, 단기로 빌리기 적합한 업무용 사무실이 몰려 있어서다. 실제 선릉역 일대 대형 오피스텔에서는 '단기 임대 가능'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아예 '깔세·오피스 전문'이라고 버젓이 홍보했다. 선릉역 인근에서 20년째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B씨는 "삼성역부터 여기(선릉역)까지 200~300곳에서 매일 설명회가 열린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하루아침에 사무실이 없어져 피해자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사기범들이 노리는 범행 대상은 은퇴한 뒤 퇴직금 등으로 투자처를 알아보는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실제 2023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1,400여 명으로부터 1,440억 원을 뜯어냈다가 검거된 유사수신 업체 일당에게 당한 피해자 가운데 약 59%(839명)가 '6070'이었다. 서울시 민사경 관계자는 "은행 금리 수준을 넘어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준다는 건 대부분 사기니 서울시나 경찰 등에 꼭 제보 또는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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