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12세에 외교무대 데뷔… 북한 ‘4대 세습’ 가속화

2일 오후 4시(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뒤에는 딸 김주애가 있었다. 김정은이 중국의 항일전쟁 80주년 전승절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에 가면서 김주애를 동반한 것은 ‘후계자’로 대외에 공식화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분석된다. 2013년생, 만 12세에 불과한 어린 소녀가 김씨 왕조의 후계자 후보로 세계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검은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플랫폼에 내린 김정은이 영접을 나온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공식 서열 5위)와 악수를 나누는 동안, 남색 바지 정장을 입은 김주애는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김정은이 중국 측 고위급 인사들의 영접을 받을 때 김주애가 바로 뒤에 서서 지켜본 것은 김주애가 외국에서도 ‘북한의 2인자’에 해당하는 의전을 계속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김주애에게 본격적으로 외교 수업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주애를 동행시킨 것은 중국과도 상의가 됐을 것이고 중국이 북한의 4대 세습을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며 “김정은이 천안문 망루에 오를 때도 김주애를 공개할지가 주목된다”고 했다.

김주애의 모습은 2022년 11월 1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발사 성공 보도를 통해 처음 대외에 알려졌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나오시어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며 하얀 코트를 입은 김주애의 모습을 공개했다. 김주애의 존재는 생후 6개월여 무렵부터 세계에 알려져 있었다. 농구광인 김정은의 초청으로 2013년 9월 방북했던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의 딸 주애(Juae)를 안아 봤고, 미세스 리(리설주)와도 이야기했다”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드먼은 김정은이 “좋은 아버지였다”고도 했다.
당시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없었다. 가부장적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북한에서 여성이 최고 지도자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분석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김정은에게 2010년생인 장남이 있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2017년 국회 정보위에 김정은이 셋째도 출산했다고 보고했지만 성별은 명확히 공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22년 공개 이후 김주애를 향한 의전은 날이 갈수록 격상됐다. 어린 나이이지만 김정은과 주요 군 시설을 찾아 군부대 사열을 받거나 주석단에 앉았고, 엄마 리설주와 비슷한 머리 스타일에 굽 높은 구두를 신는 등 어른처럼 보이는 성숙한 모습이 주로 보도됐다. 지난 5월에는 주북 러시아 대사관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기념 행사에 김정은과 동행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가 된 후 1983년 중국을 방문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김주애를 미래 지도자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신호로 북한 권력 승계 과정의 일부로 보인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후계자 내정 관문의 마지막 과정으로 형제국가 중국의 전승절 행사까지 동행해 일종의 신고식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충분한 외교 수업을 받지 못했던 김정은이 김주애에게는 어린 나이부터 후계자 교육을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주애가 대내외에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북한 내부적으로 ‘4대 세습’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 1월쯤 개최가 예상되는 제9차 당대회에서 후계자 내정이 확정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김주애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김주애가 아직 어리고 당의 공식 직함을 받기까지 7~8년이 소요되는 등 후계자 확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변수도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대내외에 공개한 김주애의 현재 모습만 놓고 보면 후계자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면서도 “김주애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서 핵·미사일 고도화에 질주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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