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가며 ICBM 엔진 공개… 미국과 비핵화 아닌 ‘군축 대화’ 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항일전쟁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중한 2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 중인 미사일 총국 산하 연구소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오르기에 앞서 김정은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 전력을 점검한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꿈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대화가 재개될 것을 예상하고 몸값 높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 대화’가 아닌 ‘군축 대화’를 이끌어 낼 의도도 깔려 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일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했다며,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신형 엔진이 “다음 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20’형에 이용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31일 김정은과 딸 주애가 참관하는 가운데 ‘화성-19형’ 시험 발사를 한 후, 이를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더 강력한 ICBM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북한 발표를 보면 화성-20형 ICBM에는 화성-18형이나 화성-19형의 고체 연료 엔진보다 힘이 40% 이상 강해진 신형 고체 연료 엔진을 탑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엔진으로도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엔진을 개량하는 것은 더 무겁지만 요격이 어려운 다탄두 ICBM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의 미사일 연구소 방문에 대해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공인된 핵보유국인 중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핵보유국 지도자의 위상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미국이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어, 김정은이 미·북 대화를 염두에 두고 핵 무력을 과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시진핑과 푸틴을 등에 업고 앞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결전을 한번 치르려 한다는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의 두 뒷배가 있어야 트럼프가 자신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미 대화 전망의 핵심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시점”이라며 “올 하반기나 연말쯤 전쟁이 끝나면 내년 상반기에는 북·미 대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북한이 러시아에 6000명을 3차 파병할 계획이고, 그중 전투 공병 1000명이 러시아에 도착했다”며 “기존 파병군은 후방에 예비 전력으로 주둔 중이고 현지 지도부 교체 추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의 파병 사망자는 2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북·중·러가 완전히 결속해 미국과 맞서는 모양새는 중국이 피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은 러시아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발언들도 했다”며 “반면 중국은 러·북의 ‘불량 국가’ 동맹에 참여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서 북한의 비핵화란 입장은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도 “미국과 관세 협상을 앞둔 중국이 ‘북·중·러’ 구도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시진핑, 푸틴과 나란히 서겠지만 북·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다만 국정원은 이번 방중에서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는 ‘파격 행보’가 있을 수 있고, 북한이 앞으로 과감한 대내외 조치에 나설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앞두고 1만명 이상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연습 중이고, 10만여 명을 동원한 대규모 집단체조도 5년 만에 다시 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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