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탈북민 리포트- 경계는 넘었지만 문턱은 남았다] 5. 탈북민 지원책 (하)

김영희 2025. 9. 3. 00: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춘천 위치 해솔직업사관학교
기초교육부터 취업 후 적응 지원
생활 장학금 등 안정적 정착 도움
인구소멸 위기 극복 해법 부상
도, 탈북민 정착지원 조례 마련
참여 정보 부족·절차 간소화 과제

탈북 청소년 희망 교실, 강원 뿌리내리는 씨앗 되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인구소멸 위기 지역이지만, 새로운 희망의 씨앗도 서서히 싹트고 있다. 탈북민은 남한 전체에 약 3만4000여 명이 정착해 있지만, 그중 강원도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은 2.9%에 불과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마을의 사람’이 되기 위한 땅을 만들어준다면, 강원지역의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 (위부터 시계방향으로)해솔직업사관학교 교실 앞 열린 공간에서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기숙사 내부 전경. 해솔직업사관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해솔직업사관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들.

■ 해처럼 밝고 소나무처럼 곧고 푸르게-해솔직업사관학교

2014년부터 춘천에 자리한 해솔직업사관학교(이사장 김영우)는 탈북민, 특히 청소년들에게 두 번째 인생의 교실이 돼 준다.

전국 최초의 미진학·미취업 북한이탈주민과 제3국 출생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직업 대안교육기관으로, 입교부터 취업, 그리고 사회적응 과정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다.

대학 진학을 꿈꾸는 탈북 청소년은 남한 학교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되는 경우가 많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또 다른 장벽이었다. 해솔직업사관학교는 이런 청소년들을 10여년간 110여명 지원했으며 이중 60%가 취업에 성공해 남한 사회 일원이 됐다. 취업은 전기·에너지 분야가 주를 이루며 대학 진학자는 간호학과·방사선과·호텔조리학과 등 취업 가능성이 높은 학과로 진학한다. 현재 30명가량이 생활하고 있으며 개인별로 맞춤형 교육을 받고 있다.

이곳은 전액 무료 기숙학교로, 학생들은 1인당 길게는 5~6년을 다니며 한국어·중고교 교과·직업교육을 배우고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준비한다. 연간 평균 학교 운영비는 6억~7억원가량 소요되는데 남북하나재단이 25%, 강원도와 춘천시가 20%, 기업과 개인 후원 55%로 충당하고 있다. 2023년에는 여학생 기숙사를 마련해 남녀공학으로 전환, 더 많은 학생을 품고 있다.

전국에는 북한이탈 청소년을 위한 학교가 총 11곳 있다. 인가형 6곳은 졸업장을 바로 받을 수 있지만, 해솔직업사관학교는 여전히 미인가형 운영을 고집한다. 인가형으로 전환하면 지원금은 늘어나지만, 학교는 제도의 틀에 갇혀 유연성을 잃는다. 해솔은 오히려 지원 혜택을 포기하고, 기존 제도로 담아내지 못하는 영역까지 돌보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

2014년 남한으로 오게 된 안모씨는 해솔학교에서의 학업적 지원 뿐만 아니라 매달 생활장학금에 대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했다. “간호학과를 다닐 때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이었던 생리학이나 영어 등에 대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으며 “매달 10만원의 생활장학금 또한 말 그대로 생활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안씨는 대학과 해솔학교 생활 덕분에 춘천에 정착해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에 뿌리를 내린 청년들은 강원도 인구에도 기여한다.

이 학교는 정해진 기간에만 교육하고 지원하는 곳이 아니기에 거쳐간 학생들은 해솔패밀리라 불린다. 해솔패밀리 중 한 명인 한모씨는 “저를 믿고 아낌없이 지원해준 이곳에서 자격증 10개를 취득했다. 선생님들의 변함없는 응권과 격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솔패밀리 오모씨는 “해솔에서 제공해주는 교육이나 서비스는 나에게는 기회였고, 원동력이었다”며 “탈북한 청소년들에게 해솔은 기회의 장소가 돼줬으며 후배들도 혼자 고민하지 말고 이 기회를 잘 잡고 한국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기찬 해솔학교 교장은 “이 아이들은 단순히 공부만 가르친다고 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 끝까지 곁에 있다는 믿음이 생길 때 비로소 변한다”라며 해솔에서의 교육이 단순한 수업을 넘어 삶 전체를 바꾸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 조례 개정 통해 ‘강원도민’으로 안정 정착 지원

2024년 7월 5일부터 시행 중인 ‘강원특별자치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은 탈북민이 강원도민으로서 성공적으로 적응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도지사는 탈북민을 위해 △정신적 안정을 위한 심리상담 및 고충·법률·제도 등 생활전반에 대한 상담 및 정보 제공 △북한이탈주민 간의 교류 및 자조단체 활동 지원(운전면허취득, 권역별 순회교육, 취업디딤돌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지원, 능력개발비, 수학여행비, 찾아가는 공부방, 사회적응(현장) 교육, 대학생 교재비, 힐링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적응 지원) △언어·기초학력 및 지역문화 등 사회적응 교육 △북한이탈주민의 학업·취업 지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차별금지 및 인식 개선 사업 △그 밖에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탈북민 관련 사업대상에는 자녀까지 포함할 수 있다.

강원도 조례를 두고 현장의 목소리는 엇갈렸다. 한 탈북민은 “지원이 늘어난 건 반갑지만, 실제로 우리가 신청하려고 하면 서류가 너무 복잡하고 절차가 길다. 도에서 한다는 프로그램도 소식만 들릴 뿐, 정작 참여하려면 정보가 부족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홍천에 정착한 한 탈북민은 “운전면허부터 자격증 취득까지 지원해준다니 이제는 나도 제대로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리상담도 받을 수 있다니 한결 마음이 편하고, 진짜 강원도민으로 살 준비가 되는 기분이다”라고 밝혔다. 김영희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원 #탈북민 #취업 #학교 #교육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