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가 만난 사람] 31.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김여진 2025. 9.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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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종합대 불구 과학기술 특성화 방점
반도체·AI·미래에너지 관련 학과 신설
전 학년부터 교직원까지 AI 교육 진행
학령인구 감소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극복
유학생 위해 대학 홈페이지 등 영어 전환
글로컬 사업 비수도권·수도권 교류 필요
비이공계·공대 융합연구 과제 지원 ‘성과’
은퇴자 고급 평생교육 강좌 준비 돌입
인근 고교에 첨단공동 연구·훈련센터 제안
대학 부지 부족…서울시교육청 협의 진행

“수도권-지역 대학 간 교류, 생존위기 극복 해법”

김동환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 취임 후 1년 8개월 간 AI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첨단 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면서도 인문학과의 융합을 끊임없이 구상해 왔다.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인문학을 동반상승시키는 방법으로 종합대학의 비전을 그리고 있다. 수도권 국립대로서의 전문성과 자원을 아낌없이 나누기 위한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추진중이다. 대상은 지역대학, 기업, 외국인유학생, 특성화고, 지자체, 은퇴세대 등 분야와 공간의 경계가 없다. 지역소멸의 해법으로는 지역간 교류를 들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전문분야 중심의 맞춤형 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지역에서도 도전할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을 바탕으로 “어릴 적 정서를 담은 강원에도 미력하나마 도움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동환 총장을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 1년 8개월 간 서울과학기술대를 이끌어 오신 소회는.

“남은 임기 동안 제가 생각했던 그런 대학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보통 레임덕이 생기게 되는데 저는 임기 마지막까지 드라이브를 걸 것 같다.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셋업하고, 시딩(seeding)을 하면서 뭔가 움트는 것이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서 편한 길을 선택하면 그간했던 것들의 결실이 나오지 않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이 급히 떨어지고 있고 미래도 너무 불확실하다. 예전에는 남북 간 긴장감 때문에 불안했다고 했지만, 지금은 경제전쟁에서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이 상태로 간다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도체나 조선 분야가 위안이 되지만 중국이 바로 턱밑까지 따라잡았고 다른 분야는 우리를 추월해 버렸다. 결국 핵심은 사람인데, 인력 양성에 대한 생각들을 물론 하지만, 이게 정치 아젠다에 밀려 있다.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보니 일종의 의지와 방향만 제시될 뿐, 실제 담론에 들어가면 내용이 비어 있게 된다. 이 부분이 심각하다.”

-국립대이자 종합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설정해 오셨다.

“서울과기대 발전도 중요하지만, 국립대학의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우리의 경쟁력에 대해 자문해 보게 된다. 지원해달라고 말했을 때 과연 신뢰성이 있는지 자문해 본다. 경쟁력을 빠른 시간 안에 올려야 된다고 계속 생각하는 이유다. 첨단 인재를 키우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해서 해당 산업에 충분히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대해 보면 한국대학 전반의 문제다. 대학은 상품이고, 학생과 기업이 가장 큰 소비자다. 학생이 우리를 선택하고, 기업이 우리 학생을 채용하거나 교수에게 연구비를 준다. 대학이 존재하는 목적과 비전 제시는 결국 고객 만족으로 가야 한다.”

-‘상품성’을 어떻게 평가하시나.

“뜯어보면 아직은 전체적으로 보면 약하다. 하지만 아무리 약해도 강점은 있다. 여러 강점 중에서도 우리 대학의 가장 큰 강점은 구성원들의 일치된 열망이다. 과거 알게 모르게 디스카운트 돼 있었던 측면이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다닌다’고 하면 꼭 두 번씩 물어보는 반응들이 충격이었고 싫었다. 하지만 그것을 자양분 삼아 발전해 왔고, 이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학으로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교수, 학생, 구성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정서적 공유가 만들어졌고 자긍심을 갖기 시작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들로 모아지고 있다. 그래서 의사결정도 빠르고, 부서간, 학과 간 갈등도 적고, 새로운 방향이나 정책이 결정되면 잘 수용하는 것 같다.”

-첨단산업을 비롯한 이공계 분야에 방점을 찍으셨다.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 첨단산업 분야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일반 종합대학이지만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으로 가고 있다. 좌판을 많이 벌리지 말고 가장 강력한 이공계 대학을 하나 만들면 그 기반 위에 인문사회, 조형 예술 등이 당연히 함께 가는 구조로 발전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일반 인문사회 쪽 학과를 새로 만들기는 동력이 충분치 않고, 엔진이 아직 작다. 일단은 가속을 한 후 경쟁력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분야도 키워나갈 계획이다. 그러면 완벽한 종합대학이 된다.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아시아 랭킹 1위고, 홍콩에서도 홍콩과기대가 더 유명한 대학이 됐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큰 비전을 갖고 방향성을 잡고 있다.”

-실제로 첨단분야 학과들이 많이 신설되고 있다.

“반도체와 AI, 미래에너지 관련 학과들을 만들고 있다. 올해 의과학대학원을 신설하고 국방 첨단화 추세에 따라 국방융합과학대학원도 만들었다. 국방로봇·AI공학과, 국방경영·안전공학과 등을 신설했다. 내년에 디지털 기술 융합을 기반으로 정밀의료와 미래의학을 이끌 바이오메디컬학과도 생긴다. 창업대학원도 기획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산업 추세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학위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을 위한 AI교육도 도입하셨다.

“전 학년에 AI 필수교육을 도입했다. 막연하게 본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학생들도 AI 툴을 써서 자기 영역의 가치를 올리고, 공대는 깊이를 달리한다. 교직원도 모두 AI수업을 듣고 있다. 이번에 경진대회도 해봤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몇 분이 발표했는데 매우 잘하시더라. 이처럼 AI를 숨 쉬는 공기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각 산업분야에서 어떻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한국화된 AI를 하자고 계속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강력한 한국 제조업에 맞춘 전용 AI를 개발·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써서 효율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빠른 시간에 같은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싸움이다. 젊은 세대들이 전국 공업단지를 다니면서 중소기업들의 AI 문제를 풀어주기만 해도 좋은 창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구감소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 AI가 등장했다. AI 생태계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AI를 통해 반복된 일을 과감하게 걷어내면 더 높은 차원의 일을 할 수 있다.”

-행정 등 일반 업무의 효율 측면에서도 AI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우리 사회 병리현상 중 하나가 일반 행정 직원들이 단순 데이터 입력·복사·엑셀 정리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각 부서를 지나가면 또 상위 부서가 같은 데이터 컬렉션을 한다. 대형 클러스터에 데이터를 넘기면 알아서 돌려주고 해결이 된다. AI 기법으로 다 가능하고, 효율도 높아진다. 단순한 일들만 하면 직원 만족도도 떨어지고, 일의 재미도 재미없어진다. 이렇게 루틴한 일을 빨리 극복하는데 있어서 AI가 매우 큰 도움을 준다. 반복 업무에서 해방된 직원들은 기획과 아이디어 발굴에 집중하고, 툴만 활용하면 된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다 툴에 머물러 기계처럼 작동됐던 것이다. 인구 감소 문제 얘기가 나오는데, 이 시점에 AI가 등장했다. AI 생태계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여기에 피지컬 AI가 나와서 로봇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대한민국 인구가 더 줄어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복적, 중복된 일을 하는 것만 과감하게 걷어내면 더 높은 차원의 일을 할 수 있다. 이제 기술은 단순히 툴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사람이 대체할 수 있는 로봇도 나올 것이고, 단순한 기능들은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게 된다. 그럼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할 일이 생긴다. AI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 AI에 종속되는 순간 위험해진다. 스티븐 호킹 박사도 “AI를 준비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생존의 전략은 다 있다. AI로 인해 급변하는 세계는 분명히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제조업 같은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와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모든 교수나 학생이나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고, 효과적인 연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교수가 강의하는데 학생들이 더 많이 알아서 창피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닌데도 “교수님 틀렸는데요”라고 하면 예전에는 우격다짐을 했겠지만, 지금은 교수 얼굴이 빨개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육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미국에는 없다는 것이다. 수업이 재미없거나, 교수법이 안 좋거나, 수준이 안 맞아서 졸게 된다. 2003년 미국 보스턴칼리지에 연수갔을 때 수업을 해봤는데 아무도 안 졸았다. 교수들에게 “왜 여기는 안 졸죠?”라고 물으니 오히려 교수들이 “왜 애들이 졸아야 하죠?”라고 거꾸로 물었다. 이유는 세 가지다.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거나, 교수법이 재미없거나.”

-AI를 교수 기법에 활용하면 된다는 말씀이신가.

“학생들의 이해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골치 아픈 공학 문제, 자동차를 설명해 본다고 생각하자. 엔진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여주면 된다. 동 원리, 엔진의 움직임, RPM 같은 걸 다 시각화해서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로백이 몇 초냐”라는 질문을 하면 학생들이 금방 관심을 갖는데 이런 부분도 비주얼라이즈(시각화)해서 가르치면 학생들이 흥미를 느낀다. 그런데 지금은 매뉴얼에 적힌 이론만 보여주면서 유체역학, 역학공식을 가르치니 재미가 없고, 학생들은 시험을 봐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눈을 깜빡이며 듣게 된다. 결국 수업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공계 문제도 풀릴 수 있다. 지금은 이공계가 재미도 없고, 돈도 못 벌고, 또 일찍 잘린다. 누가 공대를 가려고 하겠나. 결론은, 교육 방법을 과감하게 바꾸는 데 좋은 기법이 AI라는 것이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AI를 보조수단으로 쓴 좋은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고도화되는 부분이 많다. 어쨌든 AI는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누구나 거부하는 순간부터는 AI 문맹이 되는 겁니다. 결국 스스로 바보가 된다.“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 생존에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앞으로 큰 문제다. 인구 감소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10년 후 학령인구가 반토막 난다. 2019년 출생자가 30만이 채 안된다. 요즘 태어난 아이들이 대학에 오는 시기쯤 몇%나 대학에 진학하겠나. 전체 20만명 정도가 대학에 간다고 생각해 보다. 수도권 대학 정원이 18~19만 명이다. 서울과학기술대가 선택을 받기에도 빠듯해진다. 지방에 새로운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을 만들 수도 있다. 에너지 특성화 대학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부가 국립대학은 알아서 학생을 모으라고 하고, 지역에 특수대학을 만들겠다고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들에게 계속 위기가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서울에 있다고 인정받을 때가 아니다. 빠른 시간 안에 티어(등급)를 올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0년을 내다보고 지난 2년 동안 준비해 놓은 것들이 모두 연계돼 있다.”

-그 해결책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서 찾고 계신 것 같다.

“첫 번째 대안이다. 학부는 괜찮은데, 대학원은 더 심각하다. 학부생 채우기에 급급하고 대학원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 수도권 대학들에도 벌어질 수 있다. 대학원생이 없으면 대한민국 대학은 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좋은 외국 학생들을 학부에 데려오고, 석·박사로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다음엔 국내 취업을 반드시 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체계는 5000만 명 규모인데 당분간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중소·중견기업을 외국 학생들로 채워야 한다. 단순히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견기업이 주거와 식사를 지원해주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대기업보다 오히려 더 좋을 수 있습니다. 하이테크 기술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 우리 대학의 큰 미션이다. 그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다녔고, 다음 달에 몽골도 간다. 좋은 학생들을 데려오는 것이 중요하다. 등록금으로 돈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10년 후 닥칠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등록금 기반 대학 구조조정은 당연히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언제까지 버티겠나. 외국인 학생들을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서 여기서 결혼하고 출산하게 하자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났던 우즈베키스탄 학생도 한국에서 결혼까지 하고 싶어했다. 학교가 잘 되려면 외국인이 많이 와야 하고, 그들이 불편 없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관심이 없었고 몰랐던 분야다. 올해부터는 다 바뀌었다. 대학 홈페이지부터 서류까지 모두 영어로 바꿨다. 여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역 대학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 주신다면.

“글로컬을 지방끼리만 하면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왜 단절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글로컬 사업도 서울하고 같이 하면 된다. 학생들한테 기회를 자꾸 줘야 한다. 소멸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교류를 해야 한다. 교육의 기회 문제다. 라이즈(RISE) 사업도 지방끼리만 하면 예산만 투입한다고 도움되지 않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의 정책에 대해 다른 대학 총장님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원론적으로 맞지만 경제 기반 없이 되겠냐는 걱정이 많았다. 예산 투입 후 몇 년 후에도 자생력을 가질지도 장담할 수 없다.서울에 있는 대학으로서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늘 무언가 같이 하고,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실제 지방대와의 교류 사례가 있나.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공대와 반도체 관련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반도체 공정 실험을 했다. 우리 학교에도 지역 출신 학생이 많은데 잠깐 공부하러 온 것인데도 원래 서울사람인 듯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가라고 하면 안가는 이유다. 서울 출신 학생들도 지역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교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좋은 지역 기업들이 많은데도 한번도 안가봤으니 겁나서 못간다. 교류를 하다 보면, 각 지역을 오가면서 서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나도 지방 가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연구 교류, 일자리 창출과도 이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로 보인다.

“부산대는 기계공학, 충남대와는 바이오 쪽에서 같이 할 수 있다. 대학 전체 단위에서 같이 하기는 어려우니까 학과별로 공유하자는 것이다. 학생도, 교수도 모두 교류할 수 있다. 교수들도 서울에만 있을 필요가 없다. 지방대의 넓은 실험실과 땅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1년쯤 파견가서 연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드론 연구의 경우 우리는 공간이 부족하지만 지역에서 하면 꼭 맞다. 교수들이 만나서 연구·실험을 같이 하고 학생들도 우리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구상이다. 그러면 지방에서 일할 자신감도 생기고, 관련 기업들이 지방에 만들어지면 도전할 용기도 생길 것이다. 큰 대학과 교류하고, 경험하고 나면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된다. 지역에 오래산 학생들은 그 지역 시장을 빨리 개척하기도 유리하다. 이런 교류 없이는 근본적 문제를 풀기 어렵다.”

-강원 같은 경우는 지방에 오고 싶은 학생이 있어도 올 기업이 없다.

“국가적으로 요구하고 싶은 부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방 거점에 대기업을 줬으면 좋겠다. R&D만 서울에 두고 공정은 다 지방에서 하면 된다. 또 모든 R&D 부서가 다 서울에 있을 필요도 없다. 지방 정책의 핵심은 대기업을 유치해서 경제를 살려서 대학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학이 무슨 수로 경제문제를 풀겠나.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국 사례도, 삼성이 간 곳은 텍사스다. 뉴욕이나 LA가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조지아로 가서 주정부가 매우 좋아한다. 모두 값싼 지역이다. 미국도 이렇게 하는데, 땅이 작은 나라에서 왜 자꾸 지방과 서울을 따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단 2시간이면 서로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대학도 그냥 오픈하자는 얘기다. 어찌보면 불로소득을 받은 학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지방대와 교류할 필요가 있다.”

-강원에서는 어떤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 좋겠다고 보시나.

“전 강릉시장이 정책 아이디어를 구했을 때 체험 관광을 얘기한 적이 있다.(김 총장과 김한근 전 강릉시장은 강릉고 동기다)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관광이다. 미국 올랜도 디즈니랜드처럼 과학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을 결합한 관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주 체험, 가속실험이 가능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모두 좋은 관광상품이 될수 있다고 얘기했었다. 짚라인을 타면서 속도의 개념을 느껴보거나 스쿠버다이빙도 단순히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등 과학과 관광을 묶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난다. 로봇 말을 만들어서 한 번 달려보거나 소형 드론을 만들어 날려보는 등 땅이 넓은 강원의 장점을 살리면 좋겠다. 액티브 관광과 합쳐보자는 구상이다. 어릴 적 자란 태백과 학창시절을 보낸 강릉 등 강원도에 왜 애정이 없겠나. 지역이 더 낙후되는 것은 싫다. 미력하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인문학과의 융합에 각 분야 학생과 교수님들이 자율적으로 모이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크다. 대학에 인문사회 계열에 5개 정도 큰 과가 있는데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그런데 공대 중심 대학이다보니 조금 소외되는 특면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융합 연구’라는 과제를 따로 만들어 지원했다. 인문사회 융합연구회 같은 것을 조직하기로 했고, 지원금 3000만 원을 드렸다. 그 과정에서 아무 요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책임자는 반드시 비이공계 교수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자연스럽게 인문사회 교수님들이 책임을 맡고, 여기에 공대 교수들이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매우 잘되고 있다. 사회 난제에 대해서도 공학적 지식을 활용해 설명해주면 인문사회 교수님들이 또 다르게 느낀다. 예를 들어 문창과 학생들이 시나리오를 만들면, 인공지능을 활용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공대에서 기술적 지원을 해주니 아이디어들도 더 잘나오고 교과목이 살아난다. 공대 학생들도 듣고 싶어 할 정도가 됐다.

조형대학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 학교에서 굉장히 강력한 단과대인데 이곳 교수님들이 공대 교수님들과 연결되는 사례들이 생겼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방향이 보이니 좋아하셨다. 이런 마중물을 제공하다보니 정부 과제까지 제안하는 수준이 됐다. 모여서 총장을 욕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같이 모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영양분을 주듯 기회를 주고 지원해주면서 시작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인문사회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계속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분야와 연결성을 확보하면 크게 발전하게 된다. 사회를 리드할 인문사회분야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지켜드리고 싶다.”

-대학의 핵심 역할로 ‘평생교육’도 떠오르고 있다.

“대학 주요 정책에 당연히 들어있다. AI 시대라서 평생교육이 더 강조된다. 수십년간 쌓아 온 기존 지식을 활용할 시기가 너무 짧아져서 다시 배워야 하는 생황이 생긴다. 해당 분야에서 더 깊이 있는 진행을 하든지, 아니면 그 분야의 응용된 분야를 찾아내든지, 전혀 다른 분야를 가서 새롭게 도전해보든지 해야 하는데 평생교육뿐이다. 공대 출신이 갑자기 예술을 배우고 싶다면 대학이 콘텐츠를 개발해서 가르치면 된다. 인적 자원과 공간을 갖추고 있으니, 가능하다. 대학의 새로운 수익 사업도 될 수 있다. 국내 지자체나 기관에서도 평생교육을 제공한다. 세금하게 저렴하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음악, 커피 등 없는 분야가 없다"

-지자체들도 다양한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지자체 프로그램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에 위한 교육 체계가 비어있다. 중산층 이상 은퇴자 수백만 명이 필요로 할 고급 평생교육을 대학이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고 과학기술부터,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강좌까지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구청은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나머지 중산층 이상 수요는 대학이 담당하면 된다. 서울 중랑구청, 남양주시 등 지자체와도 협의중이다. 은퇴세대의 활동량을 보장해주는 건 사회적으로도 필요하다. 활동성을 보장해야 건강보험 부담도 줄어든다. 문제는 비용이다. 은퇴 후 연금이 적으니 수강료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제가 생각한 방법은 세제 혜택의 연계다. 평생교육 수강료를 낸 사람에게는 재산세나 소득세에서 일정 부분을 공제해주자는 것이다. 어차피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교육 지원에 쓰니, 이 방식이 합리적이다. 대학은 인적 자원과 시설을 활용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개인은 수강료를 내되 나중에 세금 감면을 받는 구조다.”

-지역사회와의 상생 교육 프로그램 구상이 더 있다면.

“학교 가까이에 경기공업고가 있는데, 학생들이 줄어서 고민이 많다. 이 학교에 첨단 공동 연구·훈련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리 대학 땅은 부족하니, 고등학교 땅에 건물을 세우고, 대학의 연구 결과물을 고등학생들이 훈련하면서 배우는 구조다. 예를 들어 로봇을 만들어주면, 운용 실험·데이터 수집 은 고등학생들이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직접 로봇을 다루는 경험을 하고 관련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이 특성화고의 길이라고 본다. 서울시교육청과 협의에 들어갔다. 이건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상생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부를 설득해서 지원받을 계획이다. 이처럼 새로운 교육을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다. 협력해야 한다. 나누려 하면 답이 보인다.” 김여진

◇김동환= 강릉고 졸업.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학사·동 대학원 석사. 미국 조지아공과대 기계공학 박사. 1998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부임. 산학협력단장. 대학평의회 의장. 2023년 12월 총장 취임. 대한기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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