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86] 고구마에 어울리는 김치
고구마를 김치와 먹어본 적이 없다. 이런 소리를 소셜미디어에 했더니 토론이 벌어졌다. 그 좋은 걸 왜 안 먹어본 것이냐는 사람이 절반이었다. 파김치여야 한다, 열무김치라야 한다, 갓김치가 최고다, 등 어울리는 김치 제안도 이어졌다.
둘을 왜 같이 먹냐는 사람도 절반이었다. 우유랑 먹는 거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다. 고구마에 고춧가루 묻는 게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 “부산 사람인 저도요”라는 댓글을 보고 깨달았다. 지역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이다.
고구마는 조선 영조 시대 통신사 조엄이 일본에서 들여왔다. 전라도를 중심으로 퍼졌다. 아일랜드인에게 감자가 그랬듯이 고구마는 흉년을 버티는 구황작물이었다. 주식이었다. 경상도는 주요 쌀 생산지였다. 세곡(稅穀)을 가장 많이 내는 지역이었다. 고구마는 간식이었을 것이다. 주식은 김치와 먹는다. 간식은 김치와 안 먹는다. 17세기 치즈는 프랑스 서민에게 빵과 먹는 생존식이었다. 귀족에게는 와인에 곁들이는 간식이었다. 모든 음식에는 지난 경제적, 계급적 역사가 푹 발효되어 있다.
그거야 조선 시대 이야기다. 현대 경상도인인 나는 이 조합을 왜 낯설어하는가. 문제는 김치일 수도 있다. 전라도 김치는 화려하다.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감칠맛이 있다. 경상도 김치는 간결하다. 액젓으로 승부해 시원한 맛이 있다. 고구마의 강렬한 단맛을 잡으려면 발효가 진하게 진행돼 강렬한 전라도 김치가 딱 맞다. 고구마 도둑이다. 대부분 밥 도둑도 다 전라도에서 왔다.
조만간 고구마와 김치를 먹어볼 생각이다. 전라도 김치와 먹을 것이다. 또 고민이다. 어떤 전라도 김치가 좋을까. 파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김치가 너무 많다. 프랑스 전 대통령 샤를 드골은 “치즈가 246가지나 있는 나라라 통치하기 힘들다”고 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한국에는 187종의 김치가 있다. 요즘 시골 시장에서 ‘보리꼬리’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브로콜리로도 김치를 만든다. 한국 정치인들도 쉽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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