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업지도’ 지각변동… 제주 안가도 열대어 낚인다
길어진 고수온 여파, 57년 서해 평균 표층수면 1.44도 상승
옹진군 20년 경력 선장 변화 실감
우럭·참돔 줄고 붉바리·자바리 출현
대표종 꽃게·참조기 어획량 저조
‘황해저층냉수’ 줄어 변수로 작용

기록적 폭염으로 전국에서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인천 앞바다의 어업지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천 옹진군 영흥도에서 20년 넘게 낚싯배를 운영 중인 선장 강재원(45)씨는 최근 출항할 때마다 바닷속 어종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남해와 제주, 동해 등에서 볼 수 있던 무늬오징어가 영흥 앞바다에서 잡히더니 지난해부터는 아열대성 어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그 빈도가 더 늘어 남해에서나 보이던 부시리가 서해 북부에서 잡혔다.
특히 지난달에는 아열대성 어종인 붉바리, 자바리, 꼬치고기 등도 낚싯줄에 걸렸다. 해당 어종 모두 따뜻한 수온을 선호해 원래라면 제주도 인근에서나 잡혀야 한다.
강 선장은 “낚싯배를 수십 년 타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종을 최근 들어 많이 접하고 있다”며 “원래 여름에 많이 잡혔던 볼락(우럭)과 농어, 참돔의 출현 빈도는 전보다 줄었고, 이를 대신하는 아열대성 어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수산과학원도 서해 북부에서 아열대·열대 어종의 출현을 확인하고 있다. 인천 인근 해역인 서해 북부에서 실전갱이(2019년 10월), 백미돔(2023년 9월), 구갈돔(2023년 10월), 노랑무늬양쥐돔(2023년 10월) 등이 발견됐다. 주로 동남아 등에 서식하는 이 어종들은 제주도 연해에서도 드물게 나타났었다.
서해 출현 어종의 변화는 고수온 때문이다. 최근 57년(1968~2024년) 국내 연근해 평균 표층수온은 1.58℃ 상승했다. 해역별로는 동해 2.04℃, 서해 1.44℃, 남해 1.27℃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수온은 0.74℃로, 국내 수온 상승이 2배 이상 높다. 영흥도와 가까운 자월도 표층수온은 지난 2021년 6~9월 평균 15.8℃~24℃를 오갔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평균 17.6℃~27℃로 상승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고수온이 지속되고 있다.

고수온 등 기후변화에 따라 밥상 수산물의 어획량과 어획시기도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해 인천 꽃게 어획량이 감소한 이유는 길어진 고수온으로 서해에 ‘황해저층냉수’(10℃ 이하)가 적게 분포했기 때문이다. 냉수대가 줄어 꽃게 서식지가 분산되면서 조업 난이도가 올라가 어획량이 줄었다.
올해는 봄철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 꽃게가 연안으로 돌아오는 시기가 늦어져 상반기 어획량이 감소했다. 여름철엔 고수온이 지속됐지만 다행히 지난해 대비 저층냉수 분포가 넓을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 꽃게 어획량이 늘고 출현 시기도 길어질 전망이다. 서해 대표 어종인 참조기도 꽃게처럼 저층냉수의 영향을 받아 고수온 현상이 어획량의 변수로 작용한다.
국립해양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지환성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아열대 어종이 서해와 동해까지 북상하고, 머무는 장소와 기간도 넓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보이지 않던 특정 어종의 출현이 앞으로도 더 늘어나고, 30~50년 후에는 국내 주요 어종의 어획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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