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우리가 진정으로 지켜야할 먹거리

윤주용 전 울산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2025. 9. 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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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우유 소비량 쌀 넘어 주식자리 차지
기업서 값싼 유제품 수입 낙농기틀 흔들어
우수한 품질의 먹거리 지켜내야만 선진국
윤주용 전 울산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우유의 중요성에 대하여 성경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묘사돼 있고,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우유는 완전한 식품으로, 처칠 수상은 우리가 2세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투자는 우유를 먹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에서는 1인당 우유 소비량은 85.7kg으로 쌀 56.7kg을 넘어 국민 기본 먹거리인 주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한국인은 우유를 떠나서 살 수 없다.

 이렇게 대단한 우유가 오늘날 우리 곁에 오기까지 사명감을 가진 수많은 선각자가 있었다. 최초는 프랑스인 쇼트가 경기도 안성에 한독 목장을 시작했으며, 6.25이후 원조로 국민 영양 공급과 2세를 위한 미래 투자를 위해 세계적 구호단체 헤퍼(Heifer)로부터 젖소 닭 등 가축 3,200마리를 기증받아 사육을 시작해 1970년에는 수도권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우유급식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2020년 헤퍼 코리아가 설립되고 2022년 12월 22일 한국 젖소 101마리를 네팔로 보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70년 만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

 잘 사는 것, 가장 좋은 먹거리를 먹는 것, 국민 체위 체력 건강증진을 위해서 국민소득이 높아진 선진국이 될수록 최고의 먹거리인 유제품 특히 수입으로 대체가 되지 않는 백색 살균 시유(市乳)에 대한 주권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최근 미국에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하여 달걀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사태를 보면서 우리도 외국에서 달걀을 수입했던 기억을 소환하게 된다.

 하지만 백색 살균 시유의 경우는 다르다. 지구촌에서 품질이 가장 우수한(체세포수 세균수 기준) 우유를 생산하고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이같이 우수한 품질의 우유는 덴마크를 제외하고는 수입할 곳이 없는 것이 작금의 지구촌 현실이다.

 포유동물에서 가장 중요한 첫 음식은 젖(우유)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먹거리 제공하는 것이 큰 임무 중 하나이다. 선진국은 가장 좋은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공기와 물은 흔하니까 잊고 살 때가 많다. 

 싼 수입 분유를 프로틴 등으로 포장해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는 것을 보면, 소비자가 우유 품질에 대하여 잘 모르고 가격과 광고에 이끌려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로 젖소가 견디기 힘든 기간(여름)이 150일 정도로 거의 한 해의 절반에 가깝다. 이로 인해 하절기에는 우유가 모자라고 동절기에는 우유가 남아도는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낙농을 지켜야 하는 협동조합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가 양립돼 있다. 특히 기업에서는 가격이 싼 수입 유제품을 집중 수입해 한국낙농의 기틀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젖소 사육환경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작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문제와 내년(2026년)에 유제품 전면 수입 개방을 앞두고 국가연구기관 등의 소극적인 문제 해결 태도 등 실로 사면초가이다.

 이 땅 국민들의 영양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명감 하나로 젖소로 수입하고 헤퍼의 도움을 받아 학교급식에 우유를 공급했던 선각자들을 생각하면 '아! 이를 어찌할꼬'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외침은 다가오는 봄만 두고 한 말이 아닌 것을 안다. 우리 농산물 중에서 이렇게 우리들 곁을 떠나간 품목이 한둘이 아니다. 젖소가 사라진 대한민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가장 위대한 먹거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백성의 하늘인 먹거리를 잃은 우리들의 터전에 진정한 봄이 오겠는가? 지금 우리가 지켜내어야 할 것이 진정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