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생중계’…국정운영의 투명성을 격려한다 [세상읽기]


김희강 | 고려대 교수(행정학)
최근 이재명 정부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주요 정책과 민생 현안에 대한 국무회의 일부분을 공개하였다. 이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앞으로 어디까지 회의 내용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공개될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 방향성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정보 공개나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이 국정운영의 직접적인 감시자이자 참여자로 존중받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변화로 느껴진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은 구중궁궐 속 암상자의 연속이었다. 국민의 머슴을 자임한 정권이었지만, 정작 권력의 작동 방식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알앤디(R&D) 예산 삭감 등은 대표적인 깜깜이 의사결정이다. 권력에 줄 선 몇몇 정치인과 관료 집단이 정보를 독점하여 그들만의 목적에 맞게 정책을 획책하고 결정하는 어둠의 구조는 국민의 통제라는 민주주의와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는 마키아벨리가 ‘궁정정치’(corridor politics)라고 비판했던 모습과 닮아 있다. 권력이 공개된 공간이 아닌 궁궐의 복도나 밀실에서 은밀하게 뒷거래되면서, 소위 ‘문고리 권력’이나 ‘비선 실세’와 같은 존재가 자의적으로 권력을 주무르고 남용할 여지를 방치했던 것이다. 국민의 민주적 눈높이가 아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관료 집단 간의 암투가 벌어지고, 국민주권을 묵살하고, 사인 이익을 위한 정책이 횡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비공식적인 권력 행사와 암투는 투명한 책임을 회피하고 국정운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했으며, 암막의 구조 속에서 국민은 어떤 정책이 왜 결정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권력이 주인을 위해 쓰이고 있음을 눈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선거 승자가 모든 권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선거 독재에 중독된 윤석열 정부의 퇴행에서, 국민이 권력의 집행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는 ‘통제자’의 역할을 부분적으로나마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미셸 푸코가 지적한 권력의 관계성 변화를 상기시킨다. 단순히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가의 문제를 넘어, 투명성 그 자체가 권력을 민주적으로 재구성하고 새로운 통제 구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즉, 국민이 주권자로서 감독자의 위치에 설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국무회의 중계는 그 자체로 국민이 권력의 집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민주적 통제장치이다. 이는 마치 권력의 통행로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처럼, 국민의 권력을 임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권한을 용도에 맞게 잘 쓰고 있는지 국민이 볼 수 있게 만든다. 행정의 투명성은 부당한 압력이나 졸속 결정이 밀반입될 여지를 원천적으로 줄여, 정책 결정의 합리성과 책임성을 높인다. 공개된 논의 과정에서는 특정 집단의 사적 이익이나 정파적 고려가 준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부당하거나 편향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투명한 감시와 논의는 정책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과정으로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강화한다. 이는 국민이 단순히 선거 기간에만 주인의 자리를 스쳐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권력의 작동 과정을 살피고 평가하는 민주적 효능감을 높여 국민의 눈높이를 동반 상승시킨다.
예를 들어, 이재명 대통령의 광주·전남 타운홀 미팅이 생중계되자 하이라이트 영상은 약 4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는 국민이 특정 사건이 터진 뒤에야 비로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안이 논의되는 과정을 직접 보며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견제하는 주체로 질적인 변모를 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권력을 살피고 평가하는 ‘민주적 생활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생중계를 통한 투명한 국정운영은 국민주권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은 더 이상 피동적으로 결과를 통보받는 수용자가 아니라,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비판하는 주체가 된다. 이는 곧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라는 민주주의의 저변을 확대하는 강력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정은 베이징 도착 ‘다자 외교’ 데뷔…북·러 회담 가능성도
- 김정은, 딸과 베이징 도착…오늘 ‘북중러 연대’ 과시
- 한학자, 이재명 정부 민정수석 낙마 오광수 변호사 선임
- 임금체불 땐 최대 징역 5년…1회만 유죄여도 사업주 명단 공개
- ‘나경원 간사’ 등장에 법사위 아수라장…“내란 앞잡이가 어떻게”
- 현대차 노조 7년 만에 파업 돌입…찬성률 86%
- ‘면비디아’로 불리는 이 주식…“3년 새 1600% 폭등”
- “초선 가만있어!” 나경원에, 5선 동기 박지원 “군번이 어딨어”
- 국힘 신동욱 “윤석열 CCTV 공개하자, 왜 민주당만 보나?”
- 이 대통령 “산재 단속으로 건설경기 죽는다? 말이 되는 소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