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의 의상 뒤에 가려진 협치의 진정성

중부일보 2025. 9. 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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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열리며 또다시 파행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국회의장은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야 대표에게 덕담을 건넸지만 본회의장은 전혀 다른 풍경으로 채워졌다. 국민의힘은 상복 차림으로, 민주당은 한복 차림으로 개원식에 참석했다. 의복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다. 개원식은 국민 앞에서 국회의 새로운 각오를 밝히는 상징적 자리다. 그러나 협치를 다짐하는 자리에서조차 갈라진 모습만 보였다면, 그 상징은 국민에게 실망과 피로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으며,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처럼 경제와 민생은 이념과 정파를 넘어선 공동의 과제다.

당장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高'에 시달리는 서민과 소상공인은 정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해법을 원한다. 하지만 현실의 국회는 사사건건 대립과 충돌로 점철돼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협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내란 특검의 압수수색, 민주당의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에 강력히 반발했다. 대화와 타협의 언어보다 갈등의 언어가 더 크게 울려 퍼진 셈이다. 물론 야당으로서 권력 견제와 비판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문제는 '정치적 상징 경쟁'이 정책적 실효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한복은 정통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상징이라 하겠지만 그 속에 담긴 진정성은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의 상복 차림이 정권과 여당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라 해도 정작 국민은 정치권의 분장극으로만 받아들일 위험이 크다. 의상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 협치와 입법 성과다. 이번 정기국회에는 국가 예산과 민생 법안, 외교·안보 현안 등 무거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중국이 서해에 설치한 구조물 문제, 경제 불확실성 대응, 사회 안전망 확충 모두가 발등의 불이다. 그러나 여야가 의전과 상징에만 매달린다면, 국회는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또다시 '정쟁의 무대'로 전락할 수 있다. 국민들이 답답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기국회는 앞으로 100일 남짓 이어진다. 그 시간은 짧지 않지만, 갈등에 소모한다면 순식간에 흘러갈 것이다. 국민은 국회에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닌 문제 해결의 모습을 원한다. 의장의 말처럼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협치를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여야 모두가 정파적 상징을 내려놓고 실질적 합의와 입법 성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개원'의 의미이며, 국회의 존재 이유다. 진정한 정치의 목적이 무엇인지 여야가 새겨야 한다. 입만 열면 국민을 외쳐대는 정치인들이 서로의 목적을 위해 말도 안하고 있다. 어제만 해도 국민의힘은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과 관련, '독일 나치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국민을 위한 정책대결은 요원해 보이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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