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고물가시대 ‘990원 소금빵’ 엘레지

강희 2025. 9. 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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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는 여행 트렌드가 됐다. 빵덕후들의 도장깨기는 골목상권을 심폐소생하고, 노잼도시도 빵잼도시로 만들었다. 골목골목 프랜차이즈 빵집이 자리하고, 도심 외곽에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속속 들어섰다. 하지만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은 빵덕후들을 슬프게 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올 6월 기준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52다. 2020년과 비교하면 38.52%나 뛰었다. 국내 양대 프랜차이즈는 올해 초 나란히 5%대 가격 인상으로 눈총을 받았다. 불황 속 소비자들은 ‘천원빵’에 손이 간다. 지하철역 상가 단기 임대와 유통과정 생략으로 가능한 착한 가성비다.

경제 유튜버 ‘슈카’가 ‘빵플레이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에서 베이커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소금빵·베이글 990원, 식빵 1천990원, 명란 바게트 2천450원, 깜빠뉴 2천990원 등 35종을 선보였다. 산지 재료를 조달하고 공정을 단순화해 원가를 낮췄단다. ‘미친 빵값’을 잡겠다는 기획 의도는 적중했다. 첫날부터 오픈런 행렬에 ‘1인당 3개 판매’ 안내문도 붙었다. 빵덕후들은 열광했고, 자영업자들은 불편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싼 가격이 왜 욕을 먹냐”라는 옹호론과 “자영업자들은 비싼 빵 파는 사람이 됐다”는 비판론이 충돌했다. “싼 빵을 만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죄송하다.” 슈카는 하루 만에 사과하고 해명했다.

프랑스에서도 빵값 때문에 시끄럽다. 대형마트가 470원짜리 바게트를 판매하자 전통 제빵사들이 항의했다. 빵집 평균 가격인 1.09유로(1천770원)에 비하면 파격가다. 전국제빵·제과협회까지 나섰다. 미끼상품이라고 폄훼하며 제빵업계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했다. 기계로 만든 공장형 바게트와 수제 바게트 값이 같을 수는 없다. 가성비냐 품질이냐, 결국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문 닫은 동네빵집은 3천591곳에 달한다. 팝업스토어의 깜짝 실험에 자영업자들이 날을 세운 이유다. ‘990원 소금빵’이 ‘유튜버 대 자영업자’라는 적대적 구도로 비화될 일은 아니다. 빵값은 원재료값과 유통구조, 판매량에 따른 마진율, 인건비, 임대료 등 복합적인 변수가 좌우한다. 빵값 공방이 아닌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물가 시대, 우울한 에피소드가 추가됐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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