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밀도로망지도, 청주 교통혁신의 숨은 인프라

임희섭 청주시정연구원 도시공간부 연구위원 2025. 9. 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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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교통정책과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히 도로를 넓히고 신호를 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분석과 예측이 핵심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밀도로망지도(HD Map)'의 필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최근 티맵, 카카오맵 등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택시·버스·화물차의 DTG(운행기록장치) 자료 등을 통해 방대한 주행궤적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다. 이 데이터는 기존의 교통량 조사나 OD(출발-도착) 자료로는 알 수 없었던 실제 차량들의 이동 경로와 주행 행태를 보여준다. 특정 시점, 특정 위치에서의 차선 변경 패턴, 교차로 통과 행태, 차량의 가감속 요인 등 보다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행궤적을 도로·시설물과 정확히 매칭할 수 있는 정밀도로망지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청주시는 이와 관련하여 한단계 앞선 기반을 갖추고 있다. 바로 TGIS(교통지리정보시스템)이다. 이는 도로를 단순히 노드와 링크로 표현한 전통적 교통 네트워크가 아니라, 도로·인도·차선·교통시설물·보호구역 지정 등을 위경도 좌표 기반으로 구축한 시스템이다. 특히 청주시 TGIS는 지자체 차원에서 교통공간정보를 이 정도 수준으로 관리하는 드문 사례이며, 이는 향후 교통정책 연구와 교통안전 대책 수립에 있어 막대한 잠재 가치를 지닌다.

청주시의 TGIS는 이미 도로·차선·보호구역 등 공간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선도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를 실제 정밀도로망지도 수준으로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차로 단위의 정밀화가 필수다. 차량의 주행궤적과 결합하려면 도로를 단순한 선 수준이 아니라 차로별로 구현해야 한다. 또한, 횡단보도, 정지선, 표지판 등 미세한 시설물 정보까지 반영되어야 차량이 특정 지점을 통과할 때의 주변 맥락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

둘째, 링크 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현행 노드-링크 기반의 단순 네트워크는 실제 교통 흐름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차로, 램프, 곡선부와 같은 도로 기하구조의 변화 지점뿐 아니라, 어린이보호구역 진입, 제한속도 변경, 차로 수 변화 등 교통 환경이 달라지는 지점에서도 링크를 세분화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반영해야만 실제 주행 행태와 일치하는 네트워크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셋째, 각 객체에 대한 속성정보가 보강되어야 한다. 단순히 좌표와 형상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차로의 경우라면 차로폭, 차로 번호, 제한속도와 같은 기하구조 정보가 필요하고, 여기에 평균 속도, 통행시간, 시간대별 교통량 같은 이력정보가 결합되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지선, 신호기, 버스정류장 등 다른 도로시설물도 각각의 기능과 역할에 맞는 속성정보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속성이 충실히 채워져야 단순한 지도에서 벗어나, 실제 교통상황을 반영하는 동적 분석과 정책 활용이 가능하다.

넷째, 업데이트와 이력 관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정밀도로망지도는 지속적인 갱신 없이는 의미가 없다. 도로 공사, 시설물 설치·철거, 교차로 개편 등 변화가 생길 때마다 빠르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최신 정보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 자료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교통사고 원인 분석이나 정책 평가에는 과거 시점의 도로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특정 시점의 데이터와 그 당시의 도로 환경이 정확히 매칭될 수 있어야 한다.

정밀도로망지도는 단순히 연구자나 행정기관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교통사고 예방, 보호구역 개선, 교통혼잡 해소, 나아가 자율주행과 미래 모빌리티의 도입까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다. 청주가 보유한 TGIS를 정밀도로망지도 수준으로 고도화한다면, 청주의 교통정책은 한층 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체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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