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방치’ 성남 분당구 구미동 옛 하수종말처리장, 복합문화공간 변신

김순기 2025. 9. 2. 18:4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민 반대 ‘도시 흉물’… ‘도시 보물’ 환골탈태

1997년 완공했지만 잇단 민원에 가동못해
2006년 市 소유권 이전… 고교 설립 좌절
1407건 시민 공모로 ‘물빛정원’ 이름 선정

5일 옛 유입펌프장 리모델링 뮤직홀 개관
남은 2만여㎡ 부지 세계수준 미술관 유치
옛 구조물·설비 등 그대로 남겨두고 조성

분당 구미동 옛 하수종말처리장 부지에 새롭게 조성돼 지난 6월 문을 연 성남물빛정원. /성남시 제공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는 신도시 분당에 어울리지 않게 28년째 흉물로 방치돼온 2만9천여㎡의 부지가 있다.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불리는 이 부지는 지금 공원·뮤직홀·미술관이 어우러진 문화예술 랜드마크로의 ‘대변신’이 이뤄지고 있다.

도시 재생을 위한 대변신의 과정은 지난했다. 어떻게 재생시킬 것인가에 대한 주민 요구와 행정, 집단 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쉽게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상업이나 주거시설을,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문화나 체육시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선 8기 신상진 시장 체제에서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하나로 모으는 숙의 과정을 거쳐 결론이 내려졌고 마침내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복합문화예술 공간은 기존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설비 일부가 그대로 보존된 상태에서 조성된다. 때문에 알짜배기 땅을 시민의 품으로 환원하며 도시재생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옛 하수종말처리장 ‘흉물’

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달 30일 건축가 하비에르 산체스 (Javier Sanchez)와 함께 옛 하수종말처리장 지하공동구를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남시 제공


옛 하수종말처리장은 분당에 어울리지 않는 대표적인 ‘도시 흉물’로 통했다.

이 시설은 1997년 약 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됐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단 한 번도 정상 가동되지 못한 채 28년 동안 방치됐다.

용인지역 하수를 분당에서 처리하려 했던 당시 한국토지공사의 무리한 계획이 반발의 불씨가 됐고 시험가동 과정에서 다수의 주민 민원이 잇따랐다. 결국 시설은 문을 닫았고 성남시와 용인시, 한국토지공사 간의 소유권 갈등만 수년간 이어졌다.

2006년 협약을 통해 성남시가 소유권을 넘겨받았고 2007년에는 고등학교를 설립하려 했지만 학생 수요 등을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이 반대하면서 다른 활용방안을 찾아왔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흉물로 방치됐다. 주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고 ‘언제까지 흉물로 둘 것이냐’는 청원과 민원이 시청과 시의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 공원·뮤직홀

옛 하수종말처리장 유입펌프장을 리모델링해 오는 5일 오픈하는 뮤직홀 전경. /성남시 제공


민선 8기 들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 속에 결단이 내려졌다. 시는 복합문화 공간을 전제로 지난해 5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한 7개월간의 용역을 발주했고 그 결과물로 공원, 뮤직홀, 카페, 주차장을 조성하는 1단계 사업이 결정됐다.

공원은 안전시설과 조경을 갖춘 뒤 지난 6월 완공, 시민에게 개방됐다. 이름은 1천407건이 접수된 시민 공모를 통해 ‘기피 시설이었던 공간이 예술과 생명의 정원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담은 ‘성남물빛정원’으로 정해졌다.

현재 성남물빛정원은 산책로와 녹지가 조성돼 시민 누구나 함께 걷고 쉬는 도심 속 쉼터로 탈바꿈했다. 또 시는 다양한 행사도 진행해 쉼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5일에는 금난새 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진행하는 시민 초청 야외 음악회가 열렸다.

또 오는 5일에는 옛 유입펌프장을 리모델링한 150석 규모의 뮤직홀이 개관을 앞두고 있고 바로 옆 송풍기동은 카페로 변신한다. 뮤직홀에서는 스트링 오케스트라, 앙상블, 퀸텟 등 다채로운 실내악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려 시민 누구나 클래식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시 관계자는 “구미동 하수처리장의 변신은 단순한 공원, 뮤직홀 조성의 문제가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였으나 실패했던 기반시설을 시민 품으로 되돌려, 오히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전환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 문화·예술 랜드마크로의 대변신

옛 하수종말처리장에 들어서는 미술관 등 문화예술 공간 조감도. /성남시 제공


시는 뮤직홀·카페 등을 조성하고 남은 2만4천여㎡ 부지에는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을 유치해 랜드마크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계획이다.

한강 이남 지역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외에는 대규모 미술관이 드물다. 미술관 유치를 통해 경기 남부와 충청권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부분은 옛 하수처리장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설비 일부는 그대로 보존해 미술관 속에 녹여낸다는 점이다.

이런 시의 구상에 뉴욕타임스 매거진 건축 담당 외신 기자가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지난달 30일에는 건축가 하비에르 산체스 (Javier Sanchez)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신상진 시장과 지하공동구 등을 돌아본 뒤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핵심 문화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닌 곳”이라고 평가하며 관심을 보였다.

멕시코 출신 하비에르 산체스는 지난 30여 년간 멕시코, 남미, 유럽에서 19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2024년에 미국 테네시대학교 녹스빌 캠퍼스 BarberMcMurry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2006), 시카고 건축·디자인박물관 글로벌 디자인상(2007), 멕시코 건축비엔날레 금메달(2020), 미국건축가협회(AIA) 주택상(2022) 등의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신상진 시장은 “애물단지였던 옛 하수처리장을 주민들이 환영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곳으로 바꾸는 극적인 반전이 필요했다. 시민들이 편히 쉬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산책로와 뮤직홀, 카페, 그리고 세계적 미술관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스페인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도시를 바꿔냈듯 성남도 충분히 같은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세계적 미술관이 들어서면 성남의 문화예술 수준과 도시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시장은 이어 “하수처리장이 성남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재탄생하는 순간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이번 변신은 성남이 그리는 미래 도시재생의 모델이자 대한민국 도시정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김순기 기자 ksg2011@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