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속은 북적댄다”…작지만 거대한 생명의 합주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5. 9. 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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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폭염이 이어지지만, 여름 동안 울창함의 절정을 이룬 나무들도 이제 곧 왕성한 활동을 마무리하며 가을 문턱에 들어설 준비를 할 것이다.

지난여름의 성장에는 흙과 잎의 다양한 미생물이 나무와 함께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생물의 디엔에이만을 가려내는 정밀 기법으로 분석해 보니 척박한 나무 내부에도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겨울을 준비할 테고, 내부에서 수많은 미생물도 분주하게 계절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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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속은 딱딱한 목질로 이뤄져 있지만 거기에도 놀랍도록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한다. 최근 미국 예일대 연구진의 조사 연구에 의하면, 평균적인 나무 내부에는 약 1조개의 미생물이 살며, 이런 미생물은 나무 종류에 따라, 내부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독특한 군집 생태계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여전히 폭염이 이어지지만, 여름 동안 울창함의 절정을 이룬 나무들도 이제 곧 왕성한 활동을 마무리하며 가을 문턱에 들어설 준비를 할 것이다. 지난여름의 성장에는 흙과 잎의 다양한 미생물이 나무와 함께했을 것이다.

주변 미생물이 식물 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왔다. 흙 속의 균류는 뿌리가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잎에 사는 유익균은 해로운 미생물 감염을 막는 구실을 한다. 뿌리와 균류가 얽혀 만들어내는 땅속 연결망(‘우드 와이드 웹’)은 흥미로운 연구 주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나무 내부는 어떨까?

최근 미국 예일대 환경대학원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살아 있는 나무 내부의 다양하고 독특한 미생물 군집’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네이처는 이를 표지논문으로 선정해 ‘나무속은 북적댄다’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나무 안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발견의 놀라움을 담은 표현이다.

예일대 연구진은 미국 북동부에 자라는 활엽수 16종의 150여그루에서 연필보다 훨씬 가는 목질 샘플들을 채취했다. 그러고서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물의 디엔에이를 조사했다. 살아 있는 생물의 디엔에이만을 가려내는 정밀 기법으로 분석해 보니 척박한 나무 내부에도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 내부에서 미생물들은 무작위로 분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깊숙한 심재와 껍질 쪽에 가까운 변재에 아주 다른 미생물 군집이 살아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재에는 산소 없이 생존하는 미생물이, 변재에는 산소가 필요한 미생물이 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가스를 생성하거나 영양소를 순환시키며 나무의 대사를 돕는다.

놀라운 점은 미생물의 규모다. 연구진은 샘플에서 얻은 미생물 수를 평균적인 활엽수(약 5톤 무게)의 규모로 환산해, 나무 한그루에 약 1조개의 미생물이 산다고 추산했다. 숫자만 보면, 인체 미생물 규모(최근 추산 30조~40조개)에 비해 훨씬 적지만, 딱딱한 내부 목질이 사실은 풍부한 미생물 서식지라는 점은 놀랍다.

미생물 군집은 나무 종류별로 달랐다. 단풍나무와 소나무 안에 사는 미생물이 서로 달랐다.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 구성이 다르듯이, 같은 종 나무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내부 미생물은 나무의 건강, 노화, 부패 과정에서 어떤 구실을 할까? 연구진은 이 연구가 더 많은 물음과 연구 주제를 던져준다고 말한다.

이미 식물 개체는 방대한 미생물 네트워크와 얽혀 있는 복잡하고 통합된 생태계로 이해되기 시작했는데, 이번 연구는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숙주 동식물과 공생 미생물을 사실상 통합된 생명체(통생명체, holobiont)로 바라보는 새로운 생물학의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겨울을 준비할 테고, 내부에서 수많은 미생물도 분주하게 계절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북적대는 작지만 거대한 생명 합주는 우리에게 자연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무와 미생물, 인간과 장내 미생물처럼 생명은 늘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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