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유출 피해 5년간 25조…“인력 유출 방지책·법안 정비 시급”

김임수 기자 2025. 9.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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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2일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대응 제도개선 토론회’
기술유출 날로 지능화…국내에 자회사 세워 핵심 인력 빼가
“기술보호 관련 3개 법안 간 체계 정합성 문제 정리해야”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Pixabay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 문제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105건으로 이를 통한 피해 금액은 25조원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국가핵심기술은 국가 경제 및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해외유출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최근에는 중국 등 해외 기업이 국내에 자회사나 지사를 설립한 뒤 국내 우수한 연구자들을 영입하는 등 기술유출 양상도 다양화되는 중이다. 정부와 국회는 기술유출 사범에 대해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대응하고 있으나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오후 국회에서는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대응 및 제도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 송재봉·김남근·김기표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내 핵심 인재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은 "지난해 국내 인공지능(AI) 분야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간 규모가 인구 1만 명당 0.36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네 번째로 높다고 한다"라며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로의 전환을 강화하고, 인재가 다시 유입·순환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근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기술유출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AI 기반 정보 수집 등 신종 수법이 등장하고 있지만, 제도와 수사는 여전히 뒤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며 "유출된 기술의 65%가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점도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기표 의원은 "수년간, 수백 명의 땀과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기술이라 할지라도 단 한 번의 유출로 물거품이 된다"라며 "기술 탈취 수법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로는 입증 요건이 까다로워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범죄가 앞서가고 제도는 뒤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재봉 의원 역시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제 경쟁은 이미 경제안보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라며 "여러 법률이 존재하지만 체계정합성이 미흡해 제도적 공백과 불균형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사후적으로 처벌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할 때"라고 지적했다.

산업기술보호법 1월 개정…"형벌 역전 현상 발생"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업·국가핵심기술 관련 법안들끼리 체계 정합성이 미흡해 형별 규정에 공백 및 흠결이 발생하고 있어 입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올해 1월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된 반면 이에 상응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방산기술보호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아 형벌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유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으로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침해행위에 대한 벌금형이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상향됐으나, 국가첨단전략기술과 방산기술의 경우 여전히 20억원 이하 벌금에 머물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라며 "또한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존 목적범 요건을 삭제해 단순고의범으로 전환해 가벌성 문턱을 낮췄지만,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여전히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라는 추가 요건을 요구하고 있어 오히려 보호 강도가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일부 기술의 중복 지정 문제도 제기했다. 시스템반도체용 첨단 패키지 기술, OLED용 DDI 설계기술, 리튬이차전지 고용량 양극소재 기술, 초고성능 전극 기술 등 4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과 첨단전략기술 양쪽 모두에 지정돼 있어 어떤 법률을 적용할 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이 같은 법률 체계 정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전략기술 유출·침해행위에서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 요건을 삭제해 산업기술보호법과 동일하게 단순고의범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기술 유출·침해행위의 알선 등 행위 △무단 반출 등 행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명령 불이행 행위 등을 새로 추가하고 △미수범 및 예비·음모 처벌규정 △몰수·추징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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