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1'의 기적

2025. 9.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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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깊은 정(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은 따뜻한 유대감으로,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기꺼이 손을 내민다.

공동의장으로 참여하는 나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도하며 큰 보람을 느낀다.

나는 이 정신이 다시금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기업·지역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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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깊은 정(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은 따뜻한 유대감으로,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기꺼이 손을 내민다. 나 역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동료들과 지인들의 친절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으며 K컬처, K뷰티, K푸드를 통해 세계적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외국인의 눈에도 놀라운 성취이며 나는 늘 해외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곤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눈부신 성공의 이면에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인구 감소라는 심각한 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토록 공동체적 유대가 강한 사회가 어떻게 이런 현실과 마주하게 됐을까?

머크에서 근무하며 아이를 갖고자 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난임 치료를 지원해온 나로서는 이 질문이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은 풍요와 기회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을 심화시켜 결혼과 출산을 점점 뒤로 미루게 만들었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의 토대임에도 많은 이가 사회적 압박 속에서 이를 점차 늦추거나 심지어 포기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가족 및 보육 지원 제도를 제공하는 나라 중 하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기업들도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머크는 임직원을 위한 가임 지원 프로그램과 더불어 커리어와 가정이 양립하도록 돕는 가족 친화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설계된 정책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최근 내가 참석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여성·경제 포럼에서도 정부·학계·기업의 리더들은 문화적 변화, 실질적 리더십, 그리고 정책을 현실로 만드는 공동 책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사내 문화 정착을 넘어 각 기업 간의 교류와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지난해 가족친화미래포럼을 출범시켜 인구 위기 대응에서 기업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공동의장으로 참여하는 나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도하며 큰 보람을 느낀다.

외부인의 시각에서 이렇게 활력이 넘치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인구 감소를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희망의 신호도 있다. 2년 전 0.72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이 지난해 0.75명으로 반등했다.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더 큰 전환의 시작이라면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인은 역경 속에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발휘해왔다. 나는 이 정신이 다시금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기업·지역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낼 것이라 믿는다. 단지 출산율을 상징적 기준인 '1' 이상으로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한국은 이번에도 다시, 그리고 '1'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적을 써 내려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 역시 그 여정을 함께하며 힘을 보태고자 한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헬스케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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