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의정갈등 마무리…제약사 실적 영향은?[비즈니스 포커스]

2025. 9.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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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1년 반에 걸친 의정갈등이 끝나고 드디어 전공의들이 병원에 복귀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공의 단체 대표는 갈등 기간 내내 가장 큰 피해자였던 환자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나섰다.

병원과 제약업계도 이 기간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특히 대형병원 납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은 긴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업계 상위권 기업들은 사업 및 제품 다각화, 신약 수출 등으로 부지런히 살길을 찾았다.

이제 터널이 끝나가는 지금, 병원 정상화로 인해 제약업계 실적도 증가할 것이 기대된다. 다만 아직 정상화의 수준을 점치기 어려운 상태에서 ‘반등 효과’가 부분적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악재가 호재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병상 가동률은 50%까지 떨어졌다.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 인력 중 30%가량은 전공의로 채워진다. 각 병원마다 전공의들의 부재로 인해 처방, 수술 건수도 일제히 줄었다.

이로 인해 판매량에 타격을 받은 제품군은 통상 대형병원에서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 있다. 수액, 주사제, 마취제 등 원내의약품도 여기 포함된다. 지오영 같은 의약품 유통사도 수혜주가 될 수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의정갈등이 시작될 당시 실적이 악화했다는 곳이 의정갈등 종료로 수혜를 입는다고 보면 된다”며 “동국제약같이 일반의약품 비중이 높은 곳을 제외하면 수액과 제네릭(복제약)을 공급하는 국내 전통 제약사 대부분이 역시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과 종근당, 한미약품 등 다양한 전문의약품을 공급하는 상위권 제약사도 타격을 받았다. 의정갈등이 본격화하며 전공의가 대규모 사직 러시를 벌인 뒤인 2024년 2분기 당시 유한양행과 종근당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5%, 34.6% 감소했다. 지난해 주요 제약사들의 재고자산도 전년 대비 25% 이상 늘어 2조원을 돌파했다. 그만큼 약이 안 팔렸다는 뜻이다.

원내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은 JW중외제약, HK이노엔, 대한약품공업도 마찬가지다. 검체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씨셀 실적은 모기업인 GC녹십자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데다 의정갈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200억원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수액 등 원내의약품은 내수 매출이 대부분이다. 이 분야 선두인 JW중외제약 연결 매출은 2022년 6844억원에서 2023년 7485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의정갈등이 시작된 지난해 7194억원으로 움츠러들었다. 이 기간 주요 제품별 매출을 보면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와 영양수액 매출은 증가한 반면 일반수액과 특수수액 매출은 줄었다.

이에 대해 “고혈압약 같은 원외 처방 의약품은 대형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처방 받아 먹지만 수액 같은 원내 의약품은 다르다”며 “채널이 일선 병의원으로 달라졌을 뿐 전체적인 판매량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제 살길 찾기’ 성과 커


실제로 제약사들은 의정갈등 이후 제품 포트폴리오 및 판매 채널 다양화를 위해 노력했다. 수액 중에선 일반, 특수수액보다 영양수액 마케팅에 힘쓰는 식이다.

히트작의 수출이 보탬이 되기도 했다. HK이노엔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의 수출 호조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다. 알리글로는 2023년 12월 미국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출고되고 있다. 케이캡은 국내를 비롯한 16개국에 출시됐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상급병원보다 일반병원에 중점적으로 영양수액을 공급하도록 힘쓴 결과 의정갈등이 발생한 지난해에도 목표보다 높은 수준의 실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의정갈등이 종료되는 올해부터는 수익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의정갈등이 막바지에 이르던 7월 15일 JW중외제약이 올해 회복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실적이 흑자전환에 접어들고 있으며 전공의 복귀 이후 수액제 매출도 회복될 것”이라며 “수액제는 ETC(전문의약품) 매출 3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실적 개선과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완전한 리턴은 어려워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논의 끝에 1만 명에 달하는 미복귀 전공의들이 9월 시작되는 하반기 수련과정부터 기존 병원에 같은 과, 같은 연차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병역 문제도 수련을 마친 뒤 입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복귀하는 전공의는 사직 전공의의 70~8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방병원이나 필수과에서는 복귀율이 특히 낮다. 이미 일반의로 재취업을 한 경우도 많다. 복귀하는 전공의도 병원에 수련,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정갈등 종료에도 불구하고 의료시스템이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의사 수 만큼 진료 및 수술 등의 수요도 상급병원에서 동네 병의원으로 다소 분산됐다는 것이다.

의정갈등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중심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과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를 바라고 있다. 대전협이 이를 두고 정부와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가 반대하던 공공의대 신설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정원이 10명인 필수과 지원자가 2명에 불과한 사례가 있다”며 “최근 의료현장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환자가 잘못돼 의료진이 1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이 같은 배상 비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등의 조치가 있지 않으면 병원이 의정갈등 전처럼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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