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보다 더 많은게 보여 … 다음 세대 위한 길도 고민"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5. 9. 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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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60)은 여성이자 엄마, 교육자로도 산다.

어떤 피아니스트는 건반 위 오로지 자신에게만 몰두하며 '수행자'가 되기도 하지만, 백혜선은 다른 길로 갔다.

백혜선은 "NEC에서도 학생들과 시 읽고 토론하는 북클럽 수업을 할 것"이라며 "그게 없으면 메말라져 표현할 수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임윤찬·조성진이 아이돌급 인기를 얻고 있지만, 백혜선은 "반짝 인기 말고도 청중이 함께 성숙하게 나이 들어가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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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 인터뷰
광복 80주년 '고향' 주제로
11월 마포아트센터서 독주회
자녀·제자 하버드 보낸 교육자
청중 위한 유튜브에도 관심
피아니스트 백혜선. H2아트앤컬처

피아니스트 백혜선(60)은 여성이자 엄마, 교육자로도 산다. 어떤 피아니스트는 건반 위 오로지 자신에게만 몰두하며 '수행자'가 되기도 하지만, 백혜선은 다른 길로 갔다. 대신 그의 눈엔 악보나 음표보다 더 많은 게 보인다. 후배들 앞날을 헤아리는 것, 한 시대를 위해 본을 보이는 것이 환갑을 맞은 그의 중요한 화두다.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여성 연주자로서, 인생을 먼저 가본 선배로서 어떤 롤모델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더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1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선보일 독주회 '고향을 향한 오마주'도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연말까지 열리는 M클래식 축제의 일환으로 서는 무대에 '광복 80주년'이란 의미를 담았다. 그는 올해 초 독립기념관 홍보대사도 맡았는데, 독립운동가 백남채 선생의 손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부심을 솟게 하는" 고국에 대한 감정을 풀어낼 계기가 됐다. 마침 1921년 3·1 만세운동의 거점이었던 뉴욕 한인교회의 이사장까지 맡아 올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9월 벨기에국립오케스트라 내한 협연, 10월 뉴욕 독립기념관 개관 기념 음악회 등으로 바쁜 하반기에도 독주회로 관객과 만난다.

이 무대에선 베토벤이 전쟁 중 조국과 벗에 대한 마음을 담았던 소나타 26번 '고별', 버르토크가 헝가리 민속 음악을 접목해 만든 소나타 80번 등을 연주한다. 재미 작곡가 서주리의 소나타 2번 '봄'은 우리 동요 '고향의 봄'에서 영감받아 직접 의뢰한 곡이다. 그는 "친일이니 매국이니 다 빼고, 일제강점기에 가장 많이 불린 민족의 노래를 오마주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백혜선이 태어난 곳은 대한민국 대구지만, 어쩌면 또 다른 고향은 평생을 함께한 피아노다.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의 피아노 학과장으로서 세계적 피아니스트들을 양성하면서도 그는 "꼭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인생을 먼저 가본 선배로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 보기엔 성취로 빛나는 인생이건만, 스스로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2023년 출간한 에세이집)라고 할 만큼 부침도 있었다. 어릴 적 수영 선수였다가 피아노로 전향했는데, 너무 고돼 피아노를 포기하고 영업사원 일도 했다. 1994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입상(1위 없는 3위)하고 29세 최연소 서울대 음대 교수가 됐지만, 10년 만에 미국으로 떠나 연주자 경력을 새로 쓰는 결단도 내렸다. 동시에 이혼 후 아들딸도 건사해야 했다. 백혜선은 "오히려 여러 아픔을 겪어봤기에 더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인생을 가르치기 위해 그는 음악 이전에 책을 강조한다. 스승인 러셀 셔먼에게서 배웠듯 인문학이 중요해서다. 두 자녀가 모두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에 갔고, 올해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세현도 하버드대 영문학과 NEC 피아노과 복수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백혜선은 "NEC에서도 학생들과 시 읽고 토론하는 북클럽 수업을 할 것"이라며 "그게 없으면 메말라져 표현할 수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일반 관객을 위한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임윤찬·조성진이 아이돌급 인기를 얻고 있지만, 백혜선은 "반짝 인기 말고도 청중이 함께 성숙하게 나이 들어가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유튜브나 강연을 통해 차차 다가가 볼 생각입니다. 우리가 자기만이 아니라 서로를, 주변을 돌아보고 힘을 합하는 것도 배우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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