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 운영 적정성 따져야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와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무인단속장비 과태료 수입이 2019년 7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1조 3000억 원대로 불과 5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경찰은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단속 확대와 공익신고 증가를 이유로 설명하지만 당초 8800대 설치 계획을 훌쩍 넘어 실제 2만2000여 대가 설치된 사실은 설득력을 잃게 한다.
문제는 이같은 장비 설치가 단순히 교통안전 강화를 넘어 과태료 수입으로 세수 늘리기라는 의심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폐교·폐원으로 더 이상 학생이 없는 어린이보호구역에도 장비가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단속 장비가 필요한 구역이지만 설치되지 않은 곳이 4400여 곳이나 된다는 점은 정책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경북지역이 대표적이다. 최근 4년 7개월 동안 도민들이 납부한 교통범칙금과 과태료가 3600억 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동안 적발 건수가 무려 800만 건이 넘었고 해마다 장비 대수와 운영 예산이 늘어 지자체 재정 부담은 커졌다. 하지만 과태료와 범칙금 수입은 전액 국고로 귀속되고 있어 지자체의 불만은 깊어지고 있다.
무인단속장비 운영의 적정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교통안전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설치 기준과 관리 체계의 합리성이 담보돼야 한다. 출산율 감소로 학생 수가 줄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불필요한 장비는 이전·철거하고, 장비가 꼭 필요한 보호구역에는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과태료 수입의 일정 부분을 지자체에 환원해야 한다.
교통단속이 국민을 위한 안전 장치인지 아니면 세수를 메우기 위한 수단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장비 운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합리한 제도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통안전의 공익성과 세수의 공정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운전자 교육 강화, 생활도로 안전시설 확충, 보행자 중심 교통환경 조성 등 종합적 대책이 병행될 때 무인단속장비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교통단속 행정은 단순한 벌금 부과가 아니라 교통문화 개선이라는 장기적 비전이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