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해킹 사태, 1347억 원 과징금은 시작에 불과
가입자 집단분쟁조정 절차 본격화…SK텔레콤에 손배 요구
수용하면 비용 문제 발생, 불복하면 가입자와 법정 공방
과징금 행정소송? "그대로 납부하면 주주 입장에서 배임"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군말 없이 과징금·손해배상금을 납부할 것인가, 정부·가입자를 상대로 법정공방을 벌일 것인가.
부실한 보안 관리로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일으킨 SK텔레콤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SK텔레콤에 1347억 원 과징금을 부과한 뒤 집단분쟁조정 국면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과징금 액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개인정보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이 경우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집단분쟁조정 결정을 수용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수 있으며, 불복한다면 가입자들과의 집단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에 과징금 1347억9100만 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 출범 이래 최대 과징금이다.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은 기본적인 보안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서버 관리를 소홀히 했기에 거액의 과징금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서버 ID와 비밀번호가 저장된 파일도 암호 설정 없이 관리하고 있었으며, 보안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았다. SK텔레콤도 해킹 피해자지만, 국내 1위 통신사가 안전조치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번 일을 촉발한 것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1347억 과징금 이후 집단분쟁조정 본격화
과징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 개인정보위 조치를 기다리고 있던 분쟁조정기구들이 과징금 결정이 내려지자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분쟁조정은 접수 후 60일 이내 처리해야 하지만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행정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일시 정지할 수 있다.
개인정보위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집단분쟁조정을 개시했다. 통상 개인정보분쟁조정위에선 개인정보 침해 당사자가 기업에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현재까지 약 2600명이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시작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는 오는 26일부터 절차를 개시한다. 집단분쟁조정 신청자는 58명이지만 한국소비자원은 SK텔레콤이 조정 결과를 수용할 경우 보상계획안을 모든 가입자에게 일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도 지난달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고 IPTV·인터넷 등 결합상품 위약금 50%를 SK텔레콤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이 이들 분쟁조정위 결정을 수용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분쟁조정위 결정에 불복한다면 가입자와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SK텔레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통신사가 분쟁조정위 결정에 불복한 뒤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도 있다. 2012년 KT의 가입자 8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개인정보분쟁조정위는 KT가 가입자에게 10만 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KT가 이를 거부하면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2018년 대법원은 KT 손을 들어줬는데, 대법원은 KT가 개인정보 암호화 등 조치를 충분히 했으며 해커의 해킹 방법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이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이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다른 점은 '관리 책임' 수준이다. 대법원은 KT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으나,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이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취약점이 발견된 보안 시스템을 8년 넘게 사용하고 업데이트도 진행하지 않는 등 조처를 하지 않았기에 해킹 사태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개인정보위 과징금 수용할까
SK텔레콤이 개인정보위 과징금 조치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SK텔레콤은 과징금 조치 후 입장문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개인정보위 조사·의결 과정에서 조치 사항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의결서 수령 후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개인정보위 의결서를 수령한 후 90일 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지난달 28일 논평을 내고 “SK텔레콤은 유심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책임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개인정보위 과징금 처분과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 직권조정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며 “그동안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들은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만 뒤에서는 과징금 처분에 대해 불복소송을 진행해 과징금을 깎고, 피해자들과 끝장 민사소송을 벌여왔다. SK텔레콤은 이번에야말로 이동통신 1위 사업자로서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과징금 액수 일부라도 줄일 수 있으면 SK텔레콤 입장에선 실익이 있는 것”이라면서 “소송을 제기하면 지금 당장은 비판 여론 때문에 뭇매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소송에 적어도 2~3년이 걸리는데, 그때는 이번 사태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과징금 액수를 줄이려는 노력 없이 그대로 납부한다면 주주 입장에서 배임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유심 해킹 보상 파리바게뜨·도미노피자, 품절에 서버 폭주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피해 보상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이 보상책으로 파리바게트·도미노피자 할인 쿠폰을 제공했는데, 이용 기간이 짧아 활용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파리바게뜨 전 제품 50%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 기간 SK텔레콤 가입자들이 몰려 파리바게뜨 매장의 대부분 빵이 품절되는 사태가 불거졌다. SK텔레콤 가입자가 2300만 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쿠폰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설정해 품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도미노피자 문제도 심각했다. SK텔레콤은 도미노피자 배달할인 50%·매장방문 60% 할인 쿠폰을 제공했는데, 이 쿠폰 이용 기간도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4일까지로 보름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도미노피자 홈페이지 방문자가 폭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터넷 활용이 원활하지 않은 고령층의 경우 주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도미노피자 매장은 도시에 집중돼 있어 도서산간지역에 거주하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주문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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