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직접 임금 지급"…임금체불·중간착취 근절대책 발표
<71>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대책
도급비용에서 임금비용 구분하고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직접 지급하게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령 마련 예정
체불 형벌 '징역 5년 이하'로 강화

정부가 임금체불과 중간착취를 막기 위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2일 발표했다. 원청이 내려준 인건비(임금)를 하청업체에서 떼어 먹는 일이 없도록 도급비용에서 임금비용을 구분하고 원청이 하청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국회 상황에 따라 도입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조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일보는 2021년부터 '중간착취의 지옥도' 시리즈를 통해 매달 많게는 직접노무비의 절반이 넘는 수백만 원의 임금 중간착취 현상을 보도하고, 원청의 임금 직접 지급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515560005125)
고용노동부를 주축으로 하는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특별(TF)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임금체불 금액은 지난해 처음 2조 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까지 임금체불액은 1조1,00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났다.
정부는 임금지불 방식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발주자(원청)가 하청에 내려주는 도급비용에서 임금비용을 구분해 별도의 금융기관 등에 예치해두는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과거에는 하청업체에서 임금비용까지 모두 사용한 뒤 노동자에겐 급여를 주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원청이 직접 하청노동자에게 임금을 쏴주는 '발주자 직접지급제'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두 제도가 도입되면 임금체불과 함께 원청이 내려준 임금이 하청과 2차 하청 등을 거치며 증발하는 현상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으로 이와 같은 '중간착취방지법'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임금 에스크로 및 직접지급을 명시한 뒤, 적용 업종은 시행령을 통해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단계 하도급이 많은 건설, 조선업종부터 제도를 추진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적용 업종을 확대할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금비용 구분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가해지는 과태료와 형사처벌 기준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퇴사 후 일시에 퇴직금을 지급받는 대신 회사 밖에 퇴직금을 적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 퇴직금 체불을 방지하겠다는 것. 퇴직금 체불은 전체 임금체불 사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임금체불 미꾸라지 철퇴…'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 강화
임금체불에 대한 형벌도 강화한다. 현재는 임금체불의 최고 법정형이 징역 3년이지만 대부분 체불액의 30% 미만 수준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을 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돼 처벌을 피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사업주는 임금을 체불해도 큰 불이익이 없다고 느껴 다시 체불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정부는 임금체불이 사업주에게 '막대한 경영상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임금체불 법정형을 횡령 등 재산 범죄형량 수준인 '5년 이하 징역'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악의적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주에 대해선 임금을 모두 지급하기 전까지 정책 자금 융자나 공공 보조·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한다. 임금체불을 반복하는 사업주에게 가해지는 반의사불벌 조항 적용 제외, 과징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출국금지 등도 더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임금체불 청산율 목표를 87%로 설정했다. 1만5,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임금체불 특별 근로감독을 2만7,000개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감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시적 경영 악화로 임금을 체불하게 된 사업주에게 임금체불 청산을 위한 융자 및 대지급금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 절도이자 심각한 범죄"라며 "필요하다면 반의사불벌죄 개선 등을 포함한 더욱 강력한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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