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곳이 길"… 레트로 감성의 끝판왕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5. 9. 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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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랭글러 시승기
스틱형 기어에 사이드 브레이크
바늘 속도계까지 아날로그 감성
오프로드 주행때 안전 속도 유지
오토홀드 등 편의사양은 아쉬워
지프 더 뉴 랭글러.

어느 자동차 브랜드에나 그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 모델이 있다. 지프에 있어서는 랭글러가 그런 모델이다. 지난달 더 뉴 2024 랭글러를 열흘간 시승하면서 레트로 감성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외관은 그야말로 지프의 정체성 그 자체다. 전장 4800㎜, 폭 1940㎜, 높이 1865㎜의 차체는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게 한다. 루비콘 트림 기준 17인치 휠에 33인치의 타이어는 세상 어떤 오프로드라도 주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만큼 두꺼웠다.

색깔은 강렬한 분홍빛이었다. 지프의 남성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색이었지만 다 이유가 있다. 시각적으로 핑크색은 새벽이나 황혼 시간대에 잘 보이지 않아 사막 환경에서 매우 효과적인 위장색으로 활용됐다.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한 부대가 차량을 핑크색으로 도색해 전장을 누빈 사례도 있다.

높은 운전석에 앉으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스틱형 기어다. 다이얼식과 버튼식, 칼럼식 기어 등이 대세가 된 마당에도 지프는 고집스럽게 이 스틱형 기어를 고수하고 있다. 스틱형 기어 옆에 있는 또 다른 기어는 2륜과 4륜을 변환해주는 기어다.

백미는 사이드 브레이크다. 대부분 브랜드가 전자식 파킹브레이크를 채택하고 있는 마당에 사이드 브레이크는 정말 오랜만에 접할 수 있었다.

계기판 역시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가 대세인 요즘 세상에 바늘 속도계는 정말 생소했다. 버튼을 액정 속 터치 식으로 넣은 다른 자동차들과 달리 센터페시아 역시 버튼으로 가득 차 있다.

막상 차를 몰기 시작해 보니 주행 성능은 일상생활 영역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탑재된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m의 성능을 갖고 있다. 8단 자동 변속기와 저단 기어가 맞물려 있어 공차중량 2185㎏의 거구를 무리 없이 움직이게 해준다. 복합연비는 8.2㎞/ℓ(도심 7.5㎞/ℓ, 고속 9.1㎞/ℓ)로 차의 크기를 고려할 때 나쁘지 않다.

이 차의 백미는 오프로드 주행이다. 랭글러 전 트림에 적용되는 셀렉-스피드 컨트롤은 오프로드 주행 시 4-LO 모드에서 목표 속도인 시속 1~8㎞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또 4:1 록-트랙(Rock-Trac) HD 풀타임 4WD시스템과 프런트 리어 전자식 디퍼런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런트 스웨이바 분리장치 등이 탑재돼 오프로드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다만 아무리 오프라인 특화 자동차라고 해도 세세한 편의사양이 없는 점은 좀 아쉬웠다. 우선 통풍시트가 없다는 점이 큰 불만이다. 날이 갈수록 아열대화돼가는 대한민국에서 에어컨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토홀드 기능이 없는 점도 도심 주행을 주로 한 입장에서 불편함이 컸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 역시 이젠 대세라 할만 한데 이 역시 탑재돼 있지 않았다. 여기에 8000만원이 넘는 고가 차량이면서도 이 가격대 차량에 웬만하면 적용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이 같은 편의사양 부족과 불편함은 어느 정도는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랭글러의 파워윈도 기능은 창문을 내릴 때는 적용돼 있지만 올릴 때는 끝까지 버튼을 눌러야 가능하다. 이는 오프로드를 지날 때 창밖을 자주 내다보며 주행하는 상황에서 파워윈도를 잘못 조작해서 창문이 올라갈 경우 얼굴이나 몸이 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과 지붕을 탈거해서 차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문 조작 버튼도 대부분 브랜드와 달리 문이 아닌 센터페시아에 배치돼 있다.

주유 시 차 열쇠로 주유구를 열어야 하는 불편함 역시 지프의 감성을 체득하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다. 과거 미국에서 오프로드 주행 시 차를 밖에 세워두면 기름을 훔쳐가던 도둑이 있어서 열쇠로 열 수 있게 만들어둔 전통이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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