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메이커, 바람막이냐 기준점이냐 [유레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55)는 원래 마라토너가 아니었다.
'페이스메이커 황영조'가 없었다면, 한국 마라톤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황영조와 동갑내기인 이봉주도 페이스메이커와 연이 깊다.
이봉주는 자신의 '인생 페이스메이커' 가운데 한명으로 황영조를 꼽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55)는 원래 마라토너가 아니었다. 주특기는 1500m, 5천m, 1만m. 1990년 코오롱 입단도 마라토너가 아니라 중장거리 선수였다. 풀코스 마라톤은 뛰어 본 적도 없던 그가 1991년 동아마라톤에 느닷없이 차출된다. 소속팀 선배가 좋은 기록을 내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이었다. 엉겁결에 달린 생애 첫 마라톤에서 3위를 했다. 기세를 몰아 이듬해 8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페이스메이커 황영조’가 없었다면, 한국 마라톤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황영조와 동갑내기인 이봉주도 페이스메이커와 연이 깊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2000년 도쿄마라톤 기록은 2시간7분20초. 지금껏 깨지지 않은 한국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2020년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희소병으로 목이 꺾이고 등이 굽었다. 그는 굴하지 않고 재활에 전념했다. 지난해엔 ‘천안이봉주마라톤대회’에 나가 5㎞를 완주했다. 당시 5천여명이 함께 달리며 그의 페이스메이커가 돼줬다. 이봉주는 자신의 ‘인생 페이스메이커’ 가운데 한명으로 황영조를 꼽았다. 그러면서 “마라톤 완주에 페이스메이커가 중요하듯 인생에서도 그런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페이스메이커는 엘리트 선수들이 뛰는 대회와 아마추어 동호인 대회에서 그 역할과 목적에 차이가 있다. 엘리트 대회에선 바람막이 역할이 크다. 5~20m 앞서 달리며 공기 저항을 온몸으로 막아내 뒤에 오는 선수의 체력 소모를 줄여준다. 바람을 뚫고 질주하다 대개 30~35㎞ 지점에서 레이스를 끝낸다. 기록 단축을 촉진하는 ‘전략적 희생양’에 가깝다. 이와 달리 동호인 대회 페이스메이커는 특정 완주 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움직이는 기준점’이 돼준다. 3시간, 3시간30분, 4시간, 4시간30분 등 목표 기록이 적힌 풍선을 매달거나 조끼를 입고 달린다. 참가자들과 끝까지 함께 뛰어 목표 시간대 완주를 이끄는 게 핵심 임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진 ‘페이스메이커 역할론’이 화제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때론 역주행도 불사할 트럼프의 페이스메이커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예측 불허의 국제정치다. 그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뛰는 페이스메이커는 완주를 이끄는 기준점이 돼야 한다. 바람막이나 희생양이 돼선 곤란하다.
임석규 문화부 기자 sk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정은 베이징 도착 ‘다자 외교’ 데뷔…북·러 회담 가능성도
- 김정은, 딸과 베이징 도착…오늘 ‘북중러 연대’ 과시
- 한학자, 이재명 정부 민정수석 낙마 오광수 변호사 선임
- 임금체불 땐 최대 징역 5년…1회만 유죄여도 사업주 명단 공개
- ‘나경원 간사’ 등장에 법사위 아수라장…“내란 앞잡이가 어떻게”
- 현대차 노조 7년 만에 파업 돌입…찬성률 86%
- ‘면비디아’로 불리는 이 주식…“3년 새 1600% 폭등”
- “초선 가만있어!” 나경원에, 5선 동기 박지원 “군번이 어딨어”
- 국힘 신동욱 “윤석열 CCTV 공개하자, 왜 민주당만 보나?”
- 이 대통령 “산재 단속으로 건설경기 죽는다? 말이 되는 소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