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보안관' 아내의 비극적 죽음, 58년 만에 드러난 반전[지구촌 TMI]
적 공격에 사망했던 아내 직접 살해 정황
"전설 지키는 것보다 진실과 정의 중요"

1973년 개봉한 미국의 액션 영화 '워킹 톨(Walking Tall)'은 '황소'라는 별명을 가졌던 전직 프로레슬러 선수가 아내, 두 자녀와 함께 고향인 테네시주(州)의 작은 마을 애덤스빌로 돌아오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고향은 불법 카지노, 술·마약 밀매, 매춘으로 돈을 버는 범죄 조직이 장악한 상태였습니다. 경찰과 법원조차 조직과 결탁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합니다.
분노한 그는 곤봉 하나만 들고 직접 범죄자들을 제압하면서 주민들의 지지를 얻습니다. 결국 지역보안관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지만, 그를 암살하려는 조직의 습격에 아내를 잃고 심각한 부상을 입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범죄 조직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고, 끝내 마을에서 불법과 폭력을 몰아냅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뷰퍼드 퍼서는 애덤스빌 마을의 '전설'로 통합니다. 그러나 58년 만에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그의 아내가 범죄 조직의 총격이 아닌, 남편 퍼서에 의해 숨진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전설로 남았던 전직 보안관의 실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테네시주 수사당국은 지난달 28일 퍼서가 1967년 당시 33세였던 아내 폴린 퍼서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다수 확보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퍼서의 아내는 남편이 범죄 조직과 맞서던 중 경찰차 안에서 총에 맞아 사망합니다. 이 설정은 실제 1967년 8월 12일 퍼서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에 기반한 것으로, 퍼서는 아내가 총에 맞아 숨졌고 자신도 중상을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테네시주 수사당국은 퍼서가 직접 아내를 쏘고 시신을 차량으로 옮긴 뒤 자신에게도 총을 빗겨 쏴 두 사람 모두 공격을 당한 것처럼 꾸몄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사당국은 최근 주 차원의 미제 사건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퍼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살해 도구로 의심되는 무기 관련 제보를 받고 폴린의 시신을 부검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의 코뼈가 사망 전 이미 골절돼 있었고, 다른 가정폭력 흔적도 드러난 겁니다. 1960년대 말에는 알 수 없었던 내용이지만 현대 법의학이 발전한 덕분입니다.
수사관들은 퍼서의 기존 진술과 현장 증거 사이에 여러 모순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차량 외부 보닛에서 발견된 폴린의 혈흔은 그가 차량 안에서 총에 맞았다는 퍼서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폴린의 머리 외상 흔적도 총격을 받은 차량 내부 사진과 맞지 않았습니다. 퍼서의 뺨에 난 총상도 근거리에서 발사된 것으로, "자해일 가능성이 크다"고 테네시주의 마크 데이비드슨 지방검사는 설명했습니다.
"폴린의 존엄한 죽음 위해"

퍼서는 영화 개봉 직후인 1974년 자신의 차량을 타고 가다가 도로 제방을 들이받아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사고 몇 시간 전 그는 '워킹 톨'의 속편 출연 계약에 서명한 상태였습니다.
퍼서를 고향의 영웅으로 기려왔던 애덤스빌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애덤스빌에는 그의 이름을 딴 도로가 있으며, 부부가 살던 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역 명소이자 박물관으로 운영돼왔습니다. 퍼서가 쓰던 권총, 작은 성경책, 그가 사망 당시 탔던 자동차 번호판도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고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데이비드슨 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목적은 전설을 무너뜨리려는 게 아닙니다. 폴린과 그 가족에게 존엄을 돌려주고, 진실이 세월 속에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는 "진실과 정의는 중요하다. 58년이 지났지만 폴린은 그 둘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사당국은 지역 주민들이 이번 결과를 면밀히 검증할 수 있도록 사건 기록과 조사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재키 햄 애덤스빌 시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사 결과의 파급력을 신중히 검토하고, 뷰퍼드 퍼서 박물관 및 관련 사안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퍼서 박물관 홈페이지 상단에는 여전히 그의 명언이 남아 있습니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What’s right is right and what’s wrong is wrong. It doesn’t matter who you are.)"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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