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영화제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규탄한 까닭

김은형 기자 2025. 9. 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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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리도섬 선착장 앞 산타마리아 엘리사베타 광장은 깃발을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 민족의 비인간화와 말살은 이제 그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쇼아(홀로코스트)를 자행하고 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과 손팻말을 든 사람들이 집회를 하고, 영화제가 열리는 '팔라초 델 시네마' 인근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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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클로즈업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베네치아 리도섬 선착장 앞 광장에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영화제에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베네치아/김은형 선임기자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리도섬 선착장 앞 산타마리아 엘리사베타 광장은 깃발을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 민족의 비인간화와 말살은 이제 그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쇼아(홀로코스트)를 자행하고 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과 손팻말을 든 사람들이 집회를 하고, 영화제가 열리는 ‘팔라초 델 시네마’ 인근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평화운동가뿐 아니라 이탈리아 영화인 상당수도 시위대에 합류했다고 영화제 소식지는 밝혔다.

영화제는 때로 국제적인 이슈의 첨예한 무대가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를 달구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규탄했던 목소리가 아드리아해를 건너 베네치아 리도섬까지 도착했다. 영화제 직전 영국 거장 켄 로치, 프랑스 감독 셀린 시아마, 이탈리아 배우·감독 자매 알바 로르바케르와 알리체 로르바케르 등 베네치아 수상 이력 영화인들이 대거 동참한 공개 서한이 주최 쪽에 전달됐다. 이들은 서한에서 “가자 지구에서 계속되고 있는 집단학살을 용기 있고 명확하게 규탄할 것”을 촉구하고 “전세계의 이목이 영화제에 집중된 지금 슬프고 공허한 허영의 장이 되지 말고 이스라엘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저항의 장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화제 쪽의 답변은 경쟁 부문에 초청된 튀니지 여성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였다. 지난해 4월 삼촌 가족과 가자 지역을 탈출하다 이스라엘군 총격을 받고 숨진 6살 소녀 힌드 라잡의 비극적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다. 아랍 지역의 현실을 스크린에 담아온 하니아 감독은 가족이 먼저 죽고 홀로 남아 공포에 떨며 구조를 기다리다 끝내 목숨을 잃은 소녀의 마지막 시간을 재구성했다. 배우 브래드 핏, 호아킨 피닉스, 루니 마라,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 알폰소 쿠아론 등 할리우드 거물들이 공동 제작에 나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제 쪽은 이 영화를 언급하며 “베네치아영화제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사회와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들에 열린 논의와 감수성을 보여온 곳”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이스라엘의 전쟁 중단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기원하는 종이배들. 시위자들은 베네치아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바닷가까지 행진하고 종이배를 띄우며 각성을 촉구했다. 베네치아/김은형 선임기자

하지만 논란이 끝난 건 아니다. 올해 경쟁작 가운데 하나인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배급사가 이스라엘과 연관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투자·배급한 ‘무비’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주로 예술영화를 투자·제작해온 곳인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털 기업 ‘시콰이어 캐피털’로부터 1억달러 투자를 받은 것이 논란에 휩싸였다. 시콰이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투자한 기술 스타트업에도 자금을 넣었으며, 이스라엘의 테러 행위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은 적도 있다. 여러 예술가들은 공동 서한에서 이들의 협력을 “집단학살 공모”라고 비판하며 무비가 시콰이어와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공식 상영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자무시 감독은 “무비가 이스라엘과 연관성을 가지기 전 작품 몇편이 계약돼 있었고, 우리 협업은 잘 진행됐었다. 하지만 이런 연관성이 생기고 나서는 실망스럽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나 같은 독립영화인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자의 재무구조를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기업이 지저분하다. 피하려면 영화를 안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각기 다른 지역에 사는 형제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케이트 블란쳇, 비키 크리엡스, 애덤 드라이버, 샬럿 램플링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베네치아/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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