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父子 경영권 분쟁 고개 드나…김주원 부회장, 새 후계자로?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DB그룹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아들인 김남호 명예회장의 갈등설이 제기된 것이다. 50세에 불과한 김 명예회장이 두 달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제기된 이상기류가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김 명예회장의 법적 대응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김 창업회장의 딸이자 김 명예회장의 누나인 김주원 부회장이 새로운 후계자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DB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창업회장과 그의 아들 김남호 명예회장 간 갈등설이 확산되고 있다. 김 명예회장이 부친(김 창업회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두 달 전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명예회장이 불만을 갖고 반격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 골자다.
앞서 DB그룹은 지난 6월27일 그룹 회장에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선임했다. 2020년 7월부터 5년간 그룹 회장직을 수행했던 김남호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당시 DB그룹은 "대주주 일가의 일원으로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문경영인들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인사를 두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오너 2세인 김 명예회장은 1975년생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기엔 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김 명예회장 후임으로 임명된 이수광 회장의 나이가 81세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세대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재계의 인사 기조와는 거리가 먼 조치였기 때문이다. 당시 DB그룹은 이수광 회장 선임에 대해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과 AI 혁명,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사업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너 2세가 무난하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던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은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재계에선 김준기 창업회장이 아들인 김 명예회장을 밀어내고 자신의 측근을 앉힌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1979년 DB그룹에 합류한 이수광 회장은 김 창업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측근이다. 동부고속,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김 창업회장과는 1944년생 동갑내기다. 김 창업회장은 여비서 및 가사도우미 성폭력 사건으로 2017년 9월 당시 동부그룹 회장직에서 사임했다가 2021년 4월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자문직을 맡으며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
DB그룹 측은 김 명예회장의 법적 대응 움직임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부자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본격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DB하이텍 매각을 둘러싼 마찰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8월 DB그룹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DB 측은 매각 부인 공시를 통해 DB하이텍을 팔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추진은 사실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 명예회장은 DB하이텍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하자는 입장이었고, 김 창업회장은 이를 크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동부그룹 구조조정 당시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등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면서도 DB하이텍은 지킬 만큼 DB하이텍에 대한 김 창업회장의 애정은 깊다.

승계와 거꾸로 가는 창업주의 지분 확보
불화설에 더욱 힘이 실린 이유는 2022년 김 창업회장이 그룹 지주사격인 DB Inc. 지분을 11.61%에서 15.91%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승계를 위해선 김 창업회장 자신의 지분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대 행보를 보였다.
재계 일각에선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이 새로운 후계자로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김준기 창업회장의 딸이자 김남호 명예회장의 누나다. 2022년 DB하이텍 미주 법인장에서 DB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지주사격인 DB Inc. 지분구조는 김 명예회장 16.83%, 김 창업회장 15.91%, 김 부회장 9.87%, 자사주 5.04%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개인주주로선 김 명예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김 창업회장이 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구도는 바뀔 수 있다. 김 창업회장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어 자사주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한다면 승계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에선 당장 법적 대응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분쟁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김 명예회장의 DB Inc. 사내이사 임기는 2027년 3월에 종료된다. 아버지인 김 창업회장의 동의 없이 연임을 시도할 경우 부자가 부딪힐 공산이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김 창업회장과 김 명예회장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아직 50대에 불과한 김 명예회장이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그룹 후계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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