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삼복더위'와 '삼한사온'

김명균 주필 2025. 9. 2. 14: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명균 주필

'극한 폭염' '극한 호우' . 반복되는 무더위와 폭우 정도의 표현이 올들어 '레벨 업'(Level Up)됐다. 연일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는 멈출 줄을 모른다. 그러다 갑자기 시간당 100㎜를 넘는 폭우가 며칠씩 계속됐다. 변덕스러운 기후변화로 일상 생활의 리듬은 찾기 힘들 정도다. 지속적인 폭염과 폭우에 갇힌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수 많은 사람이 목숨과 재산을 잃었다.

여름 7~8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의 세시풍속(歲時風俗)이 된 '삼복(三伏)더위'는 이제 더 이상 의미를 찾기 함들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초복·중복·말복으로 이어지는 20여 일이 전통적으로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라 여겨 생긴 생활 속 풍속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삼복은 풍속이 아닌 재난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무더위는 길어지고, 폭염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극으로 치닫고 있다. 온열질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에어컨조차 켤 수 없는 취약계층은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다. 삼복은 안전과 생존의 문제로 악마화했다. 지난해 여름 인천지역에서는 48일간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인천시는 무더위 쉼터와 냉방비 지원으로 폭염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는 운영과 접근성 등 형식적인 대응으로 더 이상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겨울철의 대명사였던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이미 과거의 기억일 뿐이다. "사흘은 매섭게 춥고, 나흘은 따뜻해진다"라는 이 말은 오랜 세월 삶의 속에서 묻어 나온 생활 언어다. 삼한사온은 민속적 생활 규율로도 작동했다. 김시습의 시문에 나오는 "세한(歲寒)의 추위가 사흘에 머물고, 사온(四溫)의 햇살이 나흘을 이어간다"라는 표현은 문학적 상징으로 자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겨울의 리듬은 무너졌다. 더 이상 겨울의 법칙도 아니다.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 장기간 온화한 날씨가 극단적으로 교차한다. '삼한사극'(三寒四極)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아열대 기후로 변한 우리나라는 이젠 사계절이란 단어에 익숙할 수 없게 됐다. 봄과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삼한사온은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닌 도시재난 관리의 시험대이다. 폭염과 폭우, 한파와 폭설은 예측 가능한 재난으로 철저히 대비해야 할 사안이다. 기후 위기 앞에서 행정의 안일함은 시민의 고통을 유발한다. 풍속을 더 이상 계절적 언어가 아닌 재난 대응의 언어로 다시 정의할 때인 것 같다.

/김명균 주필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